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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니면 안 된다 고정관념, 깨지 않으면 '포화 공멸'

[동남권'관문'공항의 경제마법①] 핀에어 부산 취항, 허브공항 다급한 발상 전환 숙제 떨어져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7.02 10:30:22

[프라임경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기회로 핀란드 헬싱키와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오가는 노선을 열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편의가 증진된다는 측면에서 좋은 소식으로 보는 이들이 있지만, 일종의 타협안을 줄테니 신공항 재검토 주장을 사실상 접으라고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고 안타까워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계기로 허브공항은 인천뿐이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통용되지 않게 됐다는 도전적인 시각이다.    

동남권신공항에 대한 논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참여정부와 MB정부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을 거치면서 표류하던 끝에 결국 기존 김해공항을 일부 개조하는 것으로 타협했던 바 있지만, 당시 자료조사의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폐기된 가덕도와 밀양 등 후보지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결국 의혹이 커지면서 항공정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빠지고, 국무총리실에서 직접 재검증을 맡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런 점은 단순한 위상 변화만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 김해공항 시설을 일부 고쳐 김해신공항으로 삼겠다는 아이디어는 필연적으로 거점공항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하지만 가덕도 재검토 등 논의 마당이 다시 열리면 거점 아닌 관문공항, 즉 세칭 허브공항 이야기를 다시 할 가능성이 생긴다. 위의 헬싱키~김해간 노선 경험은 그런 와중에 관문공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 제고를 할 수 있는 기회다.

HUB&SPOKE, 한국인에게 허브는 꼭 인천이어야 하는가?

동남권신공항 논의가 오래 표류하면서, 또 비틀리면서 동남권 즉 TK와 PK 주민들을 힘들게 한 요소가 있다. TK가 상대적으로 바라던 밀양이냐, 혹은 PK가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가덕도냐 아니면 기존의 김해를 확장해 쓰느냐의 논쟁도 치열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지만, 가장 힘든 문제는 따로 있었다.

동남권이 과연 큰 규모의 공항을 가져야 하는지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견제론이 그것이다. 인천공항이라는 허브공항이 있는데 왜 동남권에 또 관문공항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지 혹은 대형기를 띄울 수 있는 공항이 필요한지를 부정하는 수도권 중심주의가 늘 따라붙었다.

이 같은 논의는 허브공항과 그렇지 않은 공항을 구분하는 경우 당연히 시작되는 논의다. HUB&SPOKE 분류에 따르면, 과거에는 각 공항이 다른 각 공항들과 일직선으로 대등하게 연결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HUB공항은 다른 여러 공항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중심지 역할을 한다. 그렇지 않은 공항, 즉 상대적 하위 개념으로 연결 대상이 되는 다른 공항들을 자전거 바퀴의 바퀴살에 빗대 SPOKE공항이라고 부른다. 허브공항이 잘 되기 위해서는 다른 스포크공항들이 받쳐주는, 일정한 상대적 집중과 불균형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한국에는 이미 인천공항이라는 걸출한 허브공항이 있기에, 다른 공항이 필요 이상 커질 필요가 없다는 '만능주의'로까지 변질됐다는 데 있다. 다른 공항들은 모두 그 아래의 부수적 요소들에 불과하므로, 관문공항 내지 다른 허브 운운하는 게 금기시되는 도그마가 작동한 것.

하지만 김해공항에서 유럽으로 가는 노선을 허용키로 이번에 새 방침이 나오면서, 이런 발상 자체가 유아적이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즉, 핀에어 취항 건으로 김해에서 비행기를 탄 사람들도 유럽으로 연결을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방문 계기로 김해와 헬싱키를 오가는 새 노선 개설 방침이 공표됐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인천 중심주의에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은 핀란드와의 개정 항공협상 서명식을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다시 허브공항과 스포크간의 집중과 불균형 발전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항공학 연구자들은 허브공항 사업을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결국 다른 나라 수요를 뺏어오겠다는 공격적 상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물론 헬싱키는 지금 상황에서 어느 모로 보나 허브급은 아니고 유럽의 다른 인기 목적지로 가려면 환승을 추가로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유럽행 수요가 완전히 바뀌는 새로운 상황까지 가정해 보자. 헬싱키가 작은 허브(넓은 의미에서의 허브)가 될 것으로 볼 수 있고, 김해가 인천을 대신해 유럽행의 새 허브 역을 맡는다고 볼 여지도 생긴다. 이번 취항은 기존에 사람들이 절대 불가침으로 여겼던, 한국의 허브는 인천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문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해(혹은 다른 제3의 국내 공항)는 인천공항이 아닌 다른 '외국 허브공항으로의 연결'을 모색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작은 외국의 공항을 끼우는 식'으로 모색할 수도 있다는 무게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동남권에서 유럽 및 미주로 바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심각히 수용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즉, 허브 이익정책 중 일부 포기를 감수하면서 그 불편에 대해 화답해 준 셈이다. 

