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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영화 '또순이' 슈퍼히어로와 60년대 여성의 삶

 

김이곤 청년기자 | dlrhs8685@naver.com | 2019.06.20 16:49:25
[프라임경제] 똑똑해 일을 야무지게 처리하는 여자를 귀엽게 이르는 말. '또순이' 정의다. 그렇다면 60년대 또순이는 어땠을까?

버스 운수회사를 하는 아버지를 돕던 또순이는 자신 수고비 50원을 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야속한 마음을 느낀다. 한편, 버스 운전사가 되기 위해 소개장을 들고 찾아온 재구는 또순이 아버지에게 거절을 당하는 곤란한 상황이 이르자 또순이가 도와주며 인연을 만든다. 

또순이 아버지는 또순이가 재구에게 담배를 사줬다는 얘기를 듣고, 또순이 뺨을 후려친다. 또순이는 가만히 있지 않고 대들며 독립해 혼자 돈을 벌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여기서 나는 또순이가 60년대 당시 일반 여성과는 매우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Mr. Park'과 비교해보면, 큰딸 용순이 재천과 연애를 한다는 소식에 박서방은 분노한다. 하지만 정작 용순은 또순이처럼 당당히 맞서지 않고, 도망 다니기에 바쁘다.

그렇다. 또순이는 과거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다. 영화 '자유부인' 오 마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 본인, 혹은 가족을 위해 일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억척스런 이미지'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억척스러움'을 막연히 비판하기엔 이르다. 당시 사회는 여성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제약이 따랐으며, 또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절약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당시 영화들은 이런 억척스런 여성들을 보수적이고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비판적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잦았다. 

다만 영화 '또순이'에서는 또순이를 억척스런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약한 여성' 입장에서 벗어난 당당한 사업가 모습도 강조했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약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남자친구(재구) 무능력함과 대비하면서 '슈퍼 히어로'로 부각시켰다. 

우리는 영화 '또순이'에서 60년대 초반 여성 서민 삶을 엿볼 수 있다. 

근대화가 본격화된 1960년대는 '잘 살고 싶다'라는 대중적 욕망이 급격히 분출하던 시대였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라는 기대가 대중들의 의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런 대중 욕망이 집약된 단어가 바로 '성공'으로, 영화 '또순이'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약한 여성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타이어 장사 △밀수품 장사 △짐 나르기 등 온갖 힘든 일을 겪으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 '새나라 자동차'를 구매할 정도로 성공한다는 스토리다. 

영화 '또순이'는 성공을 바라보는 대중의 꿈이자, 여성 희망이 집약된 삶의 서사인 셈. 

대중 욕망과 가치, 그리고 삶 기준과 신념 등이 반영된 '여성 성공 스토리'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하나의 신화다. 

또 그 신화는 60년대 박정희 정권이 국민을 일체화·집단화하는 '개발주의 동원 논리'를 감성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김이곤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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