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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제당, 전범기업 협력의 기록 공개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3대 전범기업과 손잡은 기록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19.08.23 15:45:59
[프라임경제] 시민들의 주도로 확산해 온 불매운동이 전범기업에 대한 퇴출운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확산되고 있는 전범기업의 목록은 전쟁물자 동원기업이 아닌 강제동원 가해기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존하는 전쟁물자 동원기업의 공개 필요성은 충분히 대두됐다. 이슈가 장기화됨에 따라 불매운동은 무조건적인 일본제품의 거부가 아닌 구체적이고 합목적성을 갖춘 대상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프라임경제>는 일본 내 사료(史料)를 기반으로 알려지지 않은 전범기업들의 국내 유통 현황을 밝혀 시민들의 주도로 진행되는 불매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국내기업의 독립과 자생을 돕고자 한다.

◆설립부터 잡은 '손' 제일제당과 미쓰이

사료에 따르면 1953년 8월 故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부산 전포동 일대에 터를 잡고 설탕공장을 지었다. 국내 최초의 설탕공장이다. 

삼성의 사사를 비롯해 근현대사를 조명한 일부 자료들은 제일제당의 설립 종잣돈을 1951년 설립된 삼성물산의 탄피수출로 마련했다고 서술한다. 전쟁터로 변한 국토에서 소비된 탄환의 탄피를 모아 이를 일본에 수출하고 생필품을 사 들여와 자본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반대의견으로는 원조자금이 거론된다. 당시 설탕공장 설립을 위해 제일제당이 동종 업체인 삼양제당과 함께 나누어 가진 지원금은 시설투자 부문 55만 달러, 원당 수입 부문 1640만 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자본의 출처에 대한 이견은 있으나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당시 이 전 회장의 파트너가 전범기업이자 일본 3대 재벌의 하나인 '미쓰이물산'이며, 특히 다나카기계공작소로부터 제당기계를 구입하는 과정에 미쓰이물산이 깊게 개입돼 있음은 인정한다.

2015년 10월 세계유산인 일본 미이케탄광의 강제징용 조선인 추도비에 '낙서 테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제일제당이 설립되기 몇년전만 하더라도 미쓰이물산은 일본 최대 광산인 미이케 탄광을 소유·운영하며 전략물자인 석탄을 채취하는 작업에 조선인을 강제노역시킨 전범기업이다. 삼성과 제일제당이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끈 결과의 이면이다. 

따라서 이번 불매운동에서도 삿포로맥주 등 미쓰이 계열 제품들은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후의 협력관계에 대한 조명은 아직 미진하다.

미쓰이와 같은 전범기업과 CJ제일제당(097950)의 협력은 근현대를 넘어선 최근까지도 반복됐기 때문이다. 전후를 거친 일본 경제 성장의 배경으로 전범재벌기업의 성장을 첫 손에 꼽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듯 비춰진 이러한 협력은 유난히 눈에 띈다.

◆라이온과 미쓰비시

이후 CJ그룹은 생활용품사업의 파트너로 라이온과 손을 잡았다. 라이온과의 협력관계는 최근까지 지속되며, 올리브영 등 신규사업의 자리매김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 과정에 사실상 지분투자에 가까웠던 합작사 씨제이라이온주식회사(현, 라이온코리아, 이하 라이온코리아)가 조명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제이라이온주식회사는 CJ주식회사와 일본의 Lion Corporation(이하 라이온)간에 2004년 9월 체결된 주식양도계약에 따라 설립됐다.

설립 당시에는 라이온이 81%, CJ주식회사가 19%의 지분을 각각 보유했다. 이후 2010년 CJ주식회사가 보유한 라이온코리아 지분은 CJ올리브영주식회사로 넘겨지고 2017년 다시 라이온에게 팔리며 정리된 기록이 남아있다.

문제는 라이온의 성격이다. 라이온과 일본화성의 사사(社史)에 따르면 일본화성의 모태가 된 '일본수소공업주식회사'는 1940년 라이온과 자본을 제휴하며 '라이온유지주식회사'를 설립한다. 미쓰비시그룹이 발행한 '월간 미쓰비시'의 1999년 12월호에 따르면 일본화성은 미쓰비시 계열로 추후 '미쓰비시화성(三菱化成)'이 됐다.

