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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영화 '아내들의 행진' 히어로 새댁, 그리고 '새마을 운동'

 

김이곤 청년기자 | dlrhs8685@naver.com | 2019.08.06 12:31:06
[프라임경제] 영화 '아내들의 행진'을 떠올리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 없는가. 

많은 이들이 실패를 무릅쓰고 궐기한 날, 도시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새댁이다. 당시 보수적 사회 속에서 방금 시집온 여성이 대담하게 거리로 뛰어나와 전통과 남성 권력에 맞설 수 있었을까. 

성공으로 끝을 맺은 새댁을 보면 새댁 개인 신념도 놀랍지만, 여성이라는 젠더가 질곡을 떨치고 사회 전선으로 뛰쳐나왔다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필자는 '아내들의 행진' 속 새댁은 전에 리뷰한 '또순이'와는 또 다른 히어로라는 생각한다. 

또순이는 보수적인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독립해 '혼자 돈을 벌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여기서 많은 관람객이 당시 보통 여성과는 매우 다름을 느끼며, 또 다른 누구는 '걸 크러쉬'라는 말을 내뱉었다. 

필자는 '아내들의 행진' 중심에 있는 '새댁'에게서 또 다른 '걸 크러쉬'를 볼 수 있었다. 

새댁 역시 성공을 도모했지만, 개인 성공보단 마을 전체 성공을 바랐다. 오빠 도움을 받아 어떻게 해야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을 통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한다. 이에 남자들 역시 근대화 중요성을 깨닫고, 보수적인 전통 및 허례의식보단 발전에 힘쓴다. 

결국엔 다 같이 웃으며 '지역 개발'을 맞이한다. 새댁은 조국 근대화 가치를 내면화한 인물이자, 고통을 극복하고 마을을 패배주의와 가난에서 구출하는 '국민 히어로'로 묘사됐다. 

'아내들의 행진'에서 모두가 하나가 돼 일하는 장면은 '새마을 운동'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1970년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제창으로, 생활환경 개선과 소득 증대를 도모한 지역 사회 개발 운동이다. 

하지만 과연 농촌 개발 운동이 정말 영화처럼 농촌에 긍정적인 영향을 선사했을까?

한국 경제 자료 지표를 살펴보면, 196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소득보다 많았지만, 1970년에 접어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70% 선으로 급락했다. 

지난 1979년 7월에 발간된 '신동아'에 실린 글은 "새마을 운동이 성공적인 농촌 근대화 전략이었다면 1960년대 전반에 농촌인구 100명 가운데 1.3명이 '헌 마을'을 떠났는데, 왜 1970년대 후반에는 해마다 3.7명이 '새마을'이 된 농촌을 떠났는지 설명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은 곧 '잘 살기 운동'"라고 강조했으나 △농업 희생 전제로 공업화 △농업과 공업 간 불균등 발전 △농가부채 등 구조적 문제보단, 소득 증대를 우선적으로 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남성으로부터 무시를 받던 새댁에게 '새마을 운동'이란 무엇이었으며,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박정희 정권 슬로건은 또 무엇이었을까. 무엇이었기에 고통을 자초하고 도전했을까. 

정권 사상이 반영된 영화 '아내들의 행진'은 적지 않은 고통에도 근대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의지 및 감수성을 고조시켜 대중 동의를 끌어낸 것이다. 

무수한 땀과 고통을 먹고 결국엔 지역민은 자신 정체성과 위상을 세웠으며,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근대화 초점을 박정희 정권 '새마을 운동'에만 집중적으로 맞추기보단, 새댁과 같은 히어로들에게도 초점을 맞추는 게 옳아 보인다.




김이곤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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