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90년대 영화 '접속'과 아날로그 감성

2019-08-21 17:15:59

[프라임경제] 1990년에 인터넷이 시작되면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PD 동현과 수현은 온라인채팅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이들 동현과 수현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자기처럼 외로운 사람이고, 반응 없는 사랑에 대한 열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아픔을 공감한다. 

통신 속 만남이 빈번해지면서 이들은 어느덧 서로에게 빠져든다. 수현은 어느덧 짝사랑을 정리하고, 동현 역시 원치 않는 삼각관계를 이유로 방송국을 그만둔다.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진 이들은 온라인 만남을 벗어나 함께 영화를 보기로 한다.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몇 번 스쳤지만, 서로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감독은 당신과 내가 만나는 것은 일말의 우연적 사건이 아닌, 만날 사람 '차곡차곡 쌓여진 운명'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다. 

특히 영화 중반쯤 레코드 가게 좁은 계단에서 이들은 스치는데, 수현은 시야에서 사라진 남자를 향해 잠시 돌아본다. 이런 장면을 통해 다시 한 번 '운명'임을 생각했다.

곧 만날 두 사람을 영화 끝나기 직전까지 일상 속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한 것처럼 연출한 것은 관객에게 보내는 감독 메시지인 것 싶다.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꿈같은 만남이 아닌, 자신조차 의식할 수 없는 짧은 만의 연속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인연이 된다고 것이다. 

이처럼 영화 접속은 '쉬운 만남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이별 또한 어렵다'는 것을 전한다.

제목마저 신선한 '접속'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까지 과정을 당시만 해도 이전 한국영화와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영화 '접속' 흥행 원동력 중 하나인 통신은 1990년대 트렌드를 잘 반영했으며, 여기에 익숙한 남녀 만남을 자연스레 접목시켰다는 평가다. 두 사람은 통신을 통해 '사랑 부재'로 나타나는 상실감과 현실 고통을 위로받고, 또는 조언하면서 현재 자신을 돌아본다. 

이외에도 '인연이 서로 만나 지난 아픔을 나눈다'는 점에서 사랑에 대한 독특한 시선에 빙점을 찍는다.

'익명성의 악용'과 같은 생각은 영화 관람 내내 느낄 수 없었다. 의심하지 않고 상대방 말을 믿는 것은 순수했다기보단, 아직 신기하지만 꾸밈없는 당시 통신 시절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5G가 등장한 디지털 시대인 지금, 이런 아날로그적 순수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개봉한지 20년 넘게 흘렀음에도 '평점 8.65'에 달하는 평가는 관객들에게 아날로그 감성 90년대 풍경을 선사하며 당시 추억을 회상케 해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은 0과 1로 구성된 이진법으로 이뤄진 여러 가지 정보를 생산·전달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디지털 세계 모든 정보들은 0과 1, 혹은 on/off 이분법으로 환원되지만, 정작 현실 세상은 이분법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밤과 낮 사이에 새벽과 황혼이 있듯이 자연에서 0과 1사이에는 무한히 많은 점들이 있다. 인간 본성 역시 디지털보단 아날로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편리한 디지털 시대임에도 여전히 직접 서점을 방문해 책을 읽으며, 인터넷 신문보다 잉크 냄새를 풍기는 신문을 고집하는 이유일 것이다.




김이곤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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