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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의 시국담]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하여

 

허달 칼럼니스트 | dhugh@hanmail.net | 2019.08.05 09:31:59

[프라임경제] 작년 12월 인도네시아에 온 이래,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근교 수지쯤 되는 카라와치(Karawaci)라는 도시의 한 아파트 22층에 마련된 숙소에 기거하고 있다. 얼마 전 저녁식사를 하는데, 실내가 꿈틀하는 듯 둔중한 움직임이 두어 차례 느껴졌다.

'아하!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이곳의 지진이구나.'

아니나 다를까 '순다 해협 남쪽 7.4 지진, 쓰나미 경고, 해안지역 이탈 요망' 신속한 외교부의 경고 문자 메시지가 뜬다. 한일 외교 분쟁으로 바쁘실 터인데도, 외교부께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애쓰고 계시는 모습이 확연하다.

비록 20여년 전에 지은 아파트 건물이라지만 내진 설계는 잘 되었던 모양이다. 22층이라는 주거 공간 높이에 신경이 쓰이면서도 두려운 마음은 일어나지 않았었다.

며칠 전에는 유튜브에 삼협댐 변형 여부와 붕괴 조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구글 어스의 영상지도에서 발견되었다는 한 장의 삼협댐의 변형 사진에 대한 논란이었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가짜뉴스'라는 폄하이지만, 중국 삼협댐 전문가라는 황만리 교수의 의견은 두렵다.

앞으로 10년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수계 인구 4억명뿐에게 만이 아니라 중국을 넘어 인류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리라고 한다.

2010년이었나? 삼협댐 크루즈 여행을 다녀와서 전혀 다른 측면의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하여 글을 썼던 것이 기억난다. 아래 가져다 붙여 본다.

[전략] 중국의 장강 물길 천리(千里), 삼협(三峽) 유람선 관광을 다녀왔다. 상류인 중경(重慶)에서 출발하여 삼협댐을 갑문(閘門)으로 통과, 의창(宜昌)까지 내려오는 3박4일의 물길 여행이다. 작고한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 시도하려다 이루지 못한 '장강 종영(長江 縱泳)'의 꿈길도 아마 이 길이었을 것이다.
 
유비가 한(漢)의 유업을 잇는 숙업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마침내 떨어진 별이 된 백제성(白帝城). 어린 자식들을 제갈공명과 조자룡에게 부탁하는 병석의 유비 그 눈물겨운 모습을 탁고당(託孤堂)에 진흙상(泥像)으로 빚어 재현해 놓았다.

백제성에서 내려다보면 삼협의 첫 번째 구당협(瞿塘峽) 첫 자락의 웅자(雄姿)가 보인다. 붉은 투구 모양의 적갑산(赤甲山)과 검은 구름 머리 오운정(烏雲頂), 두 까마득한 절벽이 버티고 서서 갑작스럽게 비색(否塞)해진 물길을 외다리 귀신이 지키는 문, 기문(夔門)이라고 부른다.

그 사이를 겉으로는 태연한 듯, 빠른 걸음이 되어 흐르는 물길이 바로 구당의 상협(上峽)이 된다. 옛 시인이 구당-웅(雄), 무협(巫峽)-수(秀), 서릉(西陵)-기(奇)로 일컬어 노래하던 바로 그 구당이다.

구당을 이야기 하자니 소동파와 왕안석의 고사[故事]*를 그저 지나칠 수 없다.

소동파가 사천(泗川)의 부친상을 끝내고 물길로 온다는 것을 알게 된 당시의 재상 왕안석이 서신을 보내어 구당 중협(中峽)의 물 한 단지를 떠오도록 부탁했다. 왕안석은 당시 위병을 앓고 있었는데 궁중 의사의 처방이 이 병은 양선차(陽羨茶)라는 차를 달여 마시어 고칠 수 있는데, 반드시 구당 중협의 물을 사용하여 끓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탁을 받은 동파가 구당협을 빠른 배로 지나는데, 웅장한 구당협의 모습에 끌려 이를 완상(玩賞)하다가 중협을 지날 때에는 물 긷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 생각을 해냈을 때는 배가 이미 하협(下峽)에 이르고 있었다. 뱃사공에게 부탁하여 배를 돌리려 하였으나, 물살 따라 화살과 같이 가는 배를 어찌 돌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수 없이 장강의 물이 상, 중, 하협 모두 이어 흐르는 같은 물인데 꼭 중협의 물을 떠가야 할 것이 무엇이랴 스스로 발명하고, 하협의 물 한 단지를 대신 길어 봉하여 왕안석에게 가져가게 되었다.

왕안석이 사의(謝意)를 표한 후 곧 하인에게 단지를 열도록 명하여 한 병의 물을 떠서 끓이고 양선차 한 줌을 퍼서 끓는 물 속에 넣으니, 차색(茶色)이 반 식경이 지나서야 비로소 나타났다. 왕안석이 이를 기다려 묻기를,

"이 물을 어느 곳에서 떠왔습니까?"

소동파는 부득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어,

"중협입니다."

안석이 다시 묻기를

"정말 중협입니까?"

동파는 파탄이 난 것을 알았으나

"예, 중협입니다."

우길 수밖에 없었다.

왕안석은 머리를 흔들고 기이하게 웃으면서

"이것은 하협의 물이 분명합니다. 자첨(동파의 자)께서는 왜 노부를 속이십니까?"

동파는 깜짝 놀라서 곧 물 긷던 진상을 일일이 말하고 나서, 다시 용기를 내어 묻기를

"제가 우매하여 그러하였으니, 삼가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재상께서 어떻게 이것이 하협의 물인지 그 가부를 판단하실 수 있습니까?"

왕안석이 솔직한 동파의 사과에 노기를 거두고 말하기를

"구당의 수성(水性)은 수경보주(水經補註)라는 책에 보면 알 수 있는데, 상협의 수성은 너무 급하고, 하협의 수성은 너무 느슨하니, 오직 중협의 물만이 완급이 반반이라 수성이 중화(中和)하다고 하였습니다. 이 물로 양선차를 끓이면 상협의 맛은 짙고, 하협의 맛은 담담하며, 중협의 맛은 그 사이인데, 차색이 더디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 반드시 하협의 물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주>이 고사(故事)는 양도(楊濤) 저, 정충락 역 '문예의 천재 소동파(蘇東坡)'에서 인용하였음. [하략]

왕안석의 간절하였던 양선차 위병 치료는 당시 이렇게 하여 삼협 구당의 경관을 전하는 이야기꺼리를 남기고 불발로 끝났지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씨앗을 배태한 당대의 두 천재 왕안석과 소동파의 불화(不和)는 이때에 심어져서, 훗날 소동파 낙탁(落魄)의 빌미가 되었으리라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그 삼협댐의 붕괴 위험이 미증유의 재앙을 수반할지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남의 일이니 그렇다 치고, 이미 본격화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돌이킬 수 없는' 인재(人災), 한일관계의 불화와 붕괴가 초래할 우리나라 장래의 암울한 모습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거린다.


허달 칼럼니스트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 (전) SK 부사장, SK아카데미 교수 / (전) 한국화인케미칼 사장 / 저서 '마중물의 힘'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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