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 그리고 혈뇨와 방광암

2019-06-03 18:37:23

[프라임경제] 검은 백조라는 의미의 '블랙 스완(black swan)'은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돌이켜 분석하면 충분히 예견이 가능한 사건에 사용되는 경제적 용어다. 

반면 '회색 코뿔소(grey rhino)'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해 버리는 위험요인을 의미한다. 검은 백조는 예측과 대비가 어렵지만, 회색 코뿔소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대처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난해한 경제 용어인 검은 백조와 회색 코뿔소가 방광의 건강에도 존재한다.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을 300-400cc 저장했다가 요도를 통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요로기관인 방광의 점막에 악성세포가 발생하는 것이 방광암이다. 주로 60-70대에서 발생하고, 여성보다 남성의 발병 위험도가 4배 높다. 

남성에서 많은 이유는 담배를 비롯한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의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흡연은 방광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발생 위험도가 6배 높고, 흡연 양과 기간에 비례해서 위험도가 증가한다.

그밖에 염색약품 등의 화학물질이나 만성 요로감염도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방광암은 점막에서 발생하는 이행상피세포암으로, 점막 아래 근육층까지 침범했는지에 따라 비침윤성과 침윤성으로 나뉜다. 초기에 해당하는 비침윤성 방광암은 내시경수술로 치료가 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된 침윤성일 경우 방광 전체를 제거하는 방광적출술을 시행해야 한다. 

방광암은 60-70%의 높은 재발율을 보이고 최근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치명적인 암이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완치율과 생존율, 그리고 치료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방광암과 관련된 특징적인 초기 증상이 없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비흡연자나 특별한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나 발병률이 낮은 여성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광암의 발생은, 모든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검은 백조'와 같은 존재이다. 

더구나 암세포가 방광을 벗어나 임파선이나 다른 장기에 전이가 된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지만, 치유율이 떨어지고 많은 노력과 시간, 육체적인 고통을 겪어야 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검은 백조로만 방광암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경고를 보내주는 '회색 코뿔소'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다. 요로점막 상피에서 발생하는 방광암은 초기증상으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를 보인다. 

소변이 빨갛게 보이는 육안적 혈뇨도 있고, 그냥 보기에는 맑으나 현미경검사를 통해서 적혈구를 확인할 수 있는 현미경적 혈뇨를 보이기도 한다.

빨간 소변을 보면 처음에는 놀래지만 소변보는 불편함이나 통증이 없는 무증상 혈뇨가 대부분이다. 혈뇨도 계속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보였다가 수개월 동안 괜찮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혈뇨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만 무시해버리는 회색 코뿔소와 같은 위험 요인이다. 

방광암의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40대 이후 한번이라도 혈뇨를 보거나 건강검진에서 현미경적 혈뇨가 발견이 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혈뇨에 대한 정밀검사로 요세포검사와 CT촬영을 시행하고, 50대 이후 남성은 전립선비대증 검사, 40대 이후라면 방광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요도방광내시경 검사를 한다.

모든 혈뇨가 방광암을 비롯한 비뇨기계 암 때문은 아니다. 혈뇨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연령과 성별, 그리고 동반증상에 따라 원인질환이 다르다. 배뇨통증이나 빈뇨를 동반하면 방광염, 옆구리 통증이 있으면 요로결석으로 인하여 발생한 혈뇨일 가능성이 많다. 

이외에 심한 운동 후에나, 옆구리에 충격을 받았을 때, 혈액이나 신장질환, 약물 등에 의해서도 혈뇨가 보일 수 있다.

남녀에 상관없이 흡연자이거나 40세 이상에서, 그냥 어쩌다 한번 혈뇨가 보인 것이라고 무시하면 검은 백조처럼 어느 날 갑자기 방광암이 나타난다. 

어떠한 형태의 혈뇨라도 방광암에 대한 사전 경고인 회색 코뿔소로 여겨서 정밀검사를 받아 초기에 발견이 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치료가 가능하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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