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청년칼럼] 마약, 그리고 왜곡된 성의식

 

김도환 청년기자 | dhwowo@naver.com | 2019.06.03 16:31:53
[프라임경제]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가장 큰 논란이었던 '버닝썬 게이트' 수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유착 의혹이 있는 관계자들 외에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대부분 종결된 분위기인 셈이다. 다만 그동안 꽤나 시끄러웠던 것에 비해 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사실 여전히 짚어볼 부분은 남아 있는 상태다. 이번 버닝썬 게이트로 클럽 영업 방식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한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한 다수 클럽 운영진 및 관계자들 인터뷰를 살펴보면, 마약이 클럽 문화에서 있어 암묵적으로 오랫동안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수사는 아쉽게 끝났지만, 마약을 통한 강간 및 성폭행 피해자들의 추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정보와 대처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외국에서는 '데이트 강간 약물', 국내에선 '물뽕'이라는 불리는 감마 하이드록시낙산(이하 GHB)가 있다. 무색·무취·무미한 특성을 가진 GHB는 음료에 타면 식별과 냄새, 맛을 통한 구분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가장 악질적인 약물로 취급되며, 범죄자들에게 가장 많이 이용되는 위험성이 큰 약물이기도 하다. 

아울러 복용 후 12시간 내 체내에서 다 빠져나가 증거 또한 남지 않는다. 특히 이뇨 작용을 강화하는 음료나 술에 섞어 쓰이면서 6시간 내 배출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GHB의 가장 무서운 점은 특유 각성 효과로 인해 복용 당한 피해자가 바로 정신을 잃지 않고 기분이 고양되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단순히 피해자가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졌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는 이후 기억조차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두 번째는 졸피뎀이나 아티반 등 수면제나 항불안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앞서 언급한 GHB는 마약으로 지정되면서 구하기 쉽지 않은 반면, 졸피뎀 및 아티반과 같은 약들은 병원 처방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이들 모두 불면증이나 신경 불안 증세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겐 매우 효과적이고 필요한 약이다. 다만 GHB에 비해 쉬운 접근성으로 악용 소지가 많다. 

대만으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 여성 2명이 현지 택시 기사가 준 음료를 마시고 정신을 잃어 성폭행을 당했던 사건. 일본 숙박업소 주인이 한국인 여성에게 음료에 수면제를 타 성폭행하려 했던 사건. 최근 남성 2명이 공원에서 애완견을 이용해 집으로 유인한 여성들을 수면제를 탄 음료를 이용해 성폭행한 사건 등등. 

어렵지 않게 처방 가능한 약인 만큼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악용되고 있는 사례가 많다. 

다만 해당 약들은 GHB와 비교해 쉽게 구분 가능해 그나마 대처가 수월한 편이다. 

우선 음료에 첨가할 경우 색깔이 뿌옇게 변하고, 잔 밑에 가루가 남는다. 또 마치 약을 먹은 것처럼 끝에 쓴 맛이 강하게 남아 평소보다 음료 맛이 쓰다면 의심해야 한다. 아울러 맥주나 탄산음료에 섞으면 보통보다 거품이 높게 올라온다. 

이처럼 무색·무취·무미한 GHB에 비해 의심할 만한 요소가 많아 나열한 요소들만 기억한다면 불상사에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어색할 수 있지만, 외국에선 화장실갈 때도 본인 잔을 들고 다니는 '술잔 사수 문화'가 일반적이다.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잔을 챙기는 습관을 들이고, 분위기에 휩쓸려 남이 주는 술을 쉽게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평소 주량보다 적게 마셨음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도움을 청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을 만한 사람을 지근거리에 둬야 한다. 

만약 본의 아니게 약물을 섭취했다는 의심이 들면 체내에서 검출될 수 있는 소변을 최대한 참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번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대화 내용을 보면, 입에 담기 힘든 패륜적 언어들이 넘쳐나고 있다. 피해 여성을 음식이나 시체에 비유하고, 영상을 공유하고 낄낄거리는 그들 태도가 한국 사회에서 비단 그 채팅방 한곳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닐 것이다. 

정신이 없는 상대방을 덮치고, 그걸 희화화하는 왜곡된 성 의식.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에 앞서 상대방을 단순히 성적 도구, 대상화하는 저급한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가장 근원적 해결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김도환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