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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사태, 핵심은 '불완전판매' 유무 달렸다

금감원, 은행 특별조사 착수…쟁점 놓고 의견 갈등

김동운 기자 | kdw@newsprime.co.kr | 2019.08.28 20:39:43
[프라임경제] 최근 금융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이하 DLS‧DLF) 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며 해당 사건의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다.

금융감독원(원장 윤석열)은 지난 23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현재 하나은행 등 DLF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한 금융업계들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특별검사에 기한을 두지 않고 상품 개발부터 판매‧관리까지 전수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진행하는 특별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LF 상품손실률 최대 91%…판매규모 8224억원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상품들은 독일 국채 10년물과 미국과 영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와 DLS다. 이 상품들은 약정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 4%대에서 5%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지만, 약정된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전체를 손실할 수 있는 '업다운' 방식의 '고위험군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 중 파생결합 증권(DLS)은 증권사들인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이 판매했으며, 이들 증권사가 발행한 DLS를 자산운용사가 파생결합 증권 펀드(DLF)로 구성한 뒤 해당 상품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것이다.

ⓒ 금융감독원


은행이 판매한 DLF 금액규모는 총 8224억원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4012억원, 3876억원을 판매하며 전체 판매잔액 중 89.1%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DLF들이 손실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 7일 기준 하나은행이 주로 판매한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상품'의 전체 판매잔액(6958억원) 중 85.8%(5973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예상 손실 금액은 3354억원으로, 예상 손실률은 56.2%다. 

ⓒ 금융감독원


우리은행이 판매액의 99.1%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의 예상 손실률은 95.1%로 더욱 심각한 상황. 전체 판매잔액(1266억원)이 모두 손실구간에 진입해 예상손실액은 1204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상품들은 9월부터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한다. 만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하나은행 DLF보다 더 큰 우려를 사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해당 상품 유형은 이전부터 증권사, 은행 가리지 않고 판매해왔던 상품들이며, 급조된 신상품이나 설계 자체가 오류가 있는 상품이라고 보기 힘들다. 결국 논란의 중심은 DLS‧DLF 상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도중 발생한 '불완전판매' 여부에 달렸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금감원도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사건의 초점을 '불완전판매'로 집중하고 있다. 금감원은 사건 조사에 들어가면서 해당 DLF를 판매한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분쟁조정 신청이 약 60여건 정도 접수됐으며,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은행 실적에 눈먼 기만일까? 속단 '금물' 

금융위원장 후보로 선정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도 해당 사건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주의 깊게 관측하고 있다. 은 후보는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DLF‧DLS 사건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 분쟁조정에 따라 적절한 손실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는 "DLF 사건에서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분쟁조정에 따라 적절한 손실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는 요지의 답변을 한 바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이와 같은 불완전판매 여부는 쉽게 가려지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과 투자자간 의견차이가 극명하다 보니 금융당국의 전체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DLF 투자자들은 "오래 거래한 은행을 믿고 상품에 투자를 했는데, 이 수준의 고위험군 상품이라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은행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고위험군 상품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해당 DLF들의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고, 피해 고객들의 상당 부분 이상이 고령층(37.6%)인 상황에서 고령층에게 부적합 상품으로 분류되는 DLF를 해당 은행들이 실적달성을 위해 판매했다는 것이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당 상품의 약정 구간이 예상을 벗어나 손실이 발생한 것과 상품의 불완전 판매 여부는 별개 문제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DLF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가입 의사를 밝힌 직후 약 30분간 상품 설명, 해당 기록 녹취, 고객에게 정보 전달 등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이런 절차를 거쳐서 가입을 진행하는 만큼 은행 차원에서 불완전판매를 의도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1억원 이상의 고액 DLF에 가입하면서 해당 상품의 설명을 숙지 안했을 리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고액 상품의 경우 PB(Private Bank, 금융 포트폴리오)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PB를 통해 다년간 금융투자를 진행했던 고객들이 이번 DLF의 위험성을 모르고 투자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처럼 DLF 펀드 판매와 관련된 공방이 가열됨에 따라, 금융권 전체 펀드 시장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도 조사를 진행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제 2의 키코 사태로 치부될 만큼, 여러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승승장구를 기대하는 것이 더욱 이상한 상황일 수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DLS‧DLF 사태로 인해 국내 펀드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상황이 올까 우려된다"며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가 안 좋은 한국경제에서 이번 사건을 말미암아 금융시장마저 위축된다면 더 큰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섣부른 판단으로 공들여온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며 "특별조사는 특별조사대로 진행하되, 전체 펀드 시장 자체를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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