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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빛물꿈' 논란? '그랑시티자이 대박' 배경된 안산시를 살펴보니…

리먼 여파 '3.5兆 사업' 좌초 위기…검토 끝 지속 추진 지자체 판단력, 남부안산개발시대 열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6.11 19:39:24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 기장군이 대형 토목공사 무리수 논란으로 시끄럽다. 정관빛물꿈 사업을 추진하려는 오규석 기장군수와 이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기장군의회 사이의 갈등이 추경 심의 전면 거절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오 군수는 지난 번 2019년도 1차 추경안을 올렸는데 기장군의회에서는 이에 포함된 특정 사업 예산 50억원을 삭감조치했다. 이는 빛물꿈 사업의 1차 추진 단추라는 점에서 사실상 사업 전반에 제동을 거는 시도로 풀이됐다.

오 군수는 선거 공약 사업이므로, 자신이 당선된 상황에서 정당성과 주민 지지는 확보됐다는 입장. 여기에 교육타운 구성이 골자인 빛물꿈 사업은 그 파급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기장군민만의 사업이 아닌 부산시민 전체를 위하는 일이라는 자신감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많은 기장군의회는 이 사업이 전체적으로 문제라는 시각을 기반으로 사업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이긴 하지만 군의원들과 두루 교감이 큰 최택용 민주당 기장군당협위원장도 이런 시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천문학적 금액을 모두 군비로 기획한 자체부터 틀렸기 때문에 사업 전체를 문제시하고 있다. 

9일 그는 SNS에 올린 글에서 "1020억 순수 군비로 토건 사업을 계획하는가"라며 비판했다. 국비와 시비를 매칭해야(만많이 끌어와야) 가능한 일인데, 애초 이런 군비 단독 사업을 견제없이 시작하는 자체부터 문제라는 게 최 위원장의 얘기다.

오 군수는 생활 SOC사업 추진이라는 기발한 방법으로 기장군의회의 반대를 돌파하기로 했다. 이 추진안이 승인되면 국비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관빛물꿈 프로젝트 상상도. ⓒ 기장군

하지만, 이 우회책 때문일까? 감정 문제가 다시 악화됐다. 기장군에서 올해 2차 추경안을 올렸음에도 기장군의회가 이에 대해 상정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5월 말 내놔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이어 빛물꿈 사업이 싫어서 다른 문제까지 모두 틀어막는 것이냐는 해석이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니 일정한 냉각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추경 올스톱이 아니라, 사실상 추경 올킬이라는 소리마저 나온다. 빛물꿈 돈줄을 모두 자름으로써 사업 제동을 걸겠다는, 즉 국비가 나중에 들어오든 어떻든 강력하게 견제하겠다는 소리나 진배없다는 것.

한편, 이처럼 지역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기장군의회 일각에서는 10일경 추경 상정은 하기로 일부 방침을 바꾸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예산은 모두 자르는 등 기장군에 불만성 신호를 계속 보내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전부 거절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이 양쪽 평행선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갈등이 일어난 원천적 문제, 즉 지방자치단체 그 중에서도 도 등의 큰 단위(광역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군이나 시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꿈꿀 수 있는 깜냥의 크기와 그 추진 방안의 허용 범위가 과연 어느 정도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사업규모 즉, 사업의 관련 인구나 면적 혹은 사업비 등의 규모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즉 깜냥의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과감한 개발 이슈를 그리고, 여기에 민간사업자 등이 함께 추진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다만 그 추진 과정에서 지역 펀더멘탈상으로 구상을 추진하는 자체가 무리하게 꿈을 그리면 이는 문제가 된다. 절차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든지 하는 각종 제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강행하겠다는 태도도 문제다. 하지만 이 경계선에서 좌초와 계속 추진의 갈림길에 서는 경우가 있고 이것은 고심거리가 된다.

좋은 참고 사례로, 과거 안산시의 케이스가 이런 문제들을 두루 갖춘 이른 바 갈림길에 선 사례였다. 흔히 안산시라는 지방자치단체가 이 구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보다는 'GS건설의 그랑시티자이 대박' 등으로 주로 회자된다. 하지만, 실패 위험이 큰 대형개발사업을 장기간 잘 추진해 결국 목적을 완수해 낸 케이스다. 그리고 '안산남부개척시대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안산시라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땀과 영감을 기억할 만하다. 

안산의 사동 개발은 남부안산개척시대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을 듣는다. 그랑시티자이 등 성공으로도 세간에 잘 알려졌다. 안산시는 장기간 표류에도 추진을 위해 상당히 고심했다. ⓒ GS건설컨소시엄

단일 브랜드 단지만 7600여세대가 계획돼 눈길을 끌었던 그랑시티자이는 2016년 하반기 1차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에 이어 2018년 6월 첫 선을 보인 1차 상가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분양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이후 2018년 늦가을 진행한 마지막 파크 에비뉴 73개 점포까지 계약 하루 만에 조기 완판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이 안산 그랑시티자이의 대히트는 일단 콘첸츠 전쟁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스카이 커뮤니티를 비롯 단지 내 수영장, 실내체육관 등 안산서 처음 도입한 커뮤니티시설이 인기를 빚어낸 요소 중 하나다. 편리한 생활 여건을 만든 점과 다채로운 입주민 전용 서비스 프로그램의 힘이라는 것.

