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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RPA, 업무 혁신인가? 일자리 위협인가?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19.07.02 19:47:09

[프라임경제] #새벽 4시. 자동으로 컴퓨터가 켜지고 전날 마감된 데이터를 엑셀에 붙여넣어 보고서를 작성한다. 마우스는 한치에 머뭇거림도 없이 빠르게 움직인다. 정해진 형식에 여러 데이터를 입력하고 저장해 메일을 보내면 끝. 사람이 두 시간 정도 해야 하는 일을 불과 1시간만에 뚝딱 작성해 오타없이 메일을 보냈다. 사람이 아닌 로봇 자동화 프로세스로 말이다.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상 비즈니스 로봇이 보고서 작성, 메일 회신, 팩스발송 등을 자동화하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주로 금융, 은행권에서 비대면 채널에 백오피스 업무 중 정형화·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 한다.

H보험사는 의료비 심사 업무를 자동화 해 하루 1시간 업무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하는 일 중 단순·반복적 업무를 선별해 우선 적용했는데 이에 대해 직원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일과 중 하루 한 시간 정도 업무시간이 줄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내 본연의 일을 빼앗긴 것 만 같아 불안하다"는 걱정도 있다.

직원들의 두려움은 지금 당장 사라진 '1시간 자동화된 업무'가 빙산의 일각으로 그 몸통을 드러내면 인간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에서 오는 두려움 일 것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RPA를 적용할 업무를 선별하는 것부터 중요하다. 모든 업무를 할수 있는 만능이 아닌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보조역할로 봐야 한다"며 "RPA를 도입하는 첫 번째 목적이 직원감축이 아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도구로 인간은 주도권을 갖고 고부가가치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로봇과 경쟁 관계가 아닌, 로봇을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300명 이상 사업장에 전격 시행됨에 따라 RPA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최근 RPA 세미나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 챗봇은 줄고, RPA가 성숙기에 접어 들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해 금융·증권사에서 RPA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쪽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공공에 근무하는 담당자는 "로봇으로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일자리 감축과 이어진다.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치면서 로봇과 관련된 사업은 최근 3년사이 사업비도 줄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페이퍼(paper), 1시간(hour), 1일(day)' 캠페인으로 업무 효율성을 강조했다. IBM은 기업 사무직 업무의 63%가 RPA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기업들도 스탠드 회의로 시간을 제한하고, 유연근무제, PC오프제 등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PC오프제가 시행되면서 오후 6~7시가 되면 자동으로 PC가 꺼진다. 퇴근 후 텅빈 책상에 새벽 4시가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켜진다. 반복되는 업무로 매너리즘에 빠질 무렵, 우렁각시 같은 RPA가 대신 보고서를 보내준다.

이젠 '엉덩이로 일하는 시대'가 지났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성과로 평가받는 등 업무환경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 변화를 혁신으로 받아들일지,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일지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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