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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수료 0' 제로페이, 소비자 관심도 '0'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19.07.15 15:12:58
[프라임경제] # 길을 걷던 시민들이 한 광고판에서 발길을 멈춘다. '착한 서울 시민, 당신에게 47만원이 돌아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소득공제율 40%를 앞세운 문구에 너나 할 것 없이 활짝 웃으며 기뻐한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TV를 비롯해 각종 영상광고물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제로페이 광고의 주된 내용이다. 최근엔 그 내용이 바뀌었지만, 많은 이들이 제로페이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광고다.

제로페이는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만든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연매출 8억원 미만인 소상공인에겐 수수료가 '0'이다. 

최근 서울시는 "제로페이 도입 6개월 만에 가맹점 수 25만개를 넘겼고, 하루 만 건 이상, 결제금액으로는 2억원 이상 결제되고 있다"며 성공적인 제로페이의 성적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제로페이의 실제 사용률은 신용카드대비 0.000012%, 체크카드 대비 0.00002%로 그동안 투입된 수십억원의 예산에 비하면 그 실적은 매우 미비한 수준이라는 것.

제로페이의 이런 저조한 실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에선 제로페이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먼저 정부와 서울시가 초창기에 제로페이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 '소득공제 40%'를 살펴보자. 

현재 신용카드 공제율은 총급여액의 25% 초과 사용분에 대해 15%를 적용하고 있다.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도 소득공제율 30%다. 

이에 비해 제로페이 소득공제 40%는 큰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러한 40% 소득공제 관련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도 않았다. 

공제 조건 역시 만만치 않다. 공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소득의 25%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해야 40% 혜택을 받는다. 그렇지 않다면 소득공제율은 평이한 수준이다. 

각종 금융관련 커뮤니티에는 "제로페이를 사용만 하면 소득공제가 40%인 줄 알고 사용해봤는데,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연봉의 25%를 초과하는 금액, 그중에서도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한 금액에 한해서만 직장인 소득공제 40% 혜택을 주겠다는 건 말장난과 같다", "사용액을 채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빠져나가는 '로그아웃'의 현실에서 직불카드와 다를 바 없는 제로페이 소비는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540조원을 돌파했다. 대부분의 서민들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라며 "'나도 먹고 살기 힘든' 실정에 최대 약 40일 간의 신용공여기간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대신에 제로페이를 적극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제로페이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 달리 할인이나 캐시백과 같은 혜택이 전무후무, 말 그대로 혜택 '제로'다. 최근 제로페이 사용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일부 항목에 대해 캐시백을 지급하고 있지만, 꾸준히 지속될 가능성 또한 낮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찾기 힘들다.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와 닿지 않는 제로페이다 보니, 그 가맹점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 시청 주변에는 제로페이 가맹점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조금만 나가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구글앱스토어 기준으로 제로페이를 검색하면 제로페이 가맹점을 찾아준다는 앱도 있지만, 그 실용성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소상공인들조차 제로페이에 대해 크게 기대치 않는 형국. 기자가 서울 도처를 돌아다니며 약 30군데의 매장에 들어가 제로페이 결제 여부를 물어봤지만, 대부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유인 즉 "손님들이 찾질 않아서", "귀찮아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는 "현금만 받기 때문에", "제로페이에 대해 정확히 몰라서"라고 대답한 분들도 꽤 있었다. '자영업자에게 수수료 0%'인 제로페이를 홍보하고자 쏟아 부은 정부 자금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그냥 혜택 많고 편리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여윳돈으로 기부를 하겠다" '제로페이 사용을 통해 소상공인을 돕자'는 호소에 대해 한 시민이 솔직하게 말한 한 마디가 마음에 더 와 닿는 대목이다. 

자신에게 불편하거나, 혜택이 없으면 바로 등을 돌리는 것이 바로 금융소비자다. 현재 시장의 모습이며, 시장원리이자,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제로페이뿐만이 아니라, 사소한 정책하나라도 탁상행정에서 나와 제대로 세상물정 살피며, 진중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진행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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