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저자 인터뷰] '별빛에 꿈을 담고' 이수연 제이앤비컨설팅 대표

'주경야독'으로 일군 창립 20주년…첫 번째로 역설한 콜센터 상담사 '감정노동' 개념

박지혜 기자 | pjh@newsprime.co.kr | 2019.08.12 16:23:33
[프라임경제] 유년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이수연 제이앤비컨설팅 대표는 낮에는 항상 아르바이트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밤에만 공부할 수 있었다. 가정주부로서, 한 기업의 대표로서 바쁜 나날을 보냈던 대학생, 대학원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까만 하늘에 별빛이 내릴 때 그는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내디딜 수 있었다. 

이수연 제이앤비컨설팅 대표. = 김상준 기자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 대표의 학구열은 여전하다. 이제 별빛이 아닌 햇빛에서 공부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도 별빛에 꿈을 담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그의 꿈은 개인의 꿈이 아닌 제이앤비컨설팅과 직원들을 위한 것이다. 직원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꿈을 심어주고 엄마처럼 보듬어주려고 한다. 
그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항상 공부해야 한다. 직원들을 교육하고 독서를 장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공지능(AI)가 주목받고 있어 관련 강의를 직접 듣고 직원들에게 공유해줄 예정"이라며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나도 이제 또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수연 제이앤비컨설팅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내가 500원을 가지고 서울에 상경해서 제이앤비컨설팅을 20년간 경영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고생을 하고 경험을 쌓아야 무슨 일이 일어나도 헤쳐나가고 발전할 수 있다. 20주년을 기념해서 직원들에게 대표의 어려운 시절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책 속에 담긴 내 얘기를 들은 직원들은 "대표님처럼 살겠다"며 회사에 성실하게 다니고 있다. 직원들에게 내 얘기를 통해 비전을 심어주고 싶어 회고록을 출간하게 됐다.

-책 속에 중간중간 보이는 쉬어가는 글 중에 '시댁 반대를 물리친 애교 멘트'가 눈에 띈다. 시댁에서 어떤 걸 반대했나.

▲방통대를 졸업한 후 석사과정에 뛰어들자 시어머니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시어머니가 "노인회관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면 너처럼 공부에 빠진 사람은 없다더라"라고 넌지시 얘기하기도 했다. 남편도 미장원 기술 같은 자격증을 빨리 따서 공부 말고 일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논문 쓰는데 감사의 글에 시어머니와 남편이 내가 이 공부를 하기까지 얼마나 반대를 했는지에 대해 쓰겠다고 말했다. 나의 위트 한 마디에 모두 폭소를 터뜨렸고, 이후 논문 쓸 때 시어머니가 커피도 갖다 줬다. 가정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재치가 있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친구 또는 재밌는 선생님 같은 리더가 회사를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시댁의 반대를 이겨내고 작성한 논문은 어떤 내용인가.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학위논문은 '근로자 파견업의 실태와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에 대한 내용이다. 당시 남편이 경비, 청소 등 파견업무를 하는 '정방시스템'이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서 나 또한 파견업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견법이 1998년 7월에 만들어졌는데 한 달 전인 6월에 논문을 썼다. 논문을 본 남편이 창업을 제안해서 제이앤비컨설팅을 설립하게 됐다. 

창업 초기 이수연 대표의 모습. ⓒ 제이앤비컨설팅

창업 초기 사무실에서 신문만 보는 나에게 남편은 나가서 마케팅을 할 생각은 안 하느냐고 면박을 줬다. 나에게 오기를 심어주려고 호되게 야단을 쳤다고 나중에 말해주긴 했지만, 당시에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때 나는 청소용역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 차별화해서 정방시스템을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밤새 고민하다 보니 아침에 얼굴이 붓기 일쑤였다. 퉁퉁 부은 얼굴을 화장실 거울에 비출 때면 외쳤다. "She can do! He can do! Why not me!" 

-이제 제이앤비컨설팅은 콜센터 운영기업으로 업계에 잘 알려졌다. 사업 초기에 상담사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콜센터 사업 초창기에는 고객의 폭언, 성적 희롱이 빈번해 콜센터 상담사들이 감정적으로 큰 소모를 감내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상담사들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육체노동이 아닌 '감정노동'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때였다. 요즘처럼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콜센터 사업 경험을 쌓고 체계적인 공부를 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감정노동이란 개념을 박사 논문에 수록했다. 호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콜센터 상담원의 감정노동과 감정소진 및 이직의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단순히 학위를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면서 보고 느낀 점, 더 공부하고 알아봐야 하는 것에 대해 논문을 작성했다. 

-20년간 제이앤비컨설팅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누구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한다. 내가 손해 보더라도 베푸는 것이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느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주변에서 '여장부'라고들 한다. 직원들에게도 아끼지 않고 베푼다. 독일어로 '작은가든'을 뜻하는 '클라인가르텐'이라는 회사 연수원을 만들었다. 여름이 되면 각 사이트 팀장들을 여기에 데리고 가서 고기를 구워준다.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소속감을 심어주려고 한다. 직원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항상 감사하다. 앞으로 회사를 더 키워서 직원들이 희망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