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구걸도 못하는 韓'? 거칠고 신의없는 '화이트리스트 대책' 수정방안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8.02 11:45:10

[프라임경제] 일본 정부가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공식화했다. 2일 오전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각료회의에서 다루고, 결정 내용을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했다.

미국의 눈치를 보며 초강수만큼은 자제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은 이로써 빗나간 셈이다. 이번 일본의 조치와 배경에는 논리적 문제가 없지 않고 보통국가화(개헌)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의도 등 불순한 상황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상황을 악화시킨 데에는 우리 정부 관료와 정치인, 가장 큰 문제로는 반일 프레임을 즐긴 청와대의 무대책과 세련되지 못한 운영법이 깔려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일본을 방문한 우리 국회의원들이 푸대접을 받은 바 있고, 이번에 다시 일부 의원들이 방일, 일본 여당인 자유민주당 고위급과의 회의를 추진했다. 그러나 재차 일본 정치권에서는 우리 정치인들을 박대했다. 문제는 대응 방법이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반응을 보면 "우리가 거지냐" 혹은 "구걸 외교는 하지 않을 것" 등의 격앙된 기류를 볼 수 있다. 

심지어, 회견이나 비공식 접촉 '전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묻는 질문에 당당한 대처 '각오'를 밝히는 것이었어도 문제가 있는데, 하물며 푸대접 뒤에 나온 정제되지 않은 언행이라는 점에서 더 문제다. 싸움과 대결 와중에도 일부에서는 대화와 협상의 라인을 열어둬야 한다는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설계가 없이 감정적을으로 대처한다는 우려가 부각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2일에 배제 발표가 난 뒤 일본 당국의 발언 기조도 행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세코 산업상은 지난달의 우리 정부 대응, 일명 '7월12일 브리핑'부터 문제를 삼았다. "문제 있는 브리핑 내용에 한국 정부는 책임있게 수정하라"는 점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기회에 분명히 강조한 것이 두드러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자면,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지난달 12일 브리핑에서 "일본은 수출 통제 조치는 협의 대상이 아니란 입장을 반복했다"며 "우리 정부는 '해당 조치를 내린 근거가 추상적이며, 사전합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조치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 정책관에 따르면 일본 측은 그날 양국 관계자간 회의 성격에 대해 "한국 요청에 따른 설명회이자 사실 확인을 위한 자리지 이번 조치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2일 발표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도 왜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재차 강력하게 표명된 것일까? 세코 산업상은 7월30일 SNS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7월12일 설명회에 대해 한국은 일방적으로 '협의였다', '철회 요청했다'라며 현장 합의에 반하는 발표를 했다"고 적었다. 이어서 "우선 이에 대한 정정이 없는 한 한국과는 신뢰를 해 대화를 하는 것 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싸늘하게 끝난 7월12일 발표에 대해 성격 규정을 하고 이를 언론에 소개하는 문제부터 삐걱거리는 점을 일본은 대단히 불쾌감을 표시한 셈인데, 이는 단순히 의견의 차이,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는 게 일본의 기본 골자라는 것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높다. 글로벌 외교와 통상 무대에서 우리의 대처 방안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바탕에 깐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외교와 협상, 줄다리기의 기본 태도가 안 돼 있고 거칠고 임의로 떠드는 비정상적 국가쯤으로 부정적으로 우리를 보고 있고, 일본은 또 그런 나쁜 이미지를 세계에 부각할 필요도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당국자나 정치인 등이 감정에 앞서고 대화가 불가능한 인물들이라는 평을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점을 향후 화이트리스트 대응책의 버전 2.0 마련에 반영할 필요가 높다.

근래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조국씨가 죽창가 등을 거론하며 거친 발언을 SNS에서 여러 번 쏟아낸 게 대표적 문제 케이스로 꼽힌다. 이런 발언들은 심지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조차 개인 의견인 듯하다는 선긋기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에서 비판이 높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2일 각의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대응 브리핑을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등이 오후에 대응 문제와 입장 표명을 할 상황에 굳이 유감 표시에 다급히 나서는 게 실익이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외교 라인의 문책 필요성이 부각된다는 점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다. 불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거지 같이 구걸하는 외교를 할 필요는 없으나, 구걸이라도 해야 할 때조차 대책 없이 말만 앞서는 행보, 긴요한 라인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식의 감정만 강하게 대두되는 움직임으로 외교를 계속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외부세계에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굴욕 외교를 해야 하는가의 민족감정적 문제와 다른 심각한 백년대계의 과제다.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회복할 자아비판이 필요하다. 조국식의 SNS가 세코 스타일의 SNS와 결과 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깊이있고 뼈저리게 씹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2일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발표와 그에 따른 회견 내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사진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지난 7월12일의 우리 정부 발표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한 SNS글. 이 7월12일 브리핑에 대한 비판은 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반복됐다. ⓒ 히로시게 세코 SNS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