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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 법제화 일주일, 곳곳서 잡음 '삐걱'

'개인신용 대출'만 해당…정보 부족으로 혼선 빚어

김동운 기자 | kdw@newsprime.co.kr | 2019.06.21 17:52:58
[프라임경제] # 시중은행을 통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던 A씨는 지난주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제화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거래은행을 방문해 금리인하요구를 신청했다. 하지만 담당자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은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만 듣고 발을 돌려야 했다.

# 은행 창구에서 영업을 보고 있는 은행원 B씨는 최근 급격히 늘어난 문의전화 때문에 한숨이 늘었다. 금리인하요구권이 자신 대출에도 해당되는지를 묻는 상담건수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금리인하요구권 문의에 영업일 10일 이내에 대답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은행원이 낼 수도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12일부터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적 효력을 가지면서 현재 대출을 받고 있는 국민들 이목이 주목하고 있다. 다만 많은 국민들은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했지만, 실제로 대출금리 인하가 시행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법제화 이후 금융업계는 잇달아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안내 공지사항을 홈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에 띄우며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상세한 안내사항이 부족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 신용대출 한정…신규 가입 시에도 따져봐야

이번에 법제화된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이나 소득 증가, 승진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될 경우, 기존 체결한 대출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해당 권리는 이전에도 금융업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항이었으며, 추가 부분은 '금융사 고지의무'에 한하는 정도다. 

시중은행들은 금리인하요구권과 관련한 정보들을 창구를 통해 전달하고 있지만,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 김동운


금리인하요구권에 해당되는 대출상품은 개인소득이나 현재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책정되는 '개인 신용대출'에 한정된다.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 대출이나 정책 및 상품을 통해 고정금리로 출시되는 '전세자금대출'과 같은 대출은 해당되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창구 담당자는 "개인고객들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고객들이 본인 대출이 금리인하요구가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경우가 잦아졌다"라며 "앞에서 언급한 대출들은 상품마다 책정된 금리를 쓰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 대출유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일반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금리인하요구를 할 수 있는 대출일지라도 시중은행에서 금리인하요구가 받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객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면 은행은 우선 내부기준에 의한 신용평가에 들어간다. 이중 소득 증가나 승진하는 등 요건 충족시에도 다른 항목에 부정적 사항이 포함될 경우 금리인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신이 받은 대출이 금리인하요구권 대상 대출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금리인하요구를 진행해야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시중은행들도 고객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추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지 의무' 위반 과태료, 은행원 몫 '블랙컨슈머' 우려

법제화된 금리인하요구권 사항 중 신설된 부분은 '금융사 고지의무'다. 이에 따라 은행·보험·저축은행·여신권 금융사들은 대출계약을 체결하려는 금융소비자에게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가 최대 1000만원까지 부과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가 제기한 과태료 형평성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 연합뉴스


문제는 보험·저축은행·여신권 금융사들은 금리인하요구권 위반시 법인이 과태료를 물지만, 시중은행들은 현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법인이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시중은행이 따르는 은행법에는 임원 및 직원들이 과태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됐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위반 과태료 때문에 일선 직원들 업무부담이 크고,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들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최근 금리인하요구 상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처리할 업무가 늘어났다"며 "해당 고객이라면 필요 서류를 받고, 답변을 빠르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사내 공지사항에도 올라온 것처럼 과태료를 일선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만큼 부담되고, 신경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리인하요구권 법제화는 분명히 취지도 좋고 은행들도 이전부터 준비한 사안이라 빠르게 정착될 것"이라며 "다만 시중은행과 타 금융사들이 각기 과태료를 내야 하는 주체가 다른 것은 '법의 일관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즉, 과태료를 법인에게 부과하는 것과 행원에게 부과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금리인하요구권 민원 제기는 없었지만, 행원들이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악용한 '블랙 컨슈머'도 나올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이를 인지, 개선안의 여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제화 논의 당시 은행연합회는 은행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상호저축은행법이 다르게 적용되는 특성상 시중은행 과태료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며 "그러나 제제는 동일해야 한다는 논리로 적용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지적된 사항은 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 특성상 국회와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논의를 진행할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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