1945년 일본육군과 GHQ(연합군최고사령부)의 기록에는 일본수소공업주식회사는 일본의 원자폭탄 개발사업에 깊게 연루돼 있었다. 원폭 개발에 동원된 '리켄 희원소 공업 후소 제806공장(이화학연구소희원소산업 제806공장, 理化学研究所希元素工業扶桑第806工場)'에 촉매용 구리우라합금판 10톤을 납품한 기록이 남아있다.

라이온의 1937년 신문광고, '거국 일치에서 충치를 방지합시다! 국산 치약 전문가 라이온 치약'.ⓒ 동북아역사자료센터DB



또한 당시 일본 신문에 실린 광고를 확인해 보면, 치약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제조해온 모기업 라이온도 일본군부를 지원하기 위해 헌납광고를 게재한 기록이 남아있다. 욱일기와 일장기를 사용한 광고에는 '거국 일치해 충치를 방지하자'는 내용이 들어있고, 또 다른 광고에선 '동아의 백성에게 건강을'이란 표현을 사용해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 대한 일본군부의 명분'을 지지하기도 했다. 

라이온의 1942년 신문광고, '동아의 백성에게 건강을'.ⓒ 동북아역사자료센터DB


즉 일본화성은 미쓰비시의 군수산업의 한 축으로 핵무기 개발사업에 동원된 명백한 전범기업이며, 전범가담행위가 벌어진 시기는 라이온유지주식회사가 운영됐던 시기다. 또 라이온 자체로도 일본군부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행위가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

현재 라이온코리아가 제조하는 생활용품은 올리브영의 베스트셀링 아이템 '식물나라'를 비롯해 세탁세제 '비트', 손세정제 '아이깨끗해' 등이 널리 알려졌다. 이 외에도 '참그린', '소프트빈스', '시스테마' 등의 브랜드를 국내 유통중이다.

또 라이온코리아는 건강기능식품과 제약제품 브랜드도 운영중이다. 제약제품은 '아이미루' 등 점안액과 해열진통소염제인 '버퍼린레이디' 등이며 건강기능식품으로는 '락토페린'이 알려져 있다.

◆손쉬운 사업 무엇을 남겼나

아쉬운 부분은 CJ그룹이 생활용품 사업을 시작하면서 빠르고 쉬운 시장안착을 위해 글로벌 생활용품기업인 '라이온'의 손을 잡았다가 철수하면서 나온 결과다. 전범기업인 라이온에게 국내 시장 개방과 현지화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제공하게 됐기 때문이다. 

2014년 CJ올리브영이 주식 19만주(19%, 42억원)를 CJ라이온에 매각하며 시작된 CJ의 철수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2017년까지 라이온코리아는 'CJ라이온'을 사명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지분 전량 매도 이후에도 식물나라는 올리브영의 주력상품으로 굵직한 마케팅 소재가 돼 왔다. 대한통운과의 관계도 지속됐다. 

또 라이온을 제외하더라도 베트남 밀가루 시장을 타깃으로 미쓰이물산과 연결된 '스미토모(Sumitomo)'와 합작사 'CJ-SC GLOBAL MILLING'를 설립하는 등 유난히 전범기업과의 연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4년 CJ제일제당과 스미토모 상사는 베트남에 합작사 'CJ-SC GLOBAL MILLING'을 설립했다.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이사(왼쪽 첫번째), 스미토모 생활산업&미디어 대표 신이치 사사키(왼쪽 두번째), 오재혁 베트남 총영사(중앙), CJ제일제당 김진현 소재사업부문장(오른쪽). ⓒ프라임경제


스미토모상사는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을 받은바 있는 신일철주금의 주주로 일본의 3대 재벌이자 전범기업의 하나다. 

이와 관련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알았다면 전범기업과 손을 잡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정서에 반하는 경영활동은 계획하지도 실행하지도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CJ그룹의 일본법인 CJ재팬은 지난 7월 후쿠오카 지점을 설립했다. 한일 양국의 냉랭한 분위기와 별도로 일본내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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