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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 한계를 깨다…민주당 최택용의 기장 정치 업그레이드

'철없다'는 일부 논란에도 중앙에선 이미 자생력 인정 '균형발전 목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5.29 10:06:06

[프라임경제] 부산 정계가 총선 1년 전부터 과열되고 있다. 크게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차출론이 여전히 여진을 일으키고 있고, 패스트트랙 여파로 선거구 조정 가능성에 여러 현직 의원들도 분주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장군이 '출마 후보군 4각 구도'를 일찍이 형성하며 선거 드라마가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기장군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해운대·기장을 지역구에서 단일 선거구로 분리돼 떨어져 나왔다. 기장 토박이 외에도 정관신도시 개발로 젊은층의 유입이 많다. 토박이와 신도시 인구가 약 5:5의 호각세를 이루고 있어 유권자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어 어느 당도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무소속으로 내리 3선째 군수를 역임 중인 오규석 기장군수가 지역 장악력을 바탕으로 중도 사퇴 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나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도 내부 갈등이 극심하다. 기존에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현역 윤상직 의원이 이를 번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지역당협위원장으로 발탁된 정승윤 변호사가 제대로 인계를 받지 못해 애를 먹는다는 후문.

이런 가운데 여당의 움직임이 특이하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한국당 현역에게서 금배지를 뺏어온다는 의미가 있어 이 지역에서 철저히 정치공학적으로 최고 효율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여당에선 일단 현재 지역당협을 이끌고 있는 최택용 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우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 위원장의 행보가 이런 관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 

◆'균형발전의 꿈' 생명력 강한 자연산 정치

최근 그는 기장군 행복타운 관련 예산 삭감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평가받으면서 지역 내에 극명히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자 가장 화려한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그는 이 점에 대해서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입장. 우선 그의 이력과 이 같은 소신은 상당히 연관성이 강하다. 경남고를 나온 후 그는 단국대로 진학,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부산대에서 도시계획학으로 석사를 땄다.

최택용 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장이 지역 행사장에서 현안을 알리는 팻말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있다. ⓒ 프라임경제

그런 경제 및 도시환경적 기초 이해로 볼 때 그는 오 군수가 중심이 돼 등장한 행복타운 및 그 부수적 아이디어들에 찬성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행복타운 관련 추경 삭감은 기장군의원들이 주도했고 나는 옳은 판단이라서 찬성한 것"이라고 일단 이 문제를 둘러싼 '기획' 루머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이 주력인 군의회에서 군수와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고, 풀뿌리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접점인 정당 지역위원회의 수장인 자신은 허브(연결다리) 역할만 했다는 겸손함의 표시다. 그러나 자세한 추가 설명을 요청한 질문에 그는 이 사안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단 한차례의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었고,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아직 실시설계도 나오지않은 상황에서, 추경에 근거없이 편성된 50억 예산이었음. 국비와 시비 매칭없는 1020억 순수군비 100% 사업을 ‘묻지마 통과’시키면 그 책임은 후에 누가질까?"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미 낭비한 세금이 돌아올까?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했지만 정치인으로서 후회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이 문제로 일부) 관변단체장과 이장들에게서 욕을 좀 들었다는 것은 맞는데, 그들도 점점 우호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 옳았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고가의 자전거를 타고 지역 행사에 나타났다는 이른바 '철없는 최택용 논란'에 대해서는 쿨하게 반응했다. 일부 그런 비판적 이야기가 돌았던 것은 알고 있다면서 "동호인들이 타는 고급 자전거에 비해서 생각하는 것처럼 고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자전거로 시비거는 사람은 기장군민 중에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 야심차게 펼친 자전거 민심탐방에 대해 진심을 알아주는 지역 반응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 자전거를 지역 활동의 방법으로 택한 건 김훈 작가의 자전거 기행 같은 명문장은 몰라도, 자전거로 구석구석을 누비면 생동감 있는 현장 이야기를 더 많이 디테일하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 때문이다.

◆최재성과 박원순 등 든든한 우군들의 기장 왕림, 왜?

최 위원장은 이런 작은 오해나 논란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기장의 정치 문화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중앙정치판에서 쌓고 인정받았던 역량에도 정치적 고향으로 돌아와 기반을 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택용 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장이 정관선 유치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주문하는 기자회견 모습. ⓒ 프라임경제

그는  단국대 재학 당시, 전대협 서울 남부지구 조국통일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개혁국민정당 활동으로 진보정치에 발을 들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인연이 닿는다는 평. 여기에 열린우리당 해운대·기장을 위원장을 지내면서 17대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근래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이름을 올린, 민주당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대표 시절에 대표 특보를 지냈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동본부장으로 뛰기도 했다.

그야말로 '계파'를 가리지 않고 발탁돼 활동해온 전천후 전문가다. 지난해 11월 박원순 시장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제로페이 홍보활동을 하러 PK 방문일정을 잡았을 때 일부러 기장에 들러 강연 연사로 나선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다. 민주당 중진인 최재성 의원이 29일 기장에서 내년 총선 이슈를 놓고 특강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도 최 위원장의 활동능력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중앙과 기장을 다이렉트로 연결, 정치적 의의와 지분을 키우는 데 열올린 지역 정치인은 전례가 없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을 연사로 초빙한 행사가 기장군에서 열린다. 최택용 위원장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회

최근에는 당파와 입장을 가리지 않고 군민들의 의견을 아우르자는 취지로 '정관선 범군민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이를 내놓은 최 위원장의 넓은 정치적 상상력이 화제를 모았다. 정관은 부산 바깥의 신도시 성격으로 개발됐으나 전철 구축 등 교통 인프라 면에서 약점이 많다. 정관선 이슈를 그가 들고 나온 이유다.

그때그때 표를 의식한 이해득실 계산,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하면 이득이 생기겠다는 생각을 뿌리치고, 한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시며(대통령 후보 조직 보좌역) 몸에 밴 '바보정치'를 해 나가겠다는 의식을 실천하는 셈이다. 기장의 정치적 역량 자체를 높이겠다는 구상은 과연 패스트트랙 등 현실정치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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