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은 전범기업 찾기 'NIPPN'

2019-08-14 12:03:05

- CJ제일제당 이너비 등 원료 수입

[프라임경제] 시민 주도 불매운동이 전범기업에 대한 퇴출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전범기업의 목록은 전쟁물자 동원기업이 아닌 강제동원 가해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현존하는 전쟁물자 동원기업의 공개 필요성은 충분히 대두됐다. 반일감정과 양국간 분쟁 이슈가 장기화됨에 따라 불매운동은 무조건적인 일본제품의 거부가 아닌 구체적이고 합목적성을 갖춘 대상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임경제>는 일본과 국내 사료를 기반으로 알려지지 않은 전범기업들의 국내 유통 현황을 밝혀 시민들의 주도로 진행되는 불매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국내기업의 독립과 자생을 돕고자 한다.

◆NIPPON FLOUR MILLS CO., LT

일본제분(日本製粉, NIPPON FLOUR MILLS CO., LTD)의 역사는 메이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제분의 사사에 따르면 메이지 정부가 1873년 설립한 일본제분은 민영화를 거친 뒤 1896년 주식회사로 재 창립한다.

중일전쟁 직전인 1936년 일본제분은 일만제분주식회사(日満製粉株式会社)를 설립해 중국 진출을 겨냥했으나 연이은 전쟁의 여파로 동원되거나 생산설비가 소실되는 등 경영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제분 홈페이지에 GHQ로부터 제한기업 지정을 받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사실상 전범기업으로 기록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 ⓒ 일본제분 홈페이지.


국내 기록에 따르면, 같은 시기 일본제분은 1936년 만주제분주식회사의 진남포공장을 매입하면서 한반도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제분은 인천공장과 사리원공장을 설립한 뒤 확장을 거듭해 종전 때까지 국내 제분시장을 양분하는 거대기업으로 군림했다.

즉 일본에서 시작된 강제동원에도 기업의 유지가 가능했던 이유는 한반도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주회사정리위원회'는 1951년 발간한 일본재벌과 그 해체(日本財閥とその解體)라는 백서를 통해 일본제분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연합군 총사령부(이하, GHQ)로부터 '증자, 사채발행, 배당, 신규 설비, 대출 등'에 대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제한회사'로 지정된다. 이는 GHQ가 일 군부의 전쟁자금을 추적한 결과 '재벌들이 전쟁수행에 협력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제분은 식민지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익과 미쓰이재벌의 지원을 받아 재기에 성공했다. 오히려 1952년 한국전쟁을 기반으로 각급의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등 현재 성공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전범기업 적극적으로 색출해야

이런 일본제분은 아직까지도 우리 정부로부터 전범기업으로 지목돼지 않았다. 정부가 강제동원과 관련한 피해에만 주목해왔기 때문이다.

또 1996년 일본제분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커뮤니케이션 이름 'NIPPN'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범기업을 추적해 확인한 시기는 이미 일본제분이 NIPPN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10년이 지난 시점이다. 명칭의 변경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일본제분에 대한 현지 시장의 평가는 또다른 전범기업 미쓰이재벌의 방계로 묶고 있다. 640여개의 기업집단인 미쓰이의 방계기업 가운데 독립기업으로 전범기업에 지목된 곳은 후지필름과 도요타 등.

일본제분이 GHQ로부터 전범기업 지목을 받아 발생한 위기를 미쓰이재벌의 자본으로 극복한 기업임에도, 신 사명을 사용함에 따라 전범기업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러나 국내에서 기업활동에 대한 오명과 전시동원활동에 대한 기록이 있는 상황에서 전범기업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은 아쉬운 지점이다. 대일과거청산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현재 우리 정부가 일본 기업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재차 강조된다.

◆또 CJ제일제당…"모르고 사용"

이와 관련해 최근까지 일본제분의 원재료를 수입해 사용해온 업체는 CJ제일제당(097950)을 비롯 주식회사 한국마루비시, (주)스타럭스, (주)홉슈크림코리아 등으로 확인됐다. CJ제일제당은 이너비 브랜드의 일부 제품에 사용되는 원재료를 일본제당으로부터 공급 받아왔다.

▲CJ제일제당이 일본제분으로부터 쌀겨추출물을 수입한 기록. ⓒ 식품안전나라.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당 업체의 역사에 대해 전혀 몰랐던 상황"이라며 "총리실과 이명수의원이 발표했던 전범기업 명단에 기록돼 있지 않은 업체에 대해 기업이 알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원부자재의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사용해왔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관련 이슈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전사적으로 일본 원료의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해당 제품의 리뉴얼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또 "CJ제일제당은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사업활동을 할 계획이 없다"며 "단순히 일본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피해를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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