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백수일기 #8 외국인들 왜 자꾸 맞는 거지

2019-08-22 16:38:21

[프라임경제] 뉴질랜드에서 직장을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올 때 결심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돈 안 되는 짓하며 살아보자. 둘째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봉사활동도 어느새 100시간을 넘어 200시간을 향해 달려간다. 돈 안 되는 짓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유쾌했다. 당연했다. 이해관계를 따지며 사귀는 사람들이 아니니. 남을 도우면서 만난 사람들은 참 따뜻했다. 원래 다른 사람들을 도우기 위해 모였으니 서로 알뜰살뜰 도우려 드는 것도 당연했다.

한국거주 외국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

한국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 및 결혼 이민자 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당시 아직 현직에 있던 필자는 1년에 몇 번씩 부모님을 뵈러 한국으로 들어왔다. 부모님은 울산에서 1시간 가량 시골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곳에 살고 계셨다.

버스 안에서 필자를 쳐다보던 촌 할머니 한 분이 짐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 모습을 취하자 혹여나 칼이라도 꺼내 돈을 뺏으려 하나 긴장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꺼낸 건 작은 빨간 요구르트였다. '이거 뭐지'하고 어리둥절하던 필자에게 요구르트를 들이밀더니 할머니는 말했다. 

"어디서 왔어?"

"네?"

"어디서 왔냐고? 파키스탄?"

"할머니, 저 한국 사람인데요"

"어? 한국말 잘 하네. 그래 언제 왔어?"

"할머니, 저 한국 사람인데"

"그래, 그래. 고생이 많다. 이 먼 데까지 와서. 어휴. 불쌍하게"

할머니는 말을 듣지 않았다. 필자는 요구르트를 마시며 생각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불쌍하다고?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사는 외국 사람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요구르트는 달았는데, 양은 너무나도 적었다.

매 맞는 외국인들

최근 베트남 결혼 이민 여성이 아이가 보는 앞에서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때린 이유는 한국말이 서툴러서라고 했다. 아이는 어쩔 줄 몰라 울고불고 했고, 엄마는 구석에서 힘없이 쭈그러져 있었다. 

또 얼마 전에는 밭에서 일을 하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업무용 장갑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한국인 사장에게 맞았다. 전 세계 어느 노동법에도 외주로 일을 맡기지 않는 이상, 작업 도구는 고용주가 제공한다. 건장한 남자가 넘어지지 않자, 한국인 사장은 발까지 걸어 넘어뜨린 후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고 전해진다. 

왜 맞았을까

뉴스에서는 가해자에게만 폭행 사유를 묻는다. 하지만 과연 결혼 이민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왜 그들에게는 안 물어볼까. '아차, 말이 안 통하지' 그럼 손짓, 발짓이라도 물어보자. 

그리고 말이 안 통한다고 하니, 욕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할 수 있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건 어떨까? 어차피 "개XXX!" 혹은 "씨XXX!"라고 욕할 때 대답할 수 있는 건 교재나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한국어 선생님도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필자도 일본이나 중국·유럽·뉴질랜드·호주에서 거주할 당시 길거리에서 갑자기 욕을 먹은 경우가 잦았다. 일본에서는 극우단체, 유럽의 경우 나치 추종자들, 뉴질랜드는 심지어 중학생들에게도 욕을 먹곤 한다. 물론 당황한 나머지 적절한 대응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제대로 대처했다면 현재 트라우마가 되진 않았을 텐데. 

'우리도 때리면 아파요' 프로젝트 시작

한국에서 맞고 사는 외국인들을 만나서 그들 목소리를 들려줄 생각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갑자기 한국어로 욕을 먹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생존 한국어'도 넣을 계획이다. 

다행히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100원 아니, 18원 후원이라도 좋다. 

그리고 십시일반 한 번 물어보자. 왜 맞았냐고. 그리고 가르쳐주자. 한국어로 욕을 먹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한성규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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