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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창문형 에어컨 대란 속 '전기세 폭탄' 주의보

대다수 창문형 에어컨, 에너지 효율 낙제점…이동식은 인증조차 없어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9.06.11 14:30:45
[프라임경제] 주로 전월세 살이를 하는 소형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비교적 설치가 편리한 이동식·창문형 에어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3년 새 매출과 판매량이 3~5배가량 성장했을 정도. 심지어 일부 제품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대다수가 에너지소비효율 4~5등급에 불과하거나, 효율인증조차 거치지 않아 장시간 사용 시 '전기세(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식·창문형 에어컨 열풍…판매량 3년 새 3~5배 ↑

10일 에누리 가격비교에 따르면, 이동식 에어컨은 지난해 판매량과 매출 모두 전년과 비교해 1.5배, 2배 증가했다. 이를 최근 4년(2015년 기준)까지 확장하면 성장세는 3배 이상으로 커진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종합가전 기업 신일산업(이하 신일)은 지난 6일 홈쇼핑 2개사(롯데·현대)에서 이동식 에어컨 첫 론칭 방송을 실시했는데, 2회 방송(125분) 만에 총 3300대(17억6000만원)를 판매했다. 1분당 28대 꼴로 판 셈이다.

왼쪽부터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신일 이동식 에어컨. ⓒ 각사


창문형 에어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리빙가전 전문기업 파세코(037070)는 지난 5월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한 후 현대홈쇼핑, GS홈쇼핑, NS홈쇼핑, 롯데홈쇼핑에서 총 7회에 걸쳐 판매했는데, 방송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든 홈쇼핑 채널에서 준비 물량이 모두 동났다.

최근 수년간 상승세도 꾸준했다. 에누리 가격비교 통계자료를 보면, 창문형 에어컨은 지난해 판매량과 매출 모두 전년 대비 1.5배, 1.3배 올랐다. 2015년과 비교하면 각각 4.5배, 5배까지 치솟는다.

이는 주로 전월세 살이를 하는 소형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별도의 공사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들 제품이 각광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에어컨 전기세 민감한데…"효율 낮거나 인증조차 안 받아"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 제품 사용 시 '전기세 폭탄'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창문형 에어컨 대다수가 에너지소비효율 4~5등급에 불과한데다, 이동식은 인증 대상기기가 아닌 탓에 어느정도의 효율이 나올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쇼핑 사이트에 등록된 신일 이동식 에어컨 상품정보. 신일은 에너지소비효율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재란이 비어 있다. 이에 대해 신일은 "현재 홈쇼핑을 비롯한 유통채널 규정을 준수해 제품 정보(소비전력 포함)를 안내하고 있다"며 "이동식 에어컨의 경우 에너지효율등급 대상이 아니라 현재는 등급을 표기하지 않고 있으나 규제 대상으로 변동될 경우 이를 적극 준수,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NS몰


일례로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제품명 PWA-2100W·5평형)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에너지소비효율 중 최저인 5등급을 받았다. 월간소비전력량은 136.9kWh로, 하루에 7~8시간 사용했을 때 전기세만 1만1000원가량(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 계산기 기준)이 나온다. 

반면, LG전자(066570)가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로만 판매하는 창문형 에어컨(제품명 WQ04DAWA·4평형)은 냉매를 압축하는 장치인 실린더를 2개(듀얼 인버터 컴프레서) 탑재해 에너지소비효율을 1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월간소비전력량은 67.5kWh, 전기세는 3700원 정도가 부과된다.

이를 단순 계산해보면 두 제품의 월 전기세 차이는 3배까지 벌어진다. 문제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다른 가전제품들의 소비전력까지 포함하면, 누진제(전기 사용량에 따라 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에 따라 사용자들이 지불해야 할 전기세 차이는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파세코 측은 냉방성능과 보안을 높이는 데 주력하다보니 에너지효율이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를 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는 것.

파세코 관계자는 "당사 제품은 경쟁기기보다 냉방능력이 높다"면서 "또 댁내 보안을 높이기 위해 창문을 여닫을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하다보니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인버터 기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에어컨 사용 시 전기세를 가장 예민하게 생각한다"면서 "최저 등급을 받을 정도의 낮은 효율은 전기세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동식 에어컨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촉구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현재 이동식 에어컨의 판매량이 많지 않다고 보고, 에너지효율 인증 대상품목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많은 업체들이 에너지 효율 정보 없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동식 에어컨의 판매량이 늘고 있는 만큼 효율인증 대상품목에 포함·관리함으로써 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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