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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총장 후보의 좌천 이력, 검찰 지을 새 집 재산될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6.18 09:08:33

[프라임경제] 기름값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붙어있는데, 옆의 유리창에는 '우동'이며 '카레' 등을 흰 글씨로 적어뒀네요.

이 곳의 업종은 식당일까요 혹은 기름집일까요? 보통 기름과 얼음은 같이 팔아도, 식당에서 석유 가게를 겸하는 경우를 본 기억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연은, 기름집 자리에 식당이 새로 둥지를 튼 경우입니다. 기름 시세가 지금 물가와 너무 동떨어져서(경우값이 리터당 7**원선이라니, 정말 꿈의 가격이네요) 눈치를 챌 수 있지요. 식당 구도심의 건물을 인수해 식당이나 카페로 꾸민 가게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려 손님들이 찾아드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이 가게의 경우도 회벽을 바른 오래 전 건물 스타일에 창틀도 예전 나무틀을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스낵 입구 모습. ⓒ 프라임경제

가게 밖에 나앉은 대기줄이 있고 이름을 올리는 대기표까지 미리 준비돼 있는 걸 보면, 인기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 가격표가 '현역'이 아니라는 점은 오래된 상표로도 짐작할 수 있는데요. 표지판 속 LG정유는 나중에 LG칼텍스정유라는 이름을 쓰게 되고, 동업으로 그룹을 운영하던 구씨와 허씨가 서로 LG와 GS로 분리, 결별하게 될 때에는 허씨 집안 몫으로 넘어가서 GS칼텍스가 되지요.

진작에 본래 쓰임을 다해 용도폐기될 처지였지만, 건물의 역사를 알려주는 한때의 증거물이자 새로 들어선 식당 영업에 정취를 더해주는 소품으로 벽면 중앙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무일 검찰총장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서, 청와대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새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문 총장보다 5기수 아래에서 새 총장 후보가 나온 만큼, 관례대로라면 선배거나 동기인 간부들이 상당수 검찰을 떠나는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단 기수 문제가 아니더라도 청와대가 검찰 개혁 측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파장과 인적 쇄신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풀이도 뒤따릅니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선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발탁됐으나 수사 방해 문제로 상부와 마찰을 빚었고 좌천성 발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설을 제기하는 등 상황이 대단히 시끄러웠는데요.

수사와 관련된 마찰로 스타가 되는 경우는 상당히 있었지만, 그런 경우 대개 검찰 등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 다른 길을 걷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직 고등검사장을 구속하는 파란을 일으켰던 평검사가 결국 따돌림을 많이 받아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파견 등 밖으로 돌다 정치권으로 떠난 경우가 있었고요(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근래에도 수사 외압 폭로 이슈로 경찰을 뒤흔들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경찰 간부도 결국 출마를 한 바 있습니다(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윤 후보가 낙마하지 않고 무사히 검증절차를 통과, 총장이 되면 단순히 일을 잘 하는 수사통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외압 논란으로 불이익을 받는 등 부침을 모두 이겨내고 조직의 최고 수장에 오른 이력에서 이색적인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윤 후보는 노무현 정부 초기 검사를 그만두고 로펌에 근무한 바도 있으나 어느 날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라며 사표를 내고 친정인 검찰로 복귀를 한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잘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이 많지만 한편에서는 순수한 기대가 아니라 정권 말 레임덕을 방지해 줄 방패 역할을 기대한 인선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반대편에서는 문재인 라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경찰 수사권 독립과 검찰의 관리권 조정 등 민감한 이슈가 산적한 점도 새 총장의 짐이 될 전망입니다.

정파적으로 흐를 위험 혹은 그걸 바라보는 상호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긴 하지만, 좌천과 바깥 생활 등 흔적을 가진 새 사령탑이 들어서게 되는 만큼, 검찰 조직이 새 각오를 새기기엔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경찰과의 역할 모델 조정 등 새 기조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수사와 기소 본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 국면에서, 새 총장 후보의 이력과 거기서 파생된 철학이 인테리어 소품 이상으로 의미있는 이정표로 남아 작용할지 주목해 볼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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