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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대신 한센병 공격 나선 '비례', 정국 시계제로

문재인 정부 인정 안 하겠다 대응 계급 낮춘 셈…달창 공격에서 기조 오히려 악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5.17 12:14:22

[프라임경제] 혹 떼려다 붙인다는 상황이랄까? 어설픈 우군의 활약 덕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민생 행보(구체적으로는 광주 방문 문제)와 관련,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쓴 가운데, 아예 청와대가 '문둥병 환자'로 비하되는 반격이 단행돼 정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YTN'에 출연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추진 태도를 한센병에 비유했다. 그는 "한센병이다. 만약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같은 국민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그러한 의학적 용어들 쓸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센병은 신경이 마비되면서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을 겪으며, 흔히 '문둥병'으로도 불렸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 전반을 조용히 마비시키는 이상한 정책 태도라는 점을 병증에 빗댄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방송 이후 여러 정당이 해당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우선 "김 의원 같은 젊은 의원들마저 망언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한국당으로부터 품격 있는 보수의 모습, 격을 갖춘 언어를 기대하기는 영영 틀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종철 대변인 명의로 "막말 경쟁이 국민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비유도 금도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아무리 비유를 했다고 해도 대통령을 향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이 김 의원의 반응. 그는 사과나 침묵 대신, 다시 한 번 문 대통령을 비판하며 반박을 펼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YTN 방송 중 논란이 됐던 발언에 대한 팩트'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우리가 정치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한센병이나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대입해 쓰지는 않겠다. 내가 빗대어 말한 것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걸 사이코패스라고 한다면 자신의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 그 상처가 더 커지게 방치하는 건 한센병이라고 한다"고 스스로의 발언의 의미를 설명, 사실상 태도 유지를 선언했다.

과거 정치권에서 말로 문제가 생긴 경우 '문제가 생긴 이유가 무엇이든 유감' 정도로 봉합해 온 관행과 선을 그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과 여러 야당들의 협력 관계가 이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초강경 대처를 앞으로 당분간 이어갈 가능성을 높게 판단할 수 있는 징후다. 

여권에서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당에 화해의 메시지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한 바 있고, 두 사람의 이른바 '자장면 회동'에 이어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이라는 핑계로 다시 3당간 의견 절충 모색을 통해 '패스트트랙 정국 해결'의 길을 여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인기 드라마 제목에 빗대 나 원내대표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띄우는 한편, 이 원내대표가 오 원내대표에게 '맥주 사주는 형'으로 추가 이미지를 부여받는 등 주요 정당간의 막후 교섭을 위한 기류 조성이 이어지는 상황인 것. 이런 터에 굳이 김 의원이 왜 강경 발언을 내놨는지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감각이 없어서 사고를 쳤을 가능성'이라는 돌발 문제가 부각된다. 하지만 김 의원이 아무리 초선·비례대표라 해도 이는 좀 무리한 추정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20대 국회가 지금 막 열린 경우라면 모를까, 이미 여의도 정치를 어느 정도 해본, 즉 정치 초보를 면한 상황이라는 것. 더욱이 김 의원은 정치 입문 이후 옛 새누리당 대변인을 해 본 경력이 있어 말의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고 한국당 원내부대표로 발탁되는 등 내부적 검증과 신뢰도 갖춘 인물이다.

또 문제가 되고 본인이 발언 내용 고수를 주장해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 설득과 압력을 통해 정국 해결을 모색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이런 조치가 (아직은) 단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그 주변 정치 세력에 대한 한국당의 불만이 이미 한순간 풀릴 정도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의 경우 '달창 논란'을 빚은 이후 즉각 사과라는 카드를 내놨다. 문 대통령 지지층 중에서도 극렬 강경파 세력을 '창녀'로 비유하는 단어를 공개 석상에서 사용, 문제가 된 바 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모르고 썼다는 식으로 해결을 모색한 것. 하지만 여러 정당에서 알고 썼든 모르고 썼든 문제라는 식으로 비난의 말꼬리 잡기가 이어졌고, 심지어 북한에서도 공세적 메시지를 내놓는 등 여러 문제가 빚어졌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이 한센병 공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김정우 민주당 의원 등 징계안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던 연초의 김 의원 모습. 사진 가장 왼쪽이 김현아 의원이다. ⓒ 연합뉴스

이런 터에 정의당이 황 대표를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로 공격했다. 감히 '게딱지 만한 정당' 내지 '정체성이 모호한 일명 2중대 정당' 주제에 한국당을 겨냥한 막말 공세를 펼치고 나서는 것이냐는 강한 거부 반응이 당 내부에서 소용돌이치게 된 원인이다.

이런 사정이고 보면 나 원내대표가 여러 정당의 대화 제스처에도 즉각 대화 거부로 맞서도 무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대화 기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당은 정면 반발을 여러 형태로 벌이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초선에 비례대표가 나서도 무방한 무시 전략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철저히 '이정미 개인은 물론', 그 뒤의 정의당 자체가 가진 정치적 의미와 격을 낮추어 보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결국 밥은 사줄 망정,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싸구려 정치로 나오는 상대방에겐 얼마든 맞대응을 더 기분 나쁜 방향으로 해주겠다는 신호를 정치권 전반에 내보낸 셈이다. 넓게 보면 청와대 쯤도 모두 초선 하나로 해결볼 수 있는 무능한 정치 세력으로 보는 시각 자체를 거둘 뜻이 없다는 게 한국당의 내심이라는 뜻도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김 의원을 학자 출신(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만 보는 시각에서는 이번 공세의 의미를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 여러 경력 외에도, 공격수로 데뷔를 한 바 있는 전사다. 연초에 김정우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제출 총대를 맸던 것도 바로 김 의원이다.

'대응 계급'을 철저히 낮추는 방법으로 정의당과 그 주변의 민주당, 청와대까지 묶은 한국당의 판단과 다음 수는 무엇일까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자칫  김 의원 문제가 단순 해프닝이 아닌, 제2의 나경원 키우기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라는 것. 비례대표 시절부터 대변인 등을 지내면서 정치적 의미를 급격히 키운 바 있는 '나경원의 리즈 시절'을 참고한 김 의원 키우기가 시작된 게 아닌지도 지속적으로 관측해 볼 필요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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