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 '제국재현' 꿈…한국, 동아시아 격변 대비해야

2019-07-31 15:32:13

- 중국 굴기 속 동아시아 패권다툼 본격화 '대응' 고민 필요

[프라임경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보복성으로 이뤄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우리나라에서는 범국민적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사상·역사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과의 마찰은 그간 있어온 한일 간 감정의 싸움이 아니라 복잡한 동아시아 사상과 역사의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나브로 우리나라가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 특히 동아시아 정세는 물밑에서 치열함 속에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이 G2로 올라서면서, 현대판 실크로드라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고, 이제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수 있는 만큼 힘을 길렀다.

중국에서는 '중화굴기(中華崛起)'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굴기란 기울었던 집안이나 나라가 우뚝 솟아오르는 것을 말한다. 아편전쟁 이후 침략과 침탈의 역사 속에서 구겨졌던, 세계 중심국가라는 자부심을 '시진핑(習近平)'이라는 걸출한 영웅이 등장해 극복해 내는 스토리텔링이다.

실제로 일대일로 정책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제안해 시작된 정책이다. 육상과 해상에서 교통로를 구축하고 경제·무역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2018년 3월11일 중국은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제를 폐지하고,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녹여냈다. 바야흐로 시진핑 황제의 시대라는 말이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대서특필됐다. 이쯤 되면 일대일로는 시진핑 황제의 '신(新) 조공(朝貢) 정책'인 셈이다. 

조공정책은 중국과 주변국들의 외교, 경제교류 방식으로 주변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인정하고 경제적, 정치적 실리를 챙기는 동아시아의 전통질서유지 방책이었다.

중국의 이러한 굴기에 가장 신경을 쓰는 나라는 단언컨대 일본이다. 일본은 21세기,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입고, 사무라이정신을 강조하며, 메이지유신을 일으켰던 유신지사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나라다. 

그 옛날 이토 히로부미부터 오늘에 아베 일본 총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총리와 내무대신을 배출한 지역이 메이지유신지사들의 고향 조슈번(현 야마구치현)이다. 

메이지유신의 밑거름이 되는 사상을 만들어내고, 메이지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이론가로 여겨지는 '요시다 쇼인'이 바로 조슈번 사람이다. 실제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요시다 쇼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야스쿠니 신사는 요시다 쇼인을 모신 신사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 천황이 직접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존왕파'였으며, 메이지유신의 '유신(維新)'이라는 말은 '사서(四書) 대학(大學)'의 "주수구방 기명유신(周雖舊邦 其命維新)"에서 따온 말이다.

일본은 당시 이러한 유교사상뿐 아니라 선불교와 여러 전통사상을 서구열강의 사상, 체계와 교묘히 결합해 자신만의 고유한 사상을 만들고, 이를 체제의 창끝정신으로 삼았다.

그리고 일본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천황을 동아시아의 지배자로 삼고자 했다. 조선을 병탄한 뒤 조선 왕실을 관리하는 '이왕직(李王職)'을 설립해, 조선왕실을 관리하고, 만주일대를 정벌한 다음 망한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뚜이를 내세워 만주국을 세웠다.

뭇 동아시아 국가들의 왕들로부터 입조를 받는 황제국으로서의 일본제국을 구상했던 것이다. 일본이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일반국가'를 추구하는 것도 '천황 중심의 동아시아 대 황제국 일본'을 다시금 꿈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전혀 타당성이 없지는 않은 것.

동아시아전통역사에서 '황제'란 하늘을 대신하는 '천자(天子)'다. 때문에 같은 하늘아래 둘 이상의 황제가 있을 수가 없다.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황제를 선포한다는 것은 자주국임과 동시에 주변의 제후국(약소국)을 보호하는 보호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의미이다.

옛날 후금의 왕으로 조선에 쳐들어와 인조대왕으로부터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신하의 예를 올리게 한 뒤, 황제를 선포하고 청나라로 국명을 정했던 '홍타이지'도 병자년에 조선의 항복을 받은 것을 황제가 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중국의 굴기에 맞서, 동아시아의 전통적 패자(霸者)로서의 자리다툼은 현대판 두 황제국이 진정한 황제를 가리는 싸움에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확인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과장급 실무회의였다고는 하지만, 일본이 우리나라의 관료들을 별관의 방에 자리하게 하고, 화이트보드에 종이에 인쇄한 '실무적설명회'라는 격을 표시해 자석으로 붙여 논 행태는, 대등한 국가 관료 간의 회담이 아니라 상국(上國)이 소국을 대하는 고압적 태도로 비춰진다.

경제적으로 일본의 3분의 1을 넘어서고, 세계 각지에서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우리나라를 지금 제압하지 않으면, 중국과 자웅을 가릴 동아시아 패권 다툼에 한국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일본은 아는 것이다. 이번 일본과 사이에서 발생한 수출규제갈등이 단순한 문제로 다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옛날 조상들은 고비를 겪을 때마다 싸우자는 쪽과 화의하자는 쪽이 갈라져 국가의 명운을 저울질 했다. 고려의 서희는 요나라와 담판을 짓고 강동6주를 말로써 얻어냈지만, 남한산성에서는 싸움을 주장하다 여진족의 홍타이지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고, 척화와 개화파가 다투는 동안 조선은 멸망의 길로 걸어갔다.

지난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동아시아의 격변을 대비하는 거국적인 준비와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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