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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먼데이' 맞은 증시…증권가 "모든 악재 반영됐다"

하루 만에 시총 50조 증발…연준 통화정책 이벤트 반등요인 될까

한예주 기자 | hyj@newsprime.co.kr | 2019.08.05 16:48:02

[프라임경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명단) 배제 결정에 따른 한·일 갈등 격화,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실패 소식에 따른 바이오 투자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힘을 잃었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1998.13)보다 51.15p(-2.56%) 내린 1946.98로 하락 마감했다. 지난 2016년 6월28일(1936.22)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률로는 올해 5월9일(-3.04%) 이후 석 달 만에 최대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615.70)보다 45.91p(-7.46%) 내린 569.79로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6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3월10일 이후 약 2년 5개월만이며, 이날 종가는 2015년 1월8일(566.43) 이후 약 4년 7개월만의 최저치다.

지수 급락으로 오후 2시9분경에는 코스닥150선물과 코스닥150 현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란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일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프로그램 매매가 코스닥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하락장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3년2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각각 1298조2240억원, 197조8550억원으로 하루 만에 49조201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되고 있어 증시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이 지난 2일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통과시키자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오후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일본의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일본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고 지난 3일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국에서 열고 있는 아이치트리엔날레 전시에서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의 전시를 중단하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상식에서 벗어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일 양국 무역에 대한 강대강 대결구도가 지속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불안한 한국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한일 무역갈등은 경제적 이유에서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본다"며 "따라서 어디까지 확장될지, 어느 수준까지 갈등이 고조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다음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중국 측이 반발하면서 미중 무역 분쟁 격화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실행에 옮길 경우 중국은 부득불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며, 국가의 핵심이익과 인민의 근본이익을 결연히 지킬 것"이라면서 "일체의 결과는 모두 미국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합의 진전 상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의 부정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것도 코스닥 급락의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지난 2일 항암바이러스제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을 조기에 종료하라는 미국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위원회(DMC)의 권고를 받았다고 공시한 뒤 이틀째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바이오업종을 중심으로 낙폭을 키우며 지수가 급락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무역 갈등,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대외적인 이벤트가 산적한 데다 신라젠 이슈까지 터지면서 주요 바이오주들이 계속 빠지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일시적 반등이 나타날 순 있어도 큰 의미있는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모든 악재가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시의 밸류에이션 레벨을 따져봤을 때 코스피가 저평가 구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3배로, 적정 PBR 수준을 6% 하회하고 있다는 것.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무역갈등,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하방압력은 존재한다"면서도 "지난 5월 급락 당시 연준의 보험성 금리인하 발언에 힘입어 증시에 반등한 것처럼 오는 23~24일 열리는 연준의 통화정책 이벤트가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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