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는 29일이면 구광모(41) LG(003550) 대표가 취임한 지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6월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했을 때만 해도 국내 4대 기업 중 한 곳인 LG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구광모 대표는 취임 1년 만에 우려를 '기대감'으로 바꿨다.
구광모 체제의 색(色)은 뚜렷했다. 될성부른 아이템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이 사업들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창의적인 조직문화 조성에 힘썼다.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진 셈이다.
◆과감한 선택…"될 사업에 집중"
오는 29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구광모 LG 대표. ⓒ LG
구광모 대표는 취임 직후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사업에는 과감히 투자했고, 비핵심 사업∙영역은 신속히 손을 뗐다.
그 과정에서 △LG전자(066570) 연료전지 △LG디스플레이(034220) 일반용 조명 △LG화학(051910)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및 유리기판 △LG유플러스(032640) 전자결제(PG) 사업 등이 매각되거나 매물로 나왔다.
반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 '로봇'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과감히 투자했다.
일례로 LG전자는 지난해 LG와 함께 1조444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를 인수하는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또 로봇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정상급 산업용 로봇업체인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했다. 아울러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엔젤 로보틱스 △로보티즈 △아크릴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에 대한 투자도 이어갔다.
최근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해외 첫 인공지능 전담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 계열사들이 최근 1년간 진행한 중대형 M&A의 인수금액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며 "로봇, 전장,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재편은 앞으로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직원 '창의성' 끌어낸다…유연한 조직문화 정착
구광모 대표는 창의와 자율이 넘치는 유연한 조직문화도 정착시켰다. 형식에만 얽매이다 보면 자칫 '창의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창의성은 미래 사업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우선 직위 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했다. 계열사별로 기존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에서 3단계(사원-선임-책임)로 간소화했다.
물론 구광모 대표 자신도 이 조직문화 확산에 동참했다. 구광모 대표는 취임 후 임직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고, 현재는 대표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자리잡았다는 후문이다.
청바지까지 가능한 완전자율복장제도도 정착시켰다. 과거에는 주 1회 정도만 자율복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임직원들은 개인 업무, 고객 미팅 등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출근 복장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가 최근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 1층에 마련한 '살롱 드 서초(Salon de Seocho)'. 사진은 살롱 드 서초에서 재즈공연을 하는 모습. ⓒ LG전자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LG전자는 지난달 서초R&D캠퍼스에 소속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고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살롱 드 서초(Salon de Seocho)'를 열었다.
또 이에 앞서 3월에는 여의도 트위타워 서관 33층에 LG전자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경영진과의 대화, 동아리 활동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소통공간인 '다락(多樂)'을 만들기도 했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가 실리콘밸리와 LG전자 뉴저지법인 등 미국에서 오래 근무해 한국식 직위, 서열보단 미국식 직무 중심 마인드가 깊게 자리한 것 같다"며 "심지어 별도의 회장 취임식조차도 열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구광모 대표 본인이 나서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에 힘쓰다 보니, 자연스레 LG그룹 전반에 확산하는 속도도 빨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