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다시 불붙는 '리디노미네이션' 공론화 현장 가보니

국회·경제계 "당연" 한 목소리…"달러 환산 화폐, 4자리 넘어가는 국가 한국 유일"

김다빈 기자 | kdb@newsprime.co.kr | 2019.05.17 18:03:14
[프라임경제] 다시 고조되는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에 정부·국회, 나아가 국민적 공론화까지 이어지며 그 필요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액면가액 조정을 이유로 재논의되고 있는 리디노미네이션. ⓒ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9시30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이원욱, 최운열, 심기준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당인 박명재,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동 개최를 하며 단순 논의가 아닌 구체적인 리디노미네이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또한 약 2시간 가량 이어진 정책토론회임에도, 출입증을 발급받아 참석한 일반인 참여자들로 인해 회의장이 가득차며, 국민적 관심이 단순히 흘러가는 이슈성 토론회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했다.  

◆"리디노미네이션 필요성, 당쟁 떠나 공론화돼야"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여·야당 국회의원 및 경제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리미노미네이션이 논의돼야 하는 시기가 맞다"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진입한데 이어 OECD국가 중 달러 환산 화폐가 4자리를 넘어가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 

아울러 현재 저물가 시대라는 점에서 시장자체에서도 자체적인 리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되는 상황. 당장의 불편함보다 향후 편리함이 더 크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1953년과 1962년, 두 번의 화폐개혁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간 진척되지 못한 리디노미네이션 문제로 현재 우리나라는 확대된 경제규모에 비해 화폐단위가 레바논, 콩고 이라크 등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간 이런 논의가 진척됐던 이유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정쟁 대상으로 평가받아 여전히 한걸음도 내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야말로 당을 넘어서는 초당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 모습. ⓒ 이원욱 의원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인 박명재 의원 역시 "리디노미네이션은 우리 경제가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이를 위해 리디노미네이션 도입의 장단점과 우리경제 미칠영향, 도입시기, 방법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국민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토론회는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이 토론회를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종합돼 우리경제 백년대계를 위한 리디노미네이션의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논의 필요성에 대한 국회가 어느정도 공감을 이룬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명확한 첫 단계가 잘 꿰매져야 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당쟁 논란을 떠나 실질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 여부만 보자는 것.

임동춘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 팀장은 "리디노미네이션은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며 "이에 중앙은행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우치지 않는 여론 조성…본질 파악 '주효'

이어 "그렇기 때문에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공론회 및 제도 준비기간을 4년에서 5년, 법률 공포 후 최종완료까지 포함해 약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위원 역시 시장의 흐름과 추진이 반드시 필요한 리디노미네이션의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실제 카페에서는 5000원짜리 커피를 5.0으로 표기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이는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불편을 느끼고 실생활에서 이뤄지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왜 이뤄지는 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엄밀하게 구별해야 할 리디노미네이션과 화폐개혁의 초점이 흐려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추진되는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액면단위 변경에 따른 화폐교환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리디노미네이션과 화폐개혁이 동일시되며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며 "이는 리디노미네이션의 정확한 장단점 및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초점이 흐려지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추진조차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잘못된 초점과 오해가 밑바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양오 현대경제원 고문은 "현재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 중 하나는 물가인상과 과소비에 대한 우려"라며 "하지만 과연 화폐가치를 혼돈할 정도로 국민적 소양이 낮은가에 대한 입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리디노미네이션이 정권, 헤게모니 유지와 북환과 단일화폐 추진, 공매도 등 괴담이 돌고 있다"며 "현재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은 절대적인 국민적 공감대 확보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한국경제는 현재 국내 수요부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도 있는 만큼, 사실 인프레이션 우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정치적 파장을 감당하기 어려워 실시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경제를 둘러싼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지금부터라도 공론화를 하고 정책투명성을 위해 리디노미네이션 로드맵을 공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 전 총재 "리노미 향한 내 의지 여전해"

이날 토론회에는 과거 한국은행 총재로 재임해 2004년, 리디노미네이션 전담팀을 꾸리는 등 화폐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박승 총재 역시 참여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당시 여러갈등 상황 속에서 무산됐지만, 그는 여전히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과 공론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박승 전 총재는 "예전에 리디노미네이션 추진하며 중국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달러 환율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에 후진성을 고쳐야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한국은행 총재 부임시절 리디노미네이션을 강력히 주장했던 박승 전 총재. ⓒ 연합뉴스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박승 전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 이슈가 부각되자 자신에게 이에 대해 묻는 이들이 많다"며 "내 발언이 이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이 되게 주목하는 것은 약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럼에도 우리경제에 있어 리디노미네이션이 진행돼야 하는 것에 대한 내 의지는 여전하며, 현정부와 당국에서 좋은 방향으로 진행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크지 않지만 일부 소상공인들과 국민들 역시 리디노미네이션의 공론화가 가장 선결돼야 할 것이라 꼬집기도 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 A씨는 "사실 현재 현금으로 결제하는 손님들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렇다 보니 뒤에 100원, 200원을 붙이는 메뉴들은 우리 가게에도 없고 점차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자체적으로도 화폐단위를 줄여나가고 있으며, 장기적인 국가 위상이나 국가적 통화상황에도 장점이 된다면 공론화를 못할 이유는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물가 상승 폭탄이 온다'는 과한 우려에 국민 여론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조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조영무 LG경제 연구위원은 "리디노미네이션 시 가장 우려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이라며 "가령 950원인 과자가 1원이 되거나 9500원인 피자가 10원이 되는 등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본인의 명목소득도 낮게 매겨져 실물 자산의 가격이 낮게 책정되면 심리적으로 투자 욕구에 이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대한 우려"라며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이러한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조 연구위원은 "올해 4월 물가상승률은 지난달대비 0.6%에 불과했으며, 4개월 연속 1%에 못치지 못했다"며 "이는 오히려 지금이 과거대비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이 낮아 환경적 부담이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