[기자수첩] '절반이 문 닫는데' 크라우드펀딩 업체만 늘리자는 당국

2019-05-17 09:57:32

[프라임경제] 최근 금융당국이 크라우드펀딩 허용 기업을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당국은 이를 계기로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크라우드펀딩을 운용하고 있던 업체의 대부분은 오히려 관심을 접고 있는 판국이다.

2016년 1월 국내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신생·창업기업 등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만들어졌다.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주식이나 채권을 받는 형태로 진행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배당금도 지급받을 수 있어 초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현재 출범 3년을 맞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쉽사리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규모가 13조400억원에 달하는 데 반해 국내 시장 규모는 연 1200억원에 불과하다. 전 세계 대비 0.92% 수준. 이 가운데 대다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1위 업체가 약 80%를 독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초기 크라우드펀딩 사업에 뛰어든 플랫폼 5개사 가운데 현재 남은 업체는 단 두 군데 뿐이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중기특화 증권사 대다수는 '중기특화 증권사 인가 획득 주요 배점 사항'으로 크라우드펀딩 운용 여부가 포함됐기 때문에 운영하고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현재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하나다. 수익성이 낮아 지속하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 수익으로는 인건비, 마케팅비, 사무실 임대료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업체들이 시장에 남아있기 어렵다"고 말한다.

펀딩 성공 후 기업 부도로 상환을 못하는 기업들이 지속 증가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중개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간(P2P) 대출, 암호화폐공개(ICO), 유사수신 등에 의해 사업 자체의 의미가 많이 부각되지 못하자 굳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활용할 계기가 없어졌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지면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사나 증권사들이 중개업에 줄줄이 뛰어들 수 있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이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금세 문을 닫는다면 정부가 원하는 크라우드펀딩 활성화가 실현될 수 있을까?

크라우드펀딩은 무엇보다 중개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투자자 보호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집하려는 기업이 상세하고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등 중개업자들은 투자자 보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당국이 먼저 중개업자로 하여금 수익성이 아닌 투자자 보호,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 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게끔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건만 갖춰진다면 '중개업자의 본역할'을 시행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크라우드펀딩은 문자 그대로 군중(Crowd)으로부터 자금(Funding)을 받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중개업자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 푼이 귀한 스타트업에게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선 중개업자들의 진입장벽만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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