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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로 떠난 20대② - 스페인 순례길에서 찾은 '인생 재미'

 

변승주 청년기자 | jaysjsj3@gmail.com | 2019.07.15 11:19:39
[프라임경제] 20대 중반은 참 애매한 나이다. 우스갯소리로 '화석' 소리를 듣던 선배가 사회초년생이 되기도 한다. 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대학생·직장인·취준생 등 삶이 참 다양하다. 사실 새로운 길로 뛰어들자니 늦은 것 같고, 가던 길을 그대로 가자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애매하고 혼란스런 나이, 어떤 20대 중반은 해외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한국을 떠나 무엇을 경험했을까. 해외로 발을 옮겼던 20대 중반 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스페인 어학연수 및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이길주(26세) 씨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 대성당을 목적지로 삼아 800㎞에 이르는 길을 걷는 순례길로, 최근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전역 직후 25살 생일을 기념해 스페인으로 훌쩍 떠났던 이길주 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페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사실 스페인에서 오래 있을 줄 몰랐어요. 맨 처음 어학연수 시작 당시만 해도 프랑스나 영국 등 다른 나라들도 갈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스페인에 더 오래 있고 싶어졌어요.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고, 항상 급하게 살아왔던 제가 느긋하게 살고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만약 첫 계획대로 스페인서 어학연수 이후 다른 나라들을 여행했다면 스페인 매력을 잘 알지 못했겠죠? 6개월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스페인 매력과 문화를 알 수 있어 좋았어요.

▲스페인에 어떤 매력과 문화가 있었는지.

-스페인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여유로워요. 제가 살았던 시기가 딱 여름이었던 만큼 오후 9시경에 해가 지기도 했었죠. 해가 길어지니 시간이 더 많아진 느낌이랄까. 한층 여유로워졌나 봐요(웃음). 한국에선 저녁에 스마트폰을 오래했다면 스페인의 경우 밖으로 나가 혼자 거닐거나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원래 처음 본 사람과 이야기하기를 좀 어려워했었는데 이상하게 스페인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곧잘 대화하곤 했어요. 스페인 친구들의 화끈한 성격이나 직설적인 말투들도 좋았고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길주 씨. = 이길주 씨


▲어학연수를 통해 스페인어가 많이 늘었는지.

-한국에서 인사나 물건 구매 등 기초 생활 표현만 공부하고 스페인에 갔어요. 어학연수 3개월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었죠. 그런데 막상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언어는 영어였어요. 심지어 스페인 친구들과도 영어로 대화했어요.

스페인어가 아니라 영어 실력이 더 늘었죠(웃음). 그래도 스페인어 공부도 많이 했어요. 친구들이 "이렇게 말하면 된다"라고 알려주면 식당이나 가게 등 실전에서 유용하게 써먹기도 했고요. 스페인어를 유창하게는 못하지만, 간단한 일상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스페인 일상을 더 소개한다면.

-스페인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외국 친구 사귀기였죠. 그래서인지 외국 친구들과 많이 놀러 다녔죠. 스페인은 물론 미국 및 브라질 등 여러 국적 친구들과 함께 주말에 여행 갔던 일들이 종종 생각나요. 저녁에 모여서 술 마시던 펍(Pub)도 그립고요.

한번은 서로의 모국어로 이름을 써주고, 나눠 가지기도 했어요. 한글이 동글동글하다고 좋아하더라고요. 맥주병을 부딪칠 때 '짠!' '살룻(Salute)!' '치어스(Cheers)!' 등 외국어를 번갈아 가며 외치기도 했는데, 그런 일들이 그땐 일상이었어요.

▲스페인 치안은 어땠는지.

-인종차별은 피하기 어려웠지만, 전반적으로 좋았어요. 위험했던 적이라면 산 페르민 축제에 참가하고 새벽에 버스를 기다리며 공원 벤치에 앉는데, 바로 옆에 어떤 남자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딱 붙어서 비비적거렸던 경험이 있어요.

너무 졸리고 피곤해 비키며 팔꿈치로 살짝 밀었는데, 그 사람과 친구로 추정되는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달려들더라고요. 바로 피하긴 했지만, 꽤 무서웠어요.

▲순례길에서 특별했던 경험은.

-처음 순례길 걷기를 결심했을 때 철저히 준비한 편이 아니라 고생한 적이 있어요. 한국으로 택배 보낼 돈이 모자라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16㎏에 달하는 가방을 들고 출발했던 게 화근이었죠. 그러니 발이 남아나질 않았고, 물집이 누가 봐도 심할 정도로 많이 잡히기도 했죠.

생각 없이 물집을 뜯어버렸더니 더 아팠죠. 약값이 굉장히 비싸 약도 못 샀고요.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내가 이렇게 고생하며 계속 걸어야 할 이유가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러다 알베르게에서 프랑스인 아주머니를 만났어요. 그분이 "발 상처가 심해 보이는데 약을 안 발라도 되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다'라고 답변했는데, 계속 물어보셔서 "약이 없고, 비싸서 못 샀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러자 그분이 값이 꽤 나가는 밴드와 며칠 분량의 약을 통째로 주셨어요. 굉장히 감사하면서도 낯선 곳에서 아무 대가 없는 호의를 받은 적이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했어요.

그때 이후 우리나라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국 여행자들에게 가능하다면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스페인 야경을 바라보는 이길주 씨. = 이길주 씨


▲스페인에서의 삶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다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서로 삶을 쉽게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삶들을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바꿨고요.

예전엔 취업 걱정에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하곤 했어요. 하지만 스페인을 다녀온 이후 제 삶이 크게 보였어요. 하고 싶은 일에 파고들기로 결심했죠.

또 취업한 사람과 준비 중인 사람, 대학생 이런 식으로 인생이 다 비슷해 보였던 예전과 달리, 이젠 모두 인생이 굉장히 재밌게 보여요. 그만큼 제 인생도 재밌어졌고요.

▲20대, 특히 중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대 초반 당시 '20대 중반은 놀면 안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초반은 좀 놀아도 되지만, 20대 중반은 열심히 취업을 준비해야 할 나이라고 판단한거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20대 중반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가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곳에서 겪은 경험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는 미래 나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해당 인터뷰는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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