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김영춘 원수와 부산 김영춘의 '평행이론'

치적 비중과 정통성 측면 닮은꼴…강성 정치인 이미지도 유사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5.30 10:30:44

[프라임경제]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평행이론'. 북한군을 좌우했던 김영춘(2018년 사망)과 장관 등을 역임한 우리 측 정치인 김영춘의 궤적을 보면 평행이론이라는 키워드를 연상케 된다.

북한 김영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의 장례에 참석, 관에 흙을 직접 끼얹어줄 정도로 신임을 받았던 인물.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도 출세가도를 달렸는데, 그 배경으로는 동해 잠수정 침투 사건과 1차·2차 연평해전 등 도발을 주도한 강경파였다는 점이 거론된다.

근래 북한의 3세 승계 과정에서도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남 대신 김정은이 등극하도록 김영춘 등 군부가 밀었다는 것이다.

김영춘 원수(왼쪽)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의 김영춘 민주당 의원. ⓒ 조선중앙통신·해양수산부

부산동고·고려대를 나와 정계에 투신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풍운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김 의원을 놓고 선수에 비해 부산 지역 내 인지도가 약하다는 소리가 종종 나온다. 서울 지역구(광진구갑에서 16,17대 당선)에서 국회에 등원했던 그의 정치적 출발점에 대한 의구심이다. 즉, 16대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17대에는 열린우리당으로 이동한 전력을 갖고 있는 것.

그러나 1987년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으니 민주적 정당성이 충분히 있다는 게 지지자들의 항변이다. YS가 생전에 그를 '셋째 아들'이라 부를 정도로 아낌없는 후광을 입었고, 그 연속선상에서 출마하다 보니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첫 금배지를 달게 됐다는 것.

당시 정치개혁을 목표로 쓴소리를 많이 해서 보수적 정치인들로부터 '독수리 5형제(김부겸·김영춘·안영근·이부영·이우재씨를 말함. 이들은 현역의원으로서 한나라당을 개혁하려 했으나 이후 좌절했다)'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이후 부산으로 정치적 무대를 옮겼다.

그런 배경과 타협하지 않는 정신 때문일까? 강성으로 분류될 만한 행보도 적지 않았다. 같은 YS계 출발점을 가진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을 저평가한 인터뷰가 한 예다. 2015년 11월 김 의원은 당시 'YS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당시 직함)는 상도동 '직계'로 볼 수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에 대해 바르게 말하고 저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직격탄까지 날렸다.

또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도 악연이 있다.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 문 대통령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때 당시 여당 내에서 강하게 반발, 결국 이를 좌절시킨 문제 인사들 중 하나가 바로 김 의원이었다.

그는 "인사권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말이 안되는 인사라면 당이 반대할 수 있는 것"이라는 논리로 여당과의 소통과 조율 필요성을 청와대에 주문했었다. 그와 몇몇 정치인의 반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 문 대통령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지 못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역임한 데다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사로,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꼽혔다.

이런 원칙론자인 그가 내년 총선판에서 부산을 좌우하는 민주당 측 사령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경험을 쌓은 뒤 총선 준비를 하러 다시 지역으로 돌아온 것. 더욱이 장관직을 내려놓자마자 곧 민주당 부산시당의 싱크탱크인 오륙도연구소 소장직을 차지했다. 여기에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조국 부산 등판론'이라는 강력 카드를 너무 빨리 터뜨려 정국 혼선을 빚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 겹쳤다.

김영춘 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물러난 직후 한 지역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 프라임경제

부산 민주당이 근래 공약 개발과 각 지역의 민원 숙원 사업 해결 채널 마련 등을 모색하면서 '여당다운 총선 대비'로 방점을 바꿔 찍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풀이가 나오는 통이라 더 의미심장한 행보다. 결국 탄탄한 저변 확대를 통해 전국적 바람몰이 기반이 될 정도로 부산을 바꿔놓는, 쉽지 않은 작업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지금까지와 달리 더 중량감 있는 인물이 맡아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셈이다.

앞서 지적한 바 있듯, 김 의원은 사실 원조 친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에게 중책이 주어질 것이라는 풀이가 공공연히 나도는 것은 김 의원이 가진 독특한 이력과 저력이 이번 정권 들어서 높이 평가된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현재 청와대가 친문 인사를 대거 총선에 내보내겠다는 의중을 당에 내비치면서, 이해찬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서는 고심이 없지 않다는 후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이고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등이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왔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더 급을 낮춰 보자면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다양한 청와대 출신 친문 인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선판으로 나서거나 곧 더 나설 것이라는 추정이 분분한 형국이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 책사로 꼽혀온 '양비' 양정철씨도 정치 무대로 복귀하면서 서훈 국정원장 접촉 논란이라는 대형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이해찬 사단과 비주류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문제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친문 중심으로 전면전을 치를 준비를 하자는 상황론과 당 시스템의 역할 모델 확립이라는 가치관이 부딪힐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청와대로서는 노영민 현 비서실장 등 일부 비문 인사들과 친문 인력을 함께 동원함으로써 굳건히 청와대 내부를 장악하고, 1기 청와대 근무자 등이 대거 당선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레임덕 없는 임기 후반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득이 불거질 수 있는 각종 문제를 처리할 필요성이 높다.

이런 역할을 해줄 완충지대가 바로 근래 각 부처에서 국회로 돌아간 전직 장관들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김부겸 의원이 대구에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고, 예민하게 '중간심판' 논리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부산은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에서 해방된 김 의원에게 맡긴다는 것.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도 총선 차출론의 단골 거론 대상이다. 이들은 모두 정통파 친문 인사로 보기는 힘들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상당히 공유하는 인재 풀을 구성한다. 끈끈한 공감대 의식으로 무장한 친문과 당의 간격을 메울 이들 장관 경력자들은 무한 충성 대신 안목과 정책적 경륜으로 대화와 조정을 해나가면서 총선을 꾸릴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김 의원의 부산 사령탑 역할론 완수를 위해 상당히 큰 카드가 연이어 던져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례로 이런 맥락으로 해석되는 행보가 바로 부가가치세법과 지방세법 개정안을 김 의원 측에서 근래 내놓은 것이다.

김영춘 민주당 의원이 부산 총선 전략을 지휘하러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 아이디어의 골자는 지방소비세율을 2026년까지 인상해 7년간 80조원 이상을 국세에서 지방 몫으로 넘겨준다는 것. 국민들의 추가 세 부담 없이도 지방의 금고를 채워줄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국세 몫을 헐어서 지방 금고로 돌리는 셈이 되므로 지나친 지방 배려라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로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여나가도록 재정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통 큰 구상의 산물임에는 분명한 것으로 일단 풀이된다.

이런 강력한 카드를 연이어 터뜨릴 수 있는 담대함과 전문성, 그리고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면 과거의 이런저런 악연은 덮고 문재인 정부 후반부의 안정성을 위해 YC를 띄우는 베팅을 청와대가 못 할 바 아니라는 얘기다. YC로서도 오거돈 현 시장과의 조율 등으로 매번 놓쳐온 부산시장직을 가까운 장래에 해 보거나 혹은 그 이상을 그려보기 위해서라도 총선 역할론을 떠안을 필요가 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작심하고 걸어볼 때 아니냐는 것.

강경한 행보로 늘 화려한 길을 걸었던, 그러면서도 최상의 평을 누렸던 평양 김영춘 못지 않은 꽃길을 김영춘 의원은 걸을 수 있을까?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