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시국담] 시정마(始精馬) 이야기

2019-07-07 08:52:49

[프라임경제] "불산(弗酸)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들기 어려운 건가요?"

내가 지금은 경영자 코치이지만 한 때는 화학공학으로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아는 코칭 세션 참가자 임원 한 명이 물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대 한국 수출 제한을 선포한 날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불산을 만들기는 해요. KAIST가 개발한 공정을 상업화 한 것이 울산화학이죠, 아마. 다만 반도체 제작 용도의 불산은 엄청나게 높은 순도를 요구하는 거라 정제 과정에 노하우가 있다는 거지요."

이렇게 대답하면서 불쑥 생각난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우스개얘기가 하나 있었다. 

30년 도를 닦은 도사 한 분이 마침내 하산하시며 일갈 하신 말씀이 왈(曰)

"심조불산에 화록림산이로다."

모두 머리를 주억거리며, 심오한 말씀에 경의를 표하여 마지않았는데, 알고 보니 이 땡도사께서 산기슭에 거대한 팻말로 한 자 씩 심어 놓은 '산림록화 산불조심' 표어를 삼십 년 전 방식으로 거꾸로 읽은 것.

그냥 웃어넘길 것이 아닌 것이 삼십 년도 넘게 칩거, 적공(積功)한 소위 '민주화' 세력이 세상을 거꾸로 읽어 '소득주도성장'을 운위하는 것도, 이에 영합하여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 이른 바 '대깨문' 대중도, 아마 같은 수준의 우스개요, 넌센스일 듯.

"반도체 이야기가 나왔으니, 세계에서 가장 큰 평판 LED 스크린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가슴 답답한 시국 담론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내가 말머리를 돌렸다.

"과천 경마장이네요 ㅎㅎ. 가로 127.2 미터, 세로 13.6 미터."

"127 미터?! 어마어마하네요."

손놀림이 빠른 한 젊은 부장이 어느새 검색을 끝내고 정답 발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말 뛰는 이야기, 한번 경마 뛰는데 걸리는 돈이 수십억원이라는 탄식.

그러자 그 화수분에 빨대 꽂은 역대 정치권력 이야기, 돌고 돌아도 화제는 역시 답답하기 그지없는 시국담이다.

"이야기 나왔으니, 더 해봅시다. 경마 이야기."

마주(馬主)들은 말 뛰어 입상(入賞)해 받는 상금으로도 돈을 벌지만, 큰 돈은 우승마 종마(種馬) 장사로 번다. 그래서 종마 씨받이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 시정마(始精馬)라고 아시우?"

누군가 익살스럽게 물었다. 네이버의 한 블로그에서 찾아보니 이러하다.

'시정마는 발정 난 씨암말을 상대해 애무시키다가, 암말이 준비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씨숫말(種馬)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빠지는 말을 이렇게 부른다. 헛물만 잔뜩 켜다가 밀려나야 하는 불쌍한 신세의 말(馬)이다. 발정기가 되면 포악해 지는 암말로부터 비싼 종마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암말을 흥분시킨 뒤 끝을 못 본채 사람들에게 강제로 끌려 나가는 비운의 숫말이다.'

"그건 미중(美中) 싸움에서 이용만 당하는 김정은이 꼴 얘긴감? ㅋㅋ"
"그것도 말(言) 되기는 하는데, 한 번 더 잘 생각해 보구려. ㅎㅎ."

이렇게 언중유골(言中有骨), 그날의 우리 한담(閑談)은 끝이 났다. 


허달 칼럼니스트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 (전) SK 부사장, SK아카데미 교수 / (전) 한국화인케미칼 사장 / 저서 '마중물의 힘'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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