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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안일함이 부른 '인재(人災)'

현장 투입 6분 뒤 '강우시작' 폭우주의보 발동 후에야 현장 확인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8.01 16:28:58

지난 7월31일 폭우로 서울 양천구 목동 저류배수시설에 투입된 작업자 2명과 이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갔던 안 모 현대건설 대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투입 후 6분 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박원순 시장과 소방대원 등이 구조통제단 본부에서 수색작업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 서울시



[프라임경제] 지난 7월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저류배수시설 현장에 투입된 2명의 작업자와 시공사 직원 1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강우 시 작업을 중단한다는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데서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따르면, 이날 작업에 투입된 구 모씨(66세)와 미얀마 국적 외국인 쉐린 씨(24세)는 7시10분경 터널 내 가설된 전선 수거를 위해 현장으로 들어갔다. 당시는 양천구에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경기·강원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안타까운 사실은 작업자들이 현장에 들어간 7시10분에서 불과 10여분이 되지 않은 16분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시작된 비는 7시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거세게 쏟아져내렷다. 사고가 발생한 저류배수시설은 6월30일 이미 공사가 완료된 후, 양천구가 운영주체가 돼 시운전을 하고 있던 시설이었다.

해당 시설의 수문은 최초 셋팅 값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되는 설비다. 설비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수위의 70%에 도달하면 열리도록 되어있지만, 사고 발생 당일에는 시운전을 위해 저지1수직구(50% 자동개방)와 고지수직구(60% 자동개방)의 자동개방 수위가 낮게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양천구청은 호우주의보가 내린 직후인 7시31분경 시운전 업체 유 모 부장에게 수위확인과 수문개방여부를 확인하라는 전화요청을 했고, 현대건설에는 이보다 늦은 38분경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문제는 이러한 양천구청의 연락을 받고 현대건설 직원이 7시40분경 제어실에 들어가 확인했을 때는 이미 수문이 개방된 상태였던 것. 이어 43분경 현장소장 등이 포함돼있는 단톡방에 수문개방 사실을 전달하고 폐쇄요청을 했지만, 수문이 이미 자동으로 개방됐다는 점에서 제어실에서 조작할 수는 없었던 상황이라고 파악된다.  

현대건설은 현장작업자와 연락이 닿지 않자, 28일 시운전 당시 빗물유입수가 도달되는데 49분가량이 소요된 경험을 바탕으로 안 모 현대건설 대리가 직접 진입해 철수 및 대피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유입수 도달은 23분에 이뤄졌고, 작업자와 안 모 대리는 현장에서 고립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시공사로 해당 시설설비 설치가 이미 완료된 상황에서 남아있던 케이블 등을 수거하는 등 일상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투입됐다"며 "현장 인원투입당시 비가 내리지 않았으며, 주의보도 발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천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제어실에서 수문을 제어하려고 했지만, 도착당시 이미 수문이 개방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호우주의보 발동여부와 상관없이, 강우 시 작업자를 철수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양천구는 30분 호우주의보 발동 후 수위 확인을 현대건설에 요청했고, 작업자들이 철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때 인지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와 양천구,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이 참여한 SNS(단톡방)을 운영한다는 지침을 세웠지만 이미 사망자가 발생한 시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현장 작업자들이 외부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과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지하 저류배수현장에 비상연락수단이나 구명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작업자를 투입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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