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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구매했던 '전범기업' 상품들 중엔…

전범기업들, 국내에 버젓이 투자해 투자금 회수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19.08.16 18:23:45

[프라임경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시민 주도 불매운동이 전범기업에 대한 퇴출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범기업의 제품들은 알게 모르게 국내 시장에 유통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과 군수품을 납품하며 축적한 전범기업의 자본이 다시 국내 투자로 이어졌고, 한일 합작사를 통해 생산된 제품들을 시민들이 구입해 전범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이상 구조가 곳곳에서 포착된 것. 

<프라임경제>는 일본과 국내 사료를 기반으로 알려지지 않은 전범기업의 과거 국내 유통 현황을 밝혀 시민들의 주도로 진행되는 불매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국내 기업의 독립과 자생을 돕고자 한다.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 전범기업발표 내용 중 발췌. ⓒ 이명수 의원실

◆ 대표적인 전범기업 군제·미쓰이물산

군제(グンゼ, GUNZE LIMITED.)의 역사는 메이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군제의 사사에 따르면, 1896년 지역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군시제사라는 이름에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탄생했다.

이 회사는 섬유분야 중 △내복 △레그웨어 등을 주력 생산하고 있는 곳으로, 현재는 사업을 확대해 의료기기·스포츠 클럽·부동산 관련 사업 등도 함께 영위하고 있다.

군제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과 한반도 등지에서 방적공장을 운영했다. 문제는 공장 운영 당시 10대 초반의 소녀들을 강제 동원해 혹사시킨 대표적인 전범기업 중 한 곳이라는 점이다.

실제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 2012년 8월29일 발표한 '일본전범기업 3차 명단'에 따르면, 군제는 일본과 한반도 내 강제동원작업장수를 각각 1곳과 5곳을 운영했다.

군제와 함께 대표적인 전범기업으로 분류되는 미쓰이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미쓰이물산 역시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징용에 나섰던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여성을 강제로 노무에 동원한 기업 중 한 곳으로 미쓰이그룹이 포함돼 있다.

ⓒ A사 홈페이지 화면캡처

◆전범기업 지분으로 탄생한 합작사

대표적 전범기업 두 곳이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한일 합작사 A사는 지난 1971년 설립됐다. A사는 국내 섬유 업체인 B사가 50%, 일본의 군제와 미쓰이물산이 각각 39%, 11%의 지분 참여로 이뤄진 합작사로 주로 이너웨어를 생산한다.

최근까지 A사와 이너웨어 관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협약을 맺은 곳은 신세계인터네셔널과 이마트 등이 있다.

이 합작사는 신세계인터네셔널(031430) 브랜드 'JAJU(자주)'와 이마트(139480) 브랜드 'Daiz'에 속옷 등 내의를 납품했으며 현재는 Daiz 일부 제품만 생산, 납품 중이다.
 
A사는 지난 2017년 11월 군제와 미쓰이물산 지분을 전량 매입, 전범기업과 주주관계를 완전히 끊고 순수 토종 기업으로서 탈바꿈했다.

다만 신세계인터네셔널과 이마트는 전범기업 두 곳이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당시의 A사와 계약을 체결, 제품을 납품받아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이점을 꼽자면 신세계이마트(現 이마트)는 2007년 4월 A사를 윤리경영 우수업체로 지정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전범기업과의 협업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뿐만 아니다. 신세계푸드(031440)는 지난해 11월 일본 기업인 뉴트리와 미쓰이물산의 한국법인 '한국미쓰이물산'과 한국형 케어푸드의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국미쓰이물산이 전범기업인 미쓰이물산의 한국법인이라는 지적이 일었고, 신세계푸드는 즉각 한국미쓰이물산과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사가 유통하는 물품만 8만여개에 이른다"며 "계약 당시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부 차원 사전 방지 시급…국방부·LS네트웍스도 비난

A사는 현재 LS네트웍스(000680)의 브랜드 프로스펙스와 언더웨어 부문 라이선스를 체결 중이다. 또한 프랑스 브랜드인 피아르가르뎅과도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상표사용 수수료(로얄티)를 지불한 바 있다.

취재 결과 A사가 전범기업과 주주 관계로 엮여있을 당시 생산한 피아르가르뎅 언더웨어 일부가 국방부를 통해 군(軍) 마트(PX)에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프로스펙스의 언더웨어 제품 역시 전범기업과 합작사를 운영했을 당시 계약을 체결, 현재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국방부와 LS네트웍스 역시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범기업들이 국내에 버젓이 투자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국내 기업들이 기여하고 있었으며 소비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전범기업 자본 기반 제품을 사들이고 있었던 것. 

이러한 사례들이 대일과거청산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 기업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전범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사전예방 차원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속한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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