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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지구' 노포보존 VS 정비사업 대립 속 13년 숙원 엎어질까

기존 상인 정착 20% 미만, 무색한 '다시세운'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7.24 17:42:57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일부 지역에 대한 재정비 지역 해체를 추진하면서 지역 토지주들과 상인들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운상가 전경.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던 세운지구의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이 13년 만에 본궤도로 올라섰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노포보존과 낮은 기존 세입 상인들의 정착률로 재정비지구 해체 위기를 맞았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2014년 총 8개 구역(2·3·4·5·6-1·6-2·6-3·6-4)으로 나뉘어 재정비 사업추진에 들어갔지만, 대우건설 본사가 이전한 을지로 트윈 타워나 현대엔지니어링이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세운' 등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세운지구의 대표적 노포로 꼽히는 을지면옥 입구. 을지면옥을 포함한 일부 노포들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 서울시에서는 세운지구에 대해 '보존'입장을 세우고 재정비지구 해제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 장귀용 기자



이러한 가운데, '을지면옥', '양미옥' 등 해당지역의 노포들이 '보존'을 주장하고, 기존 세입 상인들이 쫓겨나는 이른 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면서 재정비 사업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왔던 게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3월26일 일몰제 적용 대상이 되면서 13년을 이어온 지역 정비 숙원이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세운지구에 대해 '보존' 방침을 세우고 정비구역 해제에 대한 주민공람을 실시하면서, 우려가 현실화됐다.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던 지주들과 시행사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입장. 서울시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8만 가구 공급에서 세운지구가 빠질 수 없는 지역인데 서울시의 '보존' 조치 추진으로 사업이 어려워지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보존' 입장이 전해진 뒤 찾은 세운상가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모습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정비 사업이 진행돼도 현재 대부분 업종이 철물이나 공구, 조명 등으로 이뤄진 세운지구 입주상인들이 주상복합단지 내에 자리 잡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운지구에서 정밀부품공구를 제작하는 상인 A씨는 "도심 공업지구라고 할 수 있는 세운지구에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당초 계획부터가 잘못인 것 아니냐"며, "지역 특성을 살리는 것이 재정비사업이라고 알고 있는데, 멋들어진 상가에서 운영되기에는 쇠를 자르고 붙이는 우리 같은 상인들은 그냥 나가라는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A씨의 말처럼 재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지의 기존 상인들은 세운지구에 자리잡는 것이 아니라 밀려나다시피 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재개발 이후 건물 면적은 800% 늘었다"며, "하지만 세입자 정착률은 18%에 불과하고 도심특화산업 면적은 1.7%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건물의 노후화 문제는 재정비사업 추진과 별개로 세운지구가 안고 있는 큰 문제다. 세운지구의 경우 재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을 제외한 다른 곳은 건물의 외벽에 금이 가는 등 손상되거나 노후화된 곳이 많아 개보수 작업이나 신축이 요구된다.

노후화 된 세운지구 거리와 건물들. 재정비구역 해제와 별도로 노후화 된 건물의 개보수는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 장귀용 기자



정비지구해체가 이뤄질 경우 지주의 역량이나 필요에 따라 난개발이 이뤄지면, 일부 건물은 일조권을 침해받게 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향후 신축 건물 비율이 높아질 경우 다시 재정비지구로 지정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상존한다.

토지주들은 대체로 재정비지구 해체를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이 워낙 노후화된 데다가 도심지역에서 세운지구만 개발이 더딘 까닭에 빈 점포들이 늘어가고 있다며, 사업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운지구 토지주 B씨는 "그간 대부분의 토지주들이 세입자들에게 임대료를 최대한 높이지 않으면서 배려를 해왔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보상도 충분히 고려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토지주 75%이상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는 사업에 일부 반대자들이 사업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고 재정비지구를 해제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운지구에서 공구상을 하는 C씨는 "수익성을 위해 아파트 등 주거지 비율을 지나치게 높게 계획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재정비사업을 진행하되, 도심공업을 살릴 수 있는 특화 공장이나 공업지구를 마련해 기존 상인들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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