더욱이 이에 그치지 않고 동남권에 유럽이나 미주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역량을 연습시킨다는, 또다른 허브공항 논의를 위한 투자로 종합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는 수정적 시각까지도 대두된다.

◆눈 앞의 포화 위기, 우리에게 허브는 꼭 '인천 하나'여야 하는가?

이런 다소 무리한 상황 논의들은 왜 유효한가? 인천공항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나, 인천 하나만으로는 안 되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공항을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측면에서만 떠올리나, 그런 낭만적인 시각으로는 공항의 효과 특히 허브공항의 경제적 효과를 모두 그려내기 어렵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여객과 화물 모두에서 포화 우려와 경쟁력 약화 경보음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화물을 적재 중인 모습. ⓒ 연합뉴스

인천공항도 그렇지만, 어느 허브공항이나 여객과 화물 모두를 잡고자 노력하는 게 제1의 목표다. 이는 화물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잡은 화물이나 승객 혹은 앞으로 잡을 이익을 다른 공항과 배분할 것인지 정책적 고려를 잘 하지 않으면 실속 확보가 안 된다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인천은 현재 포화를 향해 확실히 달려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등 자료들을 종합하면 오는 2025년과 2030년에는 각각 8167만명, 9964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공항은 2001년 완공 이후에도 각종 공사를 치러왔다. 2017년 3단계로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공사했고 제4단계 공사 구상도 이어졌다. 그런 여러 노력에도 오는 2030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점이다.

아래에서 다시 구체적인 규모와 원인을 살피겠지만, 실제 물리적인 처리 능력 한계가 아니어도, 매력도가 더 높은 다른 곳을 찾아 발을 돌리는 현상이 화물 영역에선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부산을 찾아 동남권공항 이슈에 관문공항 방점을 찍은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가덕도에 힘을 실어준 것보다 관문공항에 점을 찍은 양상이라는 풀이다.

◆SEA&AIR 재미본 인천, 중국 공항 늘리기 타격 가시화

송 의원은 "동남권 관문공항은 국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입지로는 안전성과 부산신항 연계성이 뛰어난 가덕도가 최적지"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인천이 포화되면 혹은 그 전에 다른 관문공항을 마련해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여당 내에서도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일개도시로서의 인천의 이익이 아니라 인천공항 허브화(집중화)를 통해 그간 누려온 각종 이익의 집중과 불합리에 다름아닌 인천시장 출신 정치인이 수정 필요를 제기한 셈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인천공항이 일명 SEA&AIR 방식으로 짭짤한 이익을 봐온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천의 짐을 덜어줄 또다른 허브공항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간 중국에서 항공화물의 비용과 시간 최적화를 위해 우리 측을 활용한 게 바로 SEA&AIR 복합안이다. 바다로(천진~인천) 실어나른 다음에, 인천에서 항공화물로 띄우는 방식의 수요가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상하이 푸동공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아울러 광저우에 바이윈공항을 개장하는 등 베이징 외에도 다수의 허브공항을 갖겠다는 야심을 부각하고 있으므로 지금까지 구축해온 이 화물영업과 허브 안건은 앞으로 흔들릴 여지가 있다. 사실상 중국땅인 홍콩에도 이미 쳅락콕이라는 허브공항이 있는 마당에 굳이 이런 복수의 (화물)허브 야망을 불태우는 상황이다.

인천공항과 그 자매 허브공항도 중국의 공항들과 누가 허브이고 스포크냐를 가르는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는 숙제를 외면할 수 없다. 다른 여러 복합요인이 있겠으나, 인천국제공항의 5월 항공화물과 환적화물 감소 상황에 이 같은 중국발 악재, 즉 주변 경제 및 공항 환경 여건 변화가 작용한다는 풀이다. 인천의 화물(괄호 안은 환적량 별도 계산분) 22만9000t(8만6600t)으로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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