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츠동은 톤카츠(돼지고기 커틀릿)를 양파와 함께 간장 맛 소스에 조려 밥에 올리는 요리다. 일차 완성된 커틀릿 위에 계란을 덮어 마무리하는데, 이를 타마고토지(卵とじ)라 한다. 주로 물기 많은 조림·죽·면 등에 나타나는 조리법이다. 지역이나 점포에 따라서는 타마고토지 대신 안카케(녹말 액)나 타레 등 전용소스를 뿌려주는 곳도 있다. 그리고 카츠동 중에는 톤카츠 외에 쇠고기·닭고기·새우·민치카츠를 이용하는 버전도 있다.
토쿄 사카모토야의 타마고토지·카츠동 ⓒtabelog.com
카츠동은 볼륨이 풍성하고 영양가가 충실해 직장 남성들의 점심메뉴로 인기가 높다. 2018년 8월 인터넷 포털 goo의 랭킹 투표서비스에서 '가장 맛있는 돈부리'로 카츠동이 1위를 차지했다. 8232명이 참가한 이번 투표에 가격이나 구매 편의 등은 반영되지 않았지만, 카츠동이 돈부리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이 흥미롭다. 이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맛이기도 하지만 '승리하다'의 '카츠(勝つ)'와 발음이 같아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이 즐겨 찾기 때문이다. 한국의 합격 떡과 유사한 맥락이다.
카츠동 중 가장 대중적인 타마고토지 스타일은 1918년 토쿄 와세다대학 근처 산쵸안(三朝庵)이라는 소바(메밀)집에서 탄생했다.
당시 톤카츠는 회식자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서양요리였는데, 전통음식점에서도 이 메뉴를 팔고 있었다. 톤카츠는 만드는데 시간이 걸려 예약이 들어오면 미리 준비해 놓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취소나 변경이 발생하면 처리가 곤란하다. 이러한 점주의 고민을 잘 알고 있던 한 와세다 대학생이 아이디어를 낸다. 식은 톤카츠를 소스에 졸인 후 타마고토지로 마무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보다 앞선 1913년, 카츠동의 또 다른 장르인 소스 스타일이 같은 와세다대학 정문 앞 요롭파켄(ヨーロッパ軒)에 등장한다. 독일에서 요리를 공부한 후쿠이현 출신 타카하타가 우스터소스 스타일을 선보인 것이다. 대학 앞에 점포를 낸 것은 생소한 서양요리를 대학생들이 받아들여 주리라는 기대에서였다.
이후 요롭파켄은 인근도시까지 지점을 내지만, 관동대지진으로 영업기반을 모두 잃고 후쿠이로 거점을 옮긴다. 현재는 후쿠이시와 그 주변에서 19개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같은 자리에서 5대에 걸쳐 100년 넘게 타마고토지 카츠동을 제공해 오던 산쵸안은 2018년 7월 31일자로 폐점했다. 점주의 노령화가 이유였다.
일본 식문화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는 톤카츠는 '톤(돼지)'과 커틀릿의 일본식 발음인 '카츠레츠'를 합성한 명칭이다. 영어로는 포크커틀릿, 한국에서는 돈가스가 표준어다. 다만 본 칼럼에서는 현지 발음에 가까운 톤카츠로 표기한다.
톤카츠는 1899년 토쿄 긴자에 위치한 양식집 렌가테(煉瓦亭)의 '포크 카츠레츠'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다. 그 이전에도 돼지고기를 기름에 볶거나 지지는 서양식 커틀릿이 있었지만, 텐푸라처럼 기름 속에 넣어 튀기는 방식은 렌가테가 처음이었다. 익힌 야채 대신 얇게 채친 양배추를 낸 것도 신선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포크 카츠레츠는 쇠고기나 닭고기 커틀릿에 비해 인기가 떨어졌다. 오히려 독립 메뉴보다는 카츠동을 만드는 재료로 존재감이 더 들어났다. 당시는 고기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요즘 같이 두툼한 톤카츠는 1929년 토쿄 우에노의 양식당 폰치켄(ポンチ軒)이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폰치켄은 부드러운 등심부위를 은은하게 튀긴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내놓아 호평을 받는다. 포크와 나이프가 아닌 젓가락을 이용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