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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 국회서 '손학규 선언'…"안철수·유승민 함께하자"

바른미래당 중심 빅텐트론 제안…당내 안철수·유승민계는 '냉소적'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8.20 14:45:02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 중심 빅텐트론'을 비롯한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선언'을 통해 '바른미래당 중심 빅텐트론'을 제안했다. 손 대표는 발표를 통해 제7공화국을 실현하겠다면서, 안철수·유승민 전 공동대표에게 손을 맞잡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추석지지율 10% 미만 시 사퇴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다른 정당들도 손 대표의 선언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발표 내용보다는 '사퇴번복'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손 대표는 "오늘 저는 대한민국과 바른미래당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에 대해, 바른미래당 대표 손학규로서, 그리고 정치인 손학규로서, 의지와 각오를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1993년 국회의원으로 정치입문을 한 이야기부터 지나온 정치이력을 자평했다.

손 대표는 이어 "자리에 욕심이 없다"며 "대통령 제도는 더 이상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없다. (그래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선포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손 대표가 기거하던 만덕산에서 내려온 지 사흘 만에 태블릿 PC사건이 터지고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던 때도 회상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거대 양당의 극한대결은 계속되고,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이었으나 대통령과 국회가 단절되면서 대통령은 아무런 능력도 발휘할 수 없었다"고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침체의 장기화 조짐 △남북관계문제 △외교적 고립 문제 △일본 수출규제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도 비판했다.

손 대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발언도 이어갔다. 손 대표는 "국가적 위기와 혼란의 중심에는 대통령 중심제와 거대 양당의 극한대결이라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며 "여당은 맹목적으로 청와대 편만 들고, 제1야당은 무조건적으로 여당을 반대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는 지금도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여·야당이 그 존재 이유를 대권싸움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의 존재 이유가 여기 있다"며 "제3당을 굳건히 지켜서 다당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연합정치의 바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어 "바른미래당은 좌우의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중도의 길로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며 "이것이 제가 바른미래당을 지켜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민주평화당이나 대안연대와 통합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지역정당으로 퇴락해서는 안 된다"며 "바른미래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다당제 의회에서 연합정치를 실현,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간 바른미래당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아침마다 참을 인(忍)자를 세 번씩 가슴에 담고 집을 나선다. 나라를 위해서 한 번, 당을 위해서 한 번,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한 번씩"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중도 정치는 단순한 중간노선이 아니다"라며 "경제에서는 시장경제 추구와 기업 활성화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 신경 쓴 듯 "경제민주화는 오래된 우리의 가치이지만 지금은 경기가 쇠퇴하고 국제적인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후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정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을 이어 간 손 대표는 "대통령께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주시기 바란다"며 "거국 내각을 구성해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 주실 것을 건의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야당과 협의해서 국무총리와 주요 장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실행해 달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를 죽이려던 사람의 2인자와 연합해서 정권을 장악했고 그 사람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연합정치를 이렇게 실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정책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던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 내부에 호소하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손 대표는 "이러한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바른미래당이 제대로 서야 한다"며 "이제 우리 그만 싸우고 화합하자"고 제안했다.

또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론이나 타 정당과의 통합에 대해서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이 과정에서 안철수·유승민 전 공동대표에게 손을 맞잡을 것을 제한했다. 손 대표는 "안철수 대표·유승민 대표, 저와 함께 가십시다"라며 "이제 싸우지 말고 함께 승리의 길로 나가자"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모든 개혁세력이 제3지대에서 함께 모여 대통합개혁정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며 한국적 제3의 길을 제안했다. 중도 개혁 정치를 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평화체제의 3대 과제를 실현을 제의했다.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할 것.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 첫걸음이고, 국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독일 같은 총리중심체제가 바람직하겠지만 대통령제에 익숙한 국민정서를 감안해서 2원집정부제도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국무총리는 의회가 선출하도록 하고,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며, 국무총리가 나머지 국정을 돌보도록 하자"는 개헌 방향성도 제안했다.

손 대표는 "저부터 통합에 앞장서겠다. 지금까지의 섭섭했던 감정·구원을 다 잊고 다함께 나서자"며 "제가 나서서 안철수, 유승민을 끌어 들이겠다"고 통합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공천에 영향력을 끼칠 생각이 없다"며, "총선기획단을 꾸리고 인재개발위원회를 가동하겠다. 여성과 만 50세 이하 청년들로 공천의 50% 이상을 채우고, 비례대표 공천도 상향식으로 100% 국민참여 공천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 도입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천 관리도 제안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에서는 이러한 손학규 대표의 제안에 대해 "추석까지 지지율 10%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던 손 대표의 공언을 뒤집는 선언"이라며 "안철수·유승민 대표를 몰아낼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손을 내민다. 자신의 자리 지키기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이 탈당 절차를 밟아 분당수순에 들어간 민주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도 손학규 대표의 발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하면서 선언 내용 자체보다 '추석 사퇴'에 오히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 정당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제3당 자리를 차지하려는 각 정당들이 서로 제3지대의 중심이 되겠다고 자처하면서 서로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자칫 거대 양당에 휩쓸려 제3지대가 소멸하는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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