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바른 소리? 기능 포기한 정무수석의 '독선 궤변'

2019-08-27 09:08:34

[프라임경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파행이 교통정리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더불민주당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들이 26일 모여 내달 2~3일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여는 아이디어에 잠정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쪽 기류가 심상찮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합의발표 후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강 수석은 "늦었지만 청문회 일정이 잡혀 참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일정 합의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수석은 "8월30일까지의 청문회 법적 일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고 "특히 9월3일은 대통령이 추가 송부기간으로 지정할 때만 법적 효력을 갖는 날"이라고 주장했다.

강 수석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법적 권한'을 국회에서 '정치적 합의'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곧 간사들의 합의 정도로 청문회 논란을 잠재우는 것은 얼토당토않다는 원칙론에 해당한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더라도 일정한 원칙이 있고, 그 선을 넘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강 수석의 시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첫째, 강 수석의 이야기는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침해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일응 '타당한 소리'로 들리고 아마 친여 성향의 유권자들 입장이나 강 수석의 정치적 지지층(그는 국회의원 출신이다) '입바른 소리'라고 높게 평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현재 야기된 자질 논란과 그로 인해 청문회 자체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까지 갈등이 높아진 일정 혼선의 선후 관계에 대해 애써 눈감은 발언이기도 하다. 애초 문재인 정부에서 이상한 후보를 지목했기 때문에 자질 논란이 불붙었고 그 불길이 일정 혼선으로 번진 것을 감안하면 대통령 권한 침해 운운은 겉은 맞아 보이지만 청와대 주변에서 할 소리는 아니라는 반론을 면키 어렵다. 정권이 빚은 심대한 잘못은 외면하고 우리 권한 축소는 문제라고 애써 외치는 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정무수석발 발언이 아니라 민정수석 산하 법무비서관의 언급이었다면 여전히 유효할까, 강 수석의 이 발언은 정국에 전혀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까지 볼 수도 있다.

둘째, 교묘한 논리로 조 후보자 지명 강행의 논리 떡밥을 깔고 있다는 혐의도 면키 어렵다. 1분도 지체하지 못하겠다는 이 도저한 충성 논리를 대체 어쩔 것인가?

정무수석의 역할이 대체 무엇인가? 청와대의 정책적 독주를 스스로 제어하기 위해 국회와의 원만한 접점과 소통(여기에는 여당 외에 여러 정당 즉 야권을 모두 접촉하고 조율할 필요가 포함된다)을 시도하는 게 본연 아닐까? 그 동안 조 후보자 문제로 시끄러울 때 정무수석실에서는 어떤 일을 음으로 양으로 했을까? 억울할지는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이 크게 후한 점수를 매기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런 일을 해야 할 정무수석이 오히려 문제적 상황을 처리하는 절차적 문제점과 정당한 권한 침해를 강조함으로써 일정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재차 드러내고 있다. 이는 오만이자 독선이다. 지명을 하면 아무리 야권에서 반발해도 그대로 임명장까지 흘러간다는 오만이자, 반대를 수용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 순탄한 일정 강행에서의 오류 한톨도 양보 못한다는 독선인 것이다.

강 수석이 할 일은 정무를 잘 하는 것이다. 지금 각당 법사위 간사들이 애써 뭔가 해보려는 일의 뒷다리를 잡는 게 아니다. 정무를 잘 하라는 소리를 '협잡'을 하라는 거냐고 곡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문제가 심각함에도 굳이 청문회의 장을 국회에서 마련하겠다는 선의를 그렇게 질타하고 싶으면 그 전에 할 일이 많다.

우선, 민주당 일각의 국민청문회 운운을 책임지고 폐기해야 한다. 민주당은 당초 한국당의 반발로 청문회 추진이 어렵자, 국민청문회 구상을 드러냈다. 국민 청문회라는 이름도 낯선 이 아이디어가 바로 탈법의 상징 아닐까?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는 간사단 잠정적 합의를 수용할지 말이 많다고 한다. 아마 27일 오전이면 이를 받을지 거부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지 민주당 내부 결론이 나올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만일 잠정안 거부로 가닥이 잡히면 민주당의 다음 수순은 뭘까? 정식청문회가 아니라 일종의 기자간담회인 이 국민청문회로 치달을 것이다.

그런 절차를 고집하겠다는 게 여당의 힘이고, 그런 절차에 의해 장관감을 결단코 임명해 내고야 말겠다는 청와대가 말하는 적법한 권한이라면 정무라는 이름이 붙은 일이 따로 청와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런 상황에 쓴소리를 하고 내부적 조율과 외부적 협상을 해낼 자신이 없다면, 정무수석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선량으로서 입에 담아 멋진 말과, 일개 정치인이 했을 때 뭔가 한 구석은 들어볼 만하고 곱썹어 볼 만한 말 그리고 정무수석 같은 고위층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숙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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