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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aT센터, 전범기업 대리점에 사무실 임대

모리나가 국내 총판…버젓이 수출입상사 한 켠에 자리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19.08.29 08:57:15
[프라임경제] 시민들의 주도로 확산해 온 불매운동이 전범기업에 대한 퇴출운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확산되고 있는 전범기업의 목록은 전쟁물자 동원기업이 아닌 강제동원 가해기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존하는 전쟁물자 동원기업의 공개 필요성은 충분히 대두됐다. 이슈가 장기화됨에 따라 불매운동은 무조건적인 일본제품의 거부가 아닌 구체적이고 합목적성을 갖춘 대상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프라임경제>는 국내에 알려진 사료(史料) 및 일본 내 사료를 기반으로 알려지지 않은 전범기업들의 국내 유통 현황을 밝혀 시민들의 주도로 진행되는 불매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국내기업의 독립과 자생을 돕고자 한다.

◆모리나가 식품 (MORINAGA & CO., LTD.)

이전의 기사에서 다뤄왔던 여타 전범기업과 달리 모리나가 식품은 익히 널리 알려진 전범기업이다. 특히 일본 군부와 친밀하며, 캬라멜, 초콜릿 등 간식제품에 군국주의를 형상화 해 전쟁의 정당성과 일본국민의 동원을 이끌어 내는데 크게 기여한 기업이다.

(좌) 모리나가가 제작한 '만주에 황군충천의 뜻을 담은 폭탄초콜릿' 출시 광고(1932년), (우) 모리나가가 제작한 '제국의 권익과 명예를 위해 부상당한 우리충군을 진심으로 위로하자'는 내용의 캠패인(1932년). ⓒ 프라임경제


본지가 확보한 1930년대 모리나가의 광고는 이같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2차 세계대전을 불러왔던 '만주사변' 당시 모리나가는 '만주에 황군충천의 뜻을 담은 폭탄초콜릿'을 출시했다.

또 1941년 모리나가 제과의 사료에선 건빵과 비스킷이 방공호와 일본군에게 지급됐음도 확인됐다. 전범 여부에 대해 이견조차 발생하지 않는 상황. 

문제는 국민의 세금을 들여 농수산식품 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은 공간을 모리나가의 국내 대리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임대해 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국민정서와 평행선을 보이는 상황이다. 

본지는 모리나가의 국내 대리점이 국내 농수산식품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상사관에 입점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모리나가 대리점인 M사는 1995년 설립돼 국산 김의 일본 수출 등을 주력으로 성장해온 무역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M사는 월드컵을 거치며 일본 식문화 수입이 속도를 내자 해외 식자재 수입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수산식품공사는 재계약 때 뭘 봤나 

문제는 M사의 주력 사업이 전환된 이후 사실상 수출상사관 입점의 정당성이 사라진 데 있다. 우선은 국내 생산 식품의 수출이 주력이 아닌 업체의 수출상사관 입점에 대한 지적이며, 세부적으로는 특히 모리나가 식품의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상황에 대한 추궁이다. 

양재 aT센터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수산물 국제경쟁력 강화 목적 및 수출업무 지원강화' 등의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가운데 특히 수출상사관은 '농업관련 수출업체와 유관기관의 업무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따라서 정부 자금으로 세워진 aT센터 수출상사관의 입주 자격으로는 '농림축수산 관련 업종 종사업체 또는 관련기관·단체'가 우선이다. 제곱미터당 보증금은 40만원, 임대료 1만8000원, 관리비 1만2230원으로 인근 일반 사무실에 비해 최대 50% 이상 저렴하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aT센터는 경부고속도로 양재IC와 입점해 있고, aT센터에 입주해 있는 다양한 복리후생 시설의 혜택을 제공받는 등 다양한 이점을 갖추고 있다. 1995년 설립된 M사 또한 2002년 aT센터 준공과 동시에 입주해 두 차례 호실만 변경했다.

aT센터 홍보실은 "앞서 M사는 입주신청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회사이며, 당시 김 수출을 통해 평가 기준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업체"라며 입점 심사가 부정하지 않았음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후 재 계약 과정에서 M사의 사업부문에 대한 점검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사이 M사는 국내 외식업 다양화에 맞춰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식자재를 수입 유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변경했고, 이 같은 사실은 재계약 심사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M사의 모리가나 제품 유통현황. ⓒ 식품의약품안전처



이후 김 수출의 실적은 일본식품의 국내 유통실적에 비해 미진하며, aT센터 입점 자격에 미달할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 aT센터 수출상사관 임대업체들 내부에서도 M사 입점의 부적절성에 대한 지적은 반복돼 왔다.

특히 재계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aT는 M사에 입점심사 기준을 적용해 평가하지 않았고, 기존 계약을 연장해 줬다. 

M사는 지난해 매출 37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기반 마련에 성공했다. 또 올해부터는 30대 초반의 자녀를 사내이사로 등기하는 등 2세 경영의 준비도 착실하다.

이와 관련 aT센터를 관리하는 농수산식품공사는 "2002년 당시 임차를 지원한 다른 업체들과 함께 내부규정에 따른 평가를 거쳐 선정됐다"며 "공사의 지원사업은 농식품 수출 및 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어 전체적으로 조사를 하는데 시일이 소용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까지는 대표적 지원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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