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단독] '말로만 준법' 쥴, 간담회서 미지정업체가 팔아

청소년 흡연 예방하겠다던 약속 지켜질까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19.05.24 22:19:32
[프라임경제]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흡연율 상승 주범으로 지목돼 국내 출시와 동시에 보건당국의 감시망을 강화시킨 전자담배 쥴이 국내 처음 소개되던 날부터 위법 판매를 실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쥴 랩스 코리아 국내 출시 기념 기자 간담회. 쥴 랩스 코리아는 이날 쥴과 팟 등 국내 출시 전 제품을 행사 현장에서 판매했다. ⓒ 프라임경제


이 날 연달아서 '준법'을 강조한 아담 보웬과 제임스 몬시스 쥴 설립자, 켄 비숍 쥴 랩스 APAC 국제성장 부문 부사장을 비롯해 이승재 쥴 랩스코리아 대표 등 쥴 랩스 임원들의 발언이 전부 무색해진 상황.

나아가 청소년을 비롯한 비흡연자의 흡연 조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모든 부분에서 국내법을 철저히 따르겠다던 이들의 주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에 대한 기망으로까지 비춰진다.

쥴 랩스코리아 홍보대행사(이하 대행사)에 의하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연행사를 개최할 경우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따라 참석 기자들을 대상으로만 판매를 진행했다.

행사가 개최된 장소는 성동구에 위치한 U레스토랑. 해당 업소는 성동구청으로부터 담배 소매인 지정을 받은 업장이다. 문제는 이날 사용된 카드 결재매출전표가 U레스토랑이 아닌 패션업체 U사의 이름으로 발생한데 있다.

성동구청 지역경제과 담당자는 "U레스토랑은 지난해 소매인 지정을 받았지만, 영수증에 기재된 U사는 소매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며 "지정된 사업자가 아닌 다른 사업자의 이름으로 담배 매출이 발생됐다면 위법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상만 놓고 보면 U사는 담배사업법 12조와 여신전문금융법 19조를 위반했다. 담배사업법 12조는 소매인이 아닌 자가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할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전법 19조는 다른 신용카드가맹점의 명의(名義)를 사용해 신용카드로 거래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담배법 위반만으로도 사업권 지정 해제 및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지는 위법행위며 여전법 위반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U사의 대표는 "플리마켓에서 사용하던 이동식 카드 단말기를 아무 생각없이 사용한 담당 직원의 실수"라며"재차 확인을 못한 우리의 책임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를 마친 뒤 확인했고 쥴 랩스코리아로부터 시정을 요청받았다"며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공지했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까지 U사는 구매자를 대상으로 재결재를 요청하는 등의 적극적인 원상복구 의지를 표현하지는 않았다.

22일 쥴 랩스코리아의 기자간담회 행사 현장에서 쥴과 팟의 구매 후 발급된 영수증. ⓒ 프라임경제


U사 대표의 주장대로 행사장에서 벌어진 위법행위는 어수선한 현장 상황에 의해 본의 아니게 발생한 '사고'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취재과정에서 쥴 랩스코리아도 이를 해프닝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쥴랩스 코리아가 준법에 대해 확고하게 강조한 것에 비하면, 위법에 대해서 너무나 관대한 해석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쥴 랩스코리아는 "해당 사안이 발견돼 U레스토랑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행사가 끝난 시점에서 문제가 확인됐고, 이를 시정하도록 요청했다는 것.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이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현장에는 쥴 랩스코리아의 직원 대다수가 참석했다. 또 글로벌 쥴 랩스의 관계자들도 대거 자리했다. 이는 쥴 랩스가 아시아 시장의 전초기지로 판단한 한국 시장의 가치를 가늠케 했다. 한국에서의 확산이 아시아 시장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고려가 엿보인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쥴을 판촉하겠다니, 비흡연자의 쥴 접근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도 당연히 요구됐다. 쥴 랩스의 임원들은 "청소년의 쥴 흡연 예방을 위해 브랜드 어필을 지양하며 현지 법규를 철저하게 준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이 반복되는 내내 U사의 이름으로 쥴과 팟은 판매됐다. 현장에서 제품들이 어떻게 판매됐는 지에 대한 쥴랩스 관계자들의 무관심은 청소년 흡연 조장에 대한 약속에 대해서도 신뢰를 빼앗기기 충분했다.

이날까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쥴과 팟이 판매된 장소는 행사 현장이 유일했다. 이승재 쥴 랩스 코리아 대표의 목전에서 진행된 유일한 판매처조차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쥴 랩스 임원들의 발언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이후 취재 과정에서 쥴 랩스코리아와의 소통은 의문을 우려로 바꿨다. 판매행위의 위법성과 이로 인한 판매처의 위기를 설명해도 쥴 랩스은 이를 복구할 아무런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간담회 이후 실제 판매가 이뤄지기까지 쥴 랩스가 국내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도 전무하다. 기대했던 미국 청소년 흡연률 급상승 폐혜를 답습하지 않을 현실적 방안은 공개된 바 없다.

이미 정부는 쥴의 국내 진출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복지부는 23일 "해외 청소년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는 쥴 등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가 이달 말 잇따라 국내에 출시됨에 따라, 관계부처와 협력해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에서 청소년에게 담배와 전자담배 기기장치류를 판매하는 행위를 6월까지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책임 있는 사회일원으로 한국의 법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마케팅 활동을 펼치겠다'던 이 대표의 발언은 출시전부터 지나간 거짓말이 됐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계속해서 어긋난다면 USB를 닮은 전자담배가 우리 청소년들 주머니의 필수품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쥴 랩스코리아의 행보를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부정적인 이유가 추가됐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