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목 칼럼] 미궁으로 빠져드는 한국 안보

2019-07-26 10:38:14

[프라임경제] 최근 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예상대로 자민당·공명당의 승리로 끝났다. 개헌 지지 세력이 참의원의 2/3 다수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아베 총리를 위시한 개헌세력은 2차 대전 후 세계 질서의 한 축이었던 일본의 '평화헌법'을 소위 '정상헌법'으로 개정하는 목표, 즉 무력 사용권을 의미하는 자위권을 헌법에 포함시키는 9조의 개정에 좀 더 가까이 갔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은 자신에 찬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을 공언한 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비핵화 회담에 대한 회답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북한은 수중 전략 미사일(SLBM) 3기를 발사할 수 있는 2000t 급 신형 잠수함의 완성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3대 전략 핵무기의 하나인 SLBM을 개발해오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북한은 신형 장거리 미사일 북극성 3호(사거리 2500km)를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북한은 바로 이어 7월25일에는 신형 이스칸데르급 지대지 미사일을 690km까지 비행시키는데 성공하고, 남쪽에 존재하는 '우리 국가 안전의 잠재적·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초강력 무기체계들을 줄기차게 개발해 나가야 하며 (...) 남쪽은 자멸적 행위(한미 지휘소 연습)를 중단하라'고 목적과 우리에 대한 경고까지 분명히 하고 있다. 

1882년 임오군란이 청군 5000명의 조선 상륙과 청국의 조선 정치 농단의 빌미가 되었고, 1894년 동학봉기가 다시 한반도에서 청-일 간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청일전쟁은 일본의 사실상 한반도 지배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에서 청국의 지위와 영토를 잠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한국은 1880년 당시의 조선과는 현격히 다른 세계 15위 경제 대국이다. 엄청난 제조력과 세계적 수준의 기술, 강력한 제도와 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달라지지 않은 것은 주변국들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들이고 우리는 이들과 비교할 때 아직도 조그만 나라이고 더구나 반으로 쪼개진 나라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인지, 우리가 허술해 보이는 건지, 아니면 한국의 안보협력 체제에 틈새가 생겼다고 보는 건지, 중국의 전폭기들과 조기경보 통제기가 포함된 러시아 전략 폭격기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한국의 방공망 식별구역(KADIZ)를 무시하고 영공(독도 상공)으로 몰려들었다.

한국 공군은 F-16K 전투기 18대를 독도 상공으로 긴급 출동시키고 일본은 F-15, F-2 등 자위대 전투기를 10여대 독도 상공으로 급발진시켰다. 우리 공군은 러시아 폭격기 A-50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데 대해 약 300발의 경고사격을 가했다. 

일본은 우리 공군의 대응 사격이 자기의 영공에서 행한 것이라고 우리 측에 항의했다. 동해와 독도 상공에는 4개국의 전략 항공기들과 전투기들이 대규모로 뒤엉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7월23일 아침에 일어난 일이다.

앞으로 한국의 주권과 안보가 훼손되는 어떤 사건들이 더 일어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발언권을 갖기 위한 포석 정도의 목적으로 이런 도발을 하는 건지 아니면, 중-러가 합작으로 동아시아, 북태평양에서의 전략 지배권 확보를 위해 한국은 무시하고 미-일을 밀어내기 위한 공모를 하는 건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으로서는 홍콩·대만 문제와 관련 미-일의 간여를 배제하고, 남중국해에서의 독점적 지배력 확보를 위해 무력시위를 해볼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러시아로서는 나토(NATO)와 직접 부딪치는 발틱과 북유럽, 그리고 카스피해와 흑해를 남하하여 코카서스와 중동에서 어떻게는 반미·친러시아 전선을 구축해 보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극동에서도 전략적 존재를 새삼 시위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결코 나쁘지 않다. 핵을 완전히 포기 안 할 명분도 만들 수 있고, 핵을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해도 받을게 있고,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고 볼 만 하다. 일본의 보수파들로서도 안보 경각심을 고취하고 대망의 개헌을 하는데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미궁으로 빠져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지정학적 개념을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했다. 외교·통상의 기본 전략뿐 아니라 군의 태세가 새로운 개념 하에 재편되었다. 당장은 이란을 통제하는 데 최우선을 두고, 외교적·군사적 압박을 기울이고 있다.

당연히 이란은 점점 반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오일 탱커(tanker: 유조선)들을 위해하거나 미군 드론(drone)을 격추시키는 등 자기 방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 이란은 자신이 압박을 받을 때는 늘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언급 했으나 실제로 탱커들을 괴롭히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지역에서 긴장 수위는 지난 20년 이래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오일과 가스의 사용국들은 중국, 일본, 한국, 인도인데 왜 미국이 혼자 경찰역을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호르무즈에 해군력 파견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세계 3대 오일, 가스 수입국이다. 미국의 계산서에는 한국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의무를 다 하면서도 이 지역 국가들에는 명분과 실리를 잘 살려서 최대한 균형된 정책을 취해 왔다. 아직도 오일, 가스는 한국의 생명선이다.

흔들리는 세계 질서는 약한 고리에서 먼저 파열을 일으킨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그랬고, 한국전쟁이 그랬다. 한국이 서로 경쟁중인 강대국들에게 약한 고리로 인식되고 있는 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최대한 우리의 안전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적대 관계를 최소화해야 하고 동맹을 늘려야 하는 건 간단한 산수다. 현실적으로 그간 한국의 안보와 경제적 성장, 국제적 위상과 발언권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체제로 뒷받침 되어 왔다.

지난 20년 이상 우리는 글로벌리즘(globalism: 세계통합주의)과 보편적 가치(universal value)가 국제사회의 룰이 되고 있다고 믿어 왔다. 상호의존과 국제적 분업은 일상화 되었다. 그러나 세계는 급속도로 힘의 경쟁과 힘의 정치로 돌아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은 정부와 군에 비상적 임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 우리 사회 전체의 의식이다. 위기의 조짐이 보이면 옳은 목표에 한마음으로 모여야 하고, 견고히 성벽과 방비를 보완하고, 친구와 원군을 확보해야 나를 보전 할 수 있다. 역사가 수 없이 보여준 교훈이다.
 
(현) G&M글로벌문화재단 대표 / (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  (전) 외교부 주이란대사 / (전) 외교부 주뉴욕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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