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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연 개혁지진 재조명①] 김세연, 월남정글 직접 뛰어든 맥나마라의 꿈

'당수 사조직 아닌 당의 총선 전위대' 의중…발언 조심 일부 제동에도 개성 유지될 듯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6.12 18:19:41

[프라임경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뜬금없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1번지 종로에서 출마해야 하지 않느냐는 폭탄발언을 내놓기도 했지만, 연구원에 부임한 이래 조직을 확 바꾸는 데 열을 올리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아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 개편의 장면장면마다 그야말로 관성에 찌들지 않는 새 기법과 철학이 엿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그는 기존 연구원 조직(기본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은 잠시 동면시키고, 마케팅조직이나 연구개발조직(기업 같으면 R&D조직으로 불린다) 등으로 바꿔 가동하는 상황 실험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태스크포스(TF)에 가까운 합종연횡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에 따로 근무하던 이들도 서로 연결짓는 데 성공하는 조짐이 보인다는 측면에서는 매트릭스 조직(여러 일을 중첩해 서로 처리하며 협력, 견제하는 시스템) 도입을 모색하는 것으로도 평할 수 있다.

한국당 조직에 매트릭스 접목? 신선하고 깨끗한 금수저

이처럼 신선하고 특히 기존의 관행에서 자유로운 조직 기류를 탐하는 그의 철학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호사가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주지하다시피, 부산 유력기업 오너 집안 출신이자, 부친 김진재 전 의원의 뒤를 이은 정치인이라는 이중으로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그 여파로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도 손가락에 드는 대부호이자 쉽게 3선까지 올랐다는 짠 평가를 듣는 부담감을 지고 있다.

그런 이력 때문에 삼성의 3세 경영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비교되기도 한다. 마침 이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 전공, 김 의원은 국제경제학 전공으로 학맥도 약간 닿는데다, 연령대나 젠틀한 이미지 등 겹치는 요소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18대 의원으로 처음 등원한 이래 많은 고민을 해온 금수저 같지 않은 금수저다. 초선 시절, 재벌 중심 경제의 기본틀을 개혁하는 데 천착했던 바 있다. 현재는 '2020 경제대전환 특별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가 여의도연구원 수장이 되고 또 조직 개혁을 강화하자 기대감이 당 안팎에서 각별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가 조직을 바꾸는 것에 대해 싱크탱크를 연구하는 조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싸우는 조직 중 하나로 개편하는 것이라는 면에서 관심이 더 강화되고 있다.

일선 칼잡이로 여의도연구원이 투입되진 않겠지만, 총선이라는 당은 물론 보수 정치계 전반의 운명이 걸린 큰 전쟁인 다음 총선에서 여의도연구원이 뒤에 물러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사를 뿜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 연합뉴스

즉 총선 전위대로 여의도연구원을 쓴다는 구상에서 입맛에 맞게 수술 중이라는 것인데, 다만 언론 인터뷰에서 보듯 그는 총선 대비와 여의도연구원 관계를 황교안 대표 체제 강화라는 각도에서는 가져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계를 제대로 못해 조직이 망가진 전례가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것.

결국 친황 체제 구축의 사병이 아닌, 당의 야전 정규병력으로 여의도연구원이 탈바꿈하는 특별한 장면을 우리 유권자들은 목도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확실히 질문 안 하면 모호한 답 내놓는 성격?

한편, 그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질문을 받을 때 늘 모호하게 두루뭉술한 답을 한다는 일부 평가가 있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폴리뉴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5.18 망언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까?" 질문을 받은 그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아리송한 답을 남겼다. 같은 인터뷰에서 "총선 이전에 혁신될 준비(보수대통합 준비)가 되겠는가?"라는 질문에도 모호한 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5.18 망언 논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등 의견을 묻는 경우 오히려 답이 명쾌하다. 3월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그는 'YTN'과의 대화에서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론을 내고 다음 과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발언 당시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이는 중도(유보) 입장이라기 보다는 읍참마속으로 기운 내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보수적 정치인 자체가 싫다는, 어떤 옳은 말과 좋은 정책을 제안해도 표로 연결 안 된다는 '젊은층의 한국당 거부'를 '메신저 거부 현상'으로 평가, 표현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를 한 그의 목소리도 여럿 들려왔다. 이 표현이 그의 전유물도 아니나, 상당히 사용이 빨랐다는 것. '보수의 영원한 책사이자 원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같은 경륜의 정객과 유사한 이해도와 감식안을 그가 가졌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진다.

젊은층과의 소통 능력 강화 문제에 대한 질문에 "(금년) 연말보다 (보수의 메신저 문제 개혁이) 빨라야 한다"는 '절제됐으나 경각심 어린 표현'을 내놓은 게 위의 5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였음을 고려하면 일부의 의구심은 자연히 해소된다. 즉, 처음엔 날카로웠는데 날이 갈수록 말을 조심하고 두루뭉술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은 일단은 접어둬도 무방할 것이라는 얘기다.

◆전쟁 망친 똑똑한 젊은 장관 맥나마라는 반면교사?

그런 맥락에서 이재용 부회장 못지 않게 그와 겹쳐 떠올려 볼만한, 하지만 그가 거북해 할만한 인물이 하나 더 있다. 케네디 행정부에서 최연소 국방부 장관 기록을 세운 것으로 회자되는 맥나마라 전 장관과 김 의원의 이미지 흡사함의 문제다.

맥나마라 전 장관은 국방부에 발탁되기 전엔 자동차 회사 임원을 지냈고, 대단히 명민하고 기억력이 좋은 인물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전쟁을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꾸리는 국방부 개혁 작업에 적임자였다는 것.

하지만 그는 나중에 결국 자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월남전에서 미국이 패배하는 것을 목도했다. 그 이후 그는 전쟁에서는 자료가 가장 중요하지만, 정신적 측면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는 일명 '11개의 분석'을 남기기도 했다.

김 의원의 의지와 순수함, 그리고 그간의 역량에도 일부 못 미더운 시각이 있는 건 바로 그런 소년등과에 대한 우려 미국식으로 표현하면 맥나마라의 반복에 대한 우려라고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가 여의도연구원을 총선 전위대로 날카롭게 벼리는 상황이 남달라 보인다. 자기 스스로도 전쟁터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양한 자원과 우수한 무기, 압도적 경제력만 믿고 컴퓨터를 돌리면서 구상을 하는 식으로 일하면 안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

월남 정글 한복판에 직접 캠프를 차렸다면, 맥나마라는 월남전 승리를 일궜을까? 김세연식 개혁 노력을 보면 현장에 직접 나서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맥나마라를 연상할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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