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서서히 인체 파괴 '온열손상' 예방해야

2019-08-19 11:03:08

[프라임경제] 일반적으로 온열 손상은 열사병, 열피로, 열경련 등의 급성 손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그러한 급성 손상 외에 서서히 우리 인체를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온열 손상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 

2018년 온열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48명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통계청 인구 통계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실제 온열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48명의 수배 이상일 것이라 추측된다.
 
세계적으로도 온열 손상에 의한 인명 피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1995년 7월13일 '윈디 시티'라는 별칭을 가진 시카고의 기온은 41도, 체감온도는 52도까지 치솟았다. 일주일간 폭염이 지속되면서 700여명이 숨졌다. 

2010년 5월-7월은 러시아에서 '1000년 역사상 최악의 여름'으로 불린다. 이 해 러시아에서는 5만5000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고, 러시아 내 16개 지역에서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프랑스에서는 2003년 8월 폭염으로 무려 1만5000명에 가까운 국민이 사망한 바 있다.

이런 온열 손상에 대해 많은 의사, 한의사, 각종의 전문가는 다양한 견해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주장들은 과학적이라 보기에는 설득력이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온열손상에 대한 기전은 다음과 같다. "심장질환, 당뇨병, 호흡기질환 등을 앓고 있는 70~80대가 주로 피해를 입는다" "한방에서는 땀을 장기의 생리기능에 의해 생성된 영양물질인 진액으로 본다.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 진액이 소모돼 기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이런 이상증상의 원인을 원기 부족이라고 보고, 기를 보충하는 일을 강조했다. 

의사들의 의견은 기력이나 기가 아닌 열조절 중추라는 과학적 용어의 권위를 빌려 "폭염 시에는 열 조절 중추의 손상을 입게 돼 기존에 앓고 있는 다양한 호흡기, 심뇌혈관계 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정신과적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의 위험요인을 증가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의사이든 한의사이든 무더위가 사람에게 끼치는 위와 같은 메카니즘으로 이해를 하다 보니 그 치료나 예방 방법은 늘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제시된다. 

하지만 그러한 대책은 지난 수년간의 온열 손상 환자의 수가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통계를 보듯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온열손상의 치료와 예방에 대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고온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라' '수분 보충을 하라' '의식적으로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시고 △수박 △참외 △자몽 △포도 △방울토마토 등 수분과 칼륨 등의 전해질이 풍부한 제철과일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

또 '지방은 피하고 아미노산은 섭취하자 아미노산은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영양성분으로 보통 보양식으로 불리는 삼계탕 등에도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바나나, 우유 등 수면호르몬 생성을 돕는 트립토판(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등이다. 

다시 정리하면 △햇빛을 피하고 △수분을 섭취하고 △숙면을 취하고 △과일을 많이 먹고 △보양식을 먹으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시되는 온열손상의 원인과 그에 다른 대책은 마치 창조과학자들이 진화론자들에게 "화석의 잃어버린 연결고리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처럼 과학적 메카니즘이 부족하다. 

폭염이 세상을 달구는 날, 우리는 숨쉬기 힘들고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이 아프고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온 몸은 꼼짝도 하기 어렵고 무기력해진다. 

자, 이런 증상과 비슷한 어떤 병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렇다. 무더위에 우리가 고통받는 증상은 저산소증, 고산병과 매우 유사하다. 보통 산소 농도가 21%에서 0.5%만 더 떨어져도 숨 쉬기 힘들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기 속의 산소 농도는 21%, 출퇴근 시간 지하철의 산소 농도는 19.4%, 찜질방 내부는 18.5%, 밀폐된 자동차 내부는 18%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산소 농도는 모두 저산소증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심각한 경우엔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낮은 농도다. 산소 부족은 두통이나 무기력증과 같은 증상부터 △천식 △뇌졸중 △심장병 △동맥경화와 같은 심각한 질병까지 야기할 수 있다.

대기 밀도가 낮아져 산소가 희박해지면 사람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헥헥거릴 것이다. 이러한 대기는 불변 고정의 상태가 아니라 압력(기압, Pressure), 온도(Temperature), 습도(Humidity)에 따라서 밀도(Density)가 변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은 무더위는 대기의 온도가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샤를의 법칙'은 압력이 일정한 상태에서 기체의 부피는 온도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즉 대기 온도가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기체의 부피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기체의 밀도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기온이 오를수록 대기중 산소 농도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샤를의 볍칙에 따르면 대기중 기체는 온도가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1/273씩 부피가 증가하고 그만큼 밀도가 감소하며 기체가 희박해진다. 

예를 들어 섭씨 영하 5도인 겨울날 대기중 공기 밀도는 1,3179인 반면 오늘처럼 기온이 섭씨 36도로 높아진 여름날의 대기중 공기 밀도는 1,1431로 약 13% 감소한 상태이다. 이는 공기중 산소 포화도 역시 비슷한 정도로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산소 농도의 급격한 감소는 저산소증을 초래하기에 충분한 정도이다.  

온도 뿐 아니라, 대기 중 기체의 밀도는 수증기의 포화량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온도가 더 높아질수록, 공기가 붙잡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더 많아진다. 덥고 습한 공기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보다 밀도가 더 낮다. 

'아보가드로 법칙'에 의하면 모든 기체는 같은 온도와 압력에서 같은 부피 속에 같은 수의 분자가 존재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세 기체분자 중 수증기의 밀도가 제일 작다. 따라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포함 될수록, 즉 습도가 높아질수록 자연히 밀도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면 폭염으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나 사망률 증가는 땀의 배출이나, 기가 허해서 발생하기보다 대기중 산소 농도의 감소로 인한 증상인 것이다. 

여름 무더위는 고온과 높은 습도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환경은 대기중 산소 농도를 최소 10% 이상 떨어트린다. 그래서 저산소증이 발생하고 그로인한 전신 장기의 다발성 손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 여름날 물론 △휴식 △야외활동의 회피 △수분 흡수 △과일 섭취 △보양식 섭취도 좋지만 저산소증 치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도 열심히 건설에 종사하는 사람들, 골프, 야구, 축구 등 야외에서 죽으라고 운동하는 스포츠 선수들은 쉴 수 없다. 그리고 건강이 취약한 노인들, 심혈관 질환을 가진 만성 성인병 환자들은 본질적으로 이 여름 무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휴식 외에 산소호흡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고산병 예방 약으로 혈관 팽창 효과가 있는 약을 사용하는데 혈류량이 증가 → 산소 운반량이 증가 → 저산소증 예방 이라는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 많이 사용되는 약은 다이아목스(아세타졸아마이드)로 원래는 약한 이뇨제이다. 등산 2-3일전부터 250mg을 1일 2회 복용하도록 권고하는데, 등산시에는 쉽게 탈수가 올 수 있으므로 이걸 먹었다면 수분섭취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이게 없다면 이뇨작용을 하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에너지드링크나 커피가 대용품이 될 수도 있다. 기전이 다르지만 '혈류랑 증가'라는 효과가 동일하게 있는 비아그라(실데나필) 같은 약이 있긴 하지만 보통 다이아목스에 부치료제로 사용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무더위 속 소위 더위를 먹거나, 온열 손상을 당할 경우 기존의 소극적 치료가 아니라 온열손상의 기전이 저산소증이란 사실을 인지해 고산병에 준한 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재훈 올림픽병원 정형외과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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