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까지 '줍줍' 열풍…지나친 대출규제 바꿔야

2019-05-27 13:55:52

[프라임경제] 서울 강남지역에서 대출제한 등을 이유로 미분양 된 아파트를 현금부자들이 쓸어 담는 것에서 만들어진 부동산 신조어 '줍줍(떨어진 것을 줍는 행위를 묘사하는 단어)'이 지방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주택 분양이 매주 쉴 새 없이 쏟아지지만,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정부에서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LTV(주택담보비율)'와 'DTI(금융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한도를 정하는 계산비율)'을 고강도로 조정하는 대출규제를 실시했지만, 서민들이 그 피해를 보고 있다.

서민들이 대출 없이 집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한적한 지방으로 내려가도 공동주택가격이 1억원을 상회하기 일쑤다. 170여만원의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지출 없이 월급을 모두 저축한다 해도 이 돈을 모으려면 4년이 더 걸린다. 

대출은 신용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신용도 낮다. 신용거래실적 자체가 적거나 1차 금융권에서 대출이 되지 않아, 2차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대출조건의 강화는 결국 서민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준다면서, 실상은 기회를 뺏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민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못하고, 미분양 된 주택을 현금을 가진 자산가들이 사들이는 행위가 바로 '줍줍'이다. 이는 강남에서 시작해 서울 전체로 퍼지더니,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왕왕 보인다.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58 대 1을 기록하며 마감했던 대구 수성구의 '수성 레이크 푸르지오'는 계약취소와 부적격판정 등으로 전체 물량(332가구)의 60%(203가구)가 다시 쏟아져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재실시 된 203가구 물량의 무순위청약에 2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평균 10.4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보다 경쟁률이 높았다.

이른바 '있는 사람들'은 까다로운 청약제도와 대출규제에서 오히려 더 강하다. 철저한 분석과 높은 신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대출을 지원하지 않아도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방배그랑자이'는 높은 분양가와 대출제한으로 무순위청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었지만, 1순위에 청약이 마감된 바 있다. '방배그랑자이'는 분양가 12억2300만~17억3600만원에 중도금집단대출 제한과 연대보증 미지원으로 분양대금의 80%를 스스로 조달해야했던 상황이었다.

의도가 선(善)하다고해서 결과까지 선하진 않다. 정부가 서민들을 중심으로 한 실수요층에 집을 마련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그 방법론을 다시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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