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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악마는 디테일에' 연차사용촉진제도 1년차 열외 허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5.24 10:21:09

[프라임경제] 연차 휴가 제도가 근래 손질된 바 있으나,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 못한 개정에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잡음의 원인은 이렇다. 과거 근로기준법에서는 '1년 이상 근로자가 80% 이상 출근하면 연차휴가로 15일을 준다'고 하고 부수적으로 '1년 미만 근로자는 80% 이상 출근 시 1개월 개근 때 1일을 준다'고 했었다. 이것만 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 지난해 개정 전에는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이들은 어떻게 처리했는가? 연초부터 채용 절차를 마무리,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기업 현장에서는 첨예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한 해의 중간에 나타난 신입 사원의 휴일을 1년 이상 근무자와 같이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2년차에 15일 발생하면 1년차에 사용한 휴가는 제외하고 준다'고 규정했던 것이다.

2년차(햇수로만 2년이지, 만으로 따지면 실상은 얼마 안 된다)의 휴일을 당겨서 쓰는 게 되는 셈이다. 합리적인 조치이고, 또 일을 배워야 하는 입장에서 온갖 휴일을 다 챙겨 쓰는 게 맞냐는 측면도 있으나 막상 보면 안타까운 구석도 없지 않았다. 

수습이라고 아픈 경우 안 생기는 게 아니고, 신입이라고 갑자기 급한 사정 안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경조사 같은 경우야 고용주가 알아서 챙겨준다 해도 갑자기 생긴 개인 사정으로 쩔쩔 매는 이들을 보는 것도 사실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제도가 바뀌었다. 새 근로기준법이 등장하면서 1년차와 2년차의 연차휴가를 분리 적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만 1년을 넘기면 새로 15일을 휴가로 쓸 수 있게 됐다. 1년차에는 11일이 주어진다. 이렇게 보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위에서 거론한 문제가 다시 불거진다. 아무리 그래도 다음 해 휴가를 당겨서 차감하는 식으로 쓰라니 안타깝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합리적으로 어느 정도 기간을 주면 된다. 그리고 막상 현업에서 이를 잘 챙겨 쓰도록 유도해야 하겠지만, 이는 개개별 신입을 위한 특화된 복리후생 문제가 아니고, 전체 회사원들이 제대로 휴식을 하면서 일을 하느냐의 문제 범주 내에서 다룰 하나의 문제가 돼야 한다.  

회사가 근무 첫해의 일이 서투른 직원 중심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오히려 역차별 논란도 일어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좋은 취지로 큰 틀을 바꾸면서 디테일을 챙기지 못해 오히려 이런 역차별을 키우고 있다. 바로 '연차사용촉진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고용주가 2년차 이상 직원들이 제대로 연차를 쓰지 않는 경우 한 해에 두 차례에 걸쳐 소진하도록 권고하는 게 바로 이 촉진제도다. 이 권고를 받은 직원이 자의로 연차 분량을 모두 쓰지 않고 남기면 수당으로 바꿔 지급할 의무가 사라진다. 

연차를 잘 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무상 필요가 없어 남는 분량, 자의로 업무로 돌리는 경우 등까지 돈을 지급하는 게 맞지 않고 많은 기업의 경우 이런 지출은 살림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를 배려한 제도다.

그런데 신입 직원에게 연차를 넉넉히 챙겨주고 2년차 휴일을 당겨서 차감하는 고리를 끊으면서, 이 연차사용촉진제도의 관련성을 손질하는 것을 빼놓았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말했듯, 신입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 직무를 현장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배우는 상황(OJT)인 면이 많아, 사실 중간에 휴가를 길게 가기 어렵다. 부득이한 질병이나 부상, 긴요한 볼 일 등을 빼도 남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실상 공휴일과 주말만 챙겨서 쉬게 하면 근무일 중간에 휴일을 따로 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2년차에 접어든 근로자가 퇴사하면 어떻게 되는가? 한 기업체에 남는다면 수당을 거북하게 신청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드물지만, 불만스럽게 나가면서 문제를 삼는 경우가 생긴다. 이른바 '이력서에 경력으로 적을 최소 요건인 딱 1년만 채우고' 나가는 경우다.

이런 단기간 부적응 이직자의 경우는 일을 제대로 가르치고 미래에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회사 책임도 있겠지만 일을 제대로 못 배우고 능력 자체가 미비한 상황에 취업한 잘못이 크다. 쌍방과실인 셈인데, 이런 경우에까지 새삼 지난해의 잘잘못을 들춰내는 칼을 일방 당사자에게 들려주는 것, 즉 회사에 연차휴가 대체 수당을 물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아마 입법자가 그야말로 디테일을 놓쳤거나, 혹은 이를 알았어도 1년차를 괴롭히고 붙잡아 놓고 쉬지도 못하게 할 가능성에만 너무 집중해 그런 예외를 둔 게 아닌가 싶다. 

후자라면 이는 직무 초기에 일을 배우는 데 매달려야 할 필요나 그때 소모되는 시간의 필요성을 무시한 게 아닌가 싶다. 목돈을 집어주는 불이익을 당하기 싫으면, 일 가르친다는 핑계대지 말고 무조건 정해진 기간대로 놀게끔 하라는 것이 된다. 이런 상황이 지향하는 이상적 노동 모델인가?

일을 초기에 잘 배워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짧은 경력만 연결하면서 떠돌기 시작하면 제대로 일머리를 잡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자칫 일에 서툰 상태로 은퇴 시기까지 헛경력을 쌓을 수도 있다. 

현재의 제도적 맹점은 일과 직장이 자신에게 맞는지 제대로 배우는 데 소요되는 과외의 지출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오히려 '에잇,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드는데 지난해 못쓴 휴가 돈으로나 챙겨 나갈까?'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2년차에게 하는 건 국가가 '워라벨'을 챙겨주는 게 아니라, 기업을 괴롭히고 나라의 노동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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