그 다음 요소는 무엇일까? 위의 이점들도 분명 주요 요소지만, 사동 90블록 개발사업이라는 전체 그림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규모만 해도 판교 알파돔시티 3배가 넘는 37만㎡ 규모로 평가되고, 특히 총 3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사동 문제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동 90블록 이슈가 짧은 기간 내 이뤄진 상전벽해의 신화도 아니고, 추진 기간 내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10여년간 답보상태에 있던 주거와 업무·상업·문화시설이 연계된 사동 90블록 개발사업은 존폐 위기를 겪었다. 2015년경 특히 극심했던 이 위기를 넘긴 건 불법 여부를 검토한 뒤,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냉철히 감안해 결국 승부수를 띄운 안산시의 뚝심 때문. 

앞서 말한 요소들이 일부라도 결여된 무모한 사업 강행이라면 도박이겠지만 결국 건곤일척이라는 확신 끝에 안산시는 사업 지속을 택했다.

2015년경 안산시의 고심이 깊었던 건 왜일까? 일부에서는 무리한 계속 추진 고집이라는 평을 하기도 했고, 또한 특혜 우려도 제기했었다.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당시 컨소시엄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었다.

컨소시엄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외국투자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도록 했는데, 이 조건을 컨소시엄 측이 못 맞췄던 것. 하지만 이는 특혜 문제로 간단히 정리할 것은 아니었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게 2008년 10월경이라는 특수성 때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된 뒤 당시까지 외국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즉 글로벌 위기가 전대미문급으로 여파를 미치고 지나간 다음에, 조건의 틀림없는 충족을 요구하는 게 능사냐는 반대 의견이 안산시 내부에서 있었던 것. 

그래서 국내 기업들도 동훈을 제외한 다른 투자자를 확정하지 못한 터였지만, 2014년 10월에 GS건설 측이 사업계획서를 내면서 새 페이지가 열렸다.

안산시에서는 2015년 이 문제를 숙고하기에 이른다. 여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안산시 전반의 개발과 발전에 이 추진이 꼭 필요하다는 남부개척 의지가 부각됐다. 부수적으로는, 부지 매각과 관련해 안산시가 먼저 의향을 보이지 않으면 향후 사업이 무산됐을 때 책임 발생 가능성이 생기는 등 법적 문제도 있다는 조언도 작용했다. 

결국 안산시는 공유재산 매각과 감정평가를 추진하면서 관련 이슈의 인공호흡에 나섰고, 특혜는 안 된다는 판단 및 공복으로서의 의무, 국민정서와 함께 과감한 사업 추진을 통한 복리증진이라는 여러 요구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는 것.

안산시의 승부수가 꼭 완벽한 것도 아니고 결과가 좋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미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GS건설이 사업에 크게 성공한 것이 과연 이런 모든 점에 우선하는 절대선도 아니다. 다만 적어도 경제적 측면 그리고 법적 측면에서는 행정과 민간사업이 서로 어떤 금도를 지키고 또 어느 금도 안에서 최대한 자율성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고, 그 답 중 하나가 사동 90블록 주변에서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동 프로젝트의 대명사격인 그랑시티자이의 히트는 기존에 없거나 부족했던 메리트를 제시함으로써 지역민들이 '우리 동네에도 이런 게 생긴다'는 만족감을 부여했음은 물론 외지인들에게 '안산에 살고 싶다'는 새 니즈를 일으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글로벌 경제난이 지나간 상황에, 특출나게 부유한 기초지방자치단체도 아닌 안산시에서 좌초 위기에도 이런 10년여의 결실로 마무리를 지은 점은 근래 기장군의회가 기장군 견제 과정에서 벌인 에피소드와 대조된다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는 정당 배경이 없는 무소속 독불장군 군수가 그리는 사업을 기장군의회나 기장에 뿌리를 둔 정당정치인들이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꿈의 크기를 제약한 것이라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추경 안건 상정 자체를 거절하는 등의 무리수까지 사용하기 보다는, 다른 방향의 질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

군비만으로 너무 큰 사업을 추진하는 게 불만스럽더라도 공약 사업으로 내걸고 또 그걸 기반으로 당선까지 됐다면 아예 못하도록 하기 보다는 시비와 국비 매칭을 얻어오도록 견제만 적정한 선에서 하고 그 추진 자체를 미리 압살하려 든다는 오해를 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가장 중요한 견제라는 것은 지역 불경기이든 글로벌 불황이든 간에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의 가려움을 모두 긁어줄 콘텐츠들로만 새로 꽉 채워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많은 논란과 의혹을 받으면서도 3.5조급 사업을 결국 공중분해 시키지 않은 안산시의 지혜를 기장 사람들이 배워야 할 때라는 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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