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사과의 늪'에 빠진 한화토탈, 사전예방에 더 심혈을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19.05.21 14:39:21

[프라임경제] 지난 달 26일 대산공단에서 잔류가스가 폭발한 한화토탈이 17일과 18일 잇따라 기름 증기인 유증기 유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면서 사전예방보단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한화토탈 측에 따르면, 스틸렌모노머(SM) 공정 탱크에서 유증기가 발생하자 폭발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소방차를 출동시켜 쿨링 작업을 진행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판단, 탱크 내부에 폼 소화 약재를 넣었다.

한화토탈 측 빠른 대처로 대형 폭발 사고는 모면했으나, 내부 압력이 상승한 탱크 속 SM을 포함한 일부 유해물질(잔사유)이 외부로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현재(21일 13시 기준) 환자 600여명이 발생했으며, 피해 주민들은 어지럼증과 구토, 안구통증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혁웅 한화토탈 사장은 이번 유증기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지난 18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지역주민·협력업체·주변공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고는 공장 내 저장탱크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탱크 내부 유증기가 유출되고 악취 등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산시 소방관계부처 협조 아래 추가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대응해 탱크 발열을 정상화하고 유증기 유출을 차단하겠다"며 "사고가 발생한 지역 가동을 정지했고, 전문기관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빠른 대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사고 사전예방에 심혈을 기울여야 된다고 비난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예방 대책으로는 감지센서와 유증기 회수 장치 및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차단막 등이 있다"며 "다만 이번 사고 당시 감지센서는 정상 작동한 반면, 유증기 회수장치 및 차단막이 존재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대산공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역시 사고 예방 대책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지난 달 26일 한화토탈 나프나 분해시설(NCC) 공장에서 폭발성 굉음이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출동하고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이런 사고 예방 대책 부재 외에도 '늑장 신고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지난 20일 "한화토탈은 사고 직후 서산시에 연락하지 않았다"며 "시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고 사실을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화학물질관리법 제43조 제2항에 따르면, 화학사고 발생 시 해당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즉시 관할 △지방자치단체 △지방환경관서 △국가경찰관서 △소방관서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 의무가 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언론을 통해 제기된 다량 유증기 배출은 사실과 다르고, 내부적으로는 수증기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늑장 신고 의혹도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빠르게 신고했다"라고 해명했다.

유증기 누출은 산업분야·공정에서 석유 관련 합성이 필요한 만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사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다 강도 높은 사고 예방 대책을 펼쳐야 한다.

물론 그 누구도 한화토탈 측 발 빠른 사후 대처 및 책임자 사과를 비난할 순 없다. 하지만 한화토탈은 '망우보뢰(亡牛補牢;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조차 하지 않은 채 매번 사과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고에 있어 최선책은 '무사고'다. 한화토탈은 '소 잃은' 지금이라도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강도 높은 사고 예방 대책을 재점검할 시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