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靑 발언 강경기류 와중 文 동남아순방, 함의와 과제는?

미국과 관계 악화 불사하는 나라의 급격한 경제적 접근…불쾌감 안 사는 장기적 동반관계 구축 절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8.30 09:39:18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안팎으로 고전 중이다.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갱신 논란(일명 지소미아 파기)에 불편한 심기를 연달아 드러내고 있고 경기 침체 논란은 일상이 됐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각종 의혹이 쏟아져 법무부 장관직에 진출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대두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에서는 강경함이 두드러지는 발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과서적인 대응 그리고 연역적 추론에 입각한 사고방식이다.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내놓기 때문에 타협보다는 '~를 전제로 ~라고 이야기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양상이다. 그리고 그것을 전제로 세운 다음에 논리 흐름에 따라 나오는 답 역시 타협의 여지가 줄어드는 구도가 형성된다는 풀이다.

28일 한 청와대 관계자가 독도 문제와 일본과의 갈등을 연계하는 일부 분석론에 "독도는 누구의 땅인가?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응한 것이 좋은 예다.

아울러 그는 "자국의 주권과 안위 보호를 위해 하는 행위에 대해 쉽게 이야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일명 '가짜 뉴스'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도 엿보인다. 28일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청와대와 백악관이 '하우스 투 하우스(house to house)'로 9회나 이야기했다"고 반박 답변을 내놨다. 

◆가짜뉴스 알레르기? 외교 무대에서도 교과서적 반응  

그는 한국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철회가 없으면 "한일 간 협조가 매우 어려울 것"이며 지소미아 중단 조치를 할 방침임을 "명백하게, 오해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자세히" 전달했다고도 말했다.

미국이 왜 지금 이렇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는 반격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청와대의 이런 반응에 미국 조야에서 우호적 기류가 확실히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논파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현실론이다.

이러한 '우리는 정확히 설명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식의 입장은 더 강하고 불만스러운 표출로도 이어진다. 급기야 29일에는  한·일간 군사정보 교류 협정을 둘러싼 논란 특히 미국의 부정적 반응 퍼레이드에 동맹관계의 값어치 한계를 매기는 듯한 발언까지 나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자국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볼 것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 앞에 최선을 다한다"는 발언, 그리고 이전의 다른 여러 청와대발 기류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맥락상 이해가 되는 발언이나, 지나치게 강하고 여차하면 관계 악화도 감수하겠다는 식으로도 곡해될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

정치학적으로 혹은 헌법적 가치로는 국익 최우선론이 온당하지만 적어도 외교적으로는 이런 말을 일부러 공연히 해서 비우호적이라는 평을 듣는 게 옳지 않다. 비우호적인 선을 넘어서서 적대적으로까지 읽힐 빌미를 현재의 어려운 국면에서 굳이 줄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요약하면, 지금 일본이 우리 사법부 판결을 무시하고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우리가 피해자이며, 일본의 무역적 보복에 어떠한 수단으로 반격하든 그것은 우리의 고권적 행위라는 정당성에 청와대는 집중한다는 풀이다. 그러나 그런 인식에 너무 도취돼 다른 협상주체들의 반응과 이익관계에서의 반응 대응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29일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일부 언론에 "한국언론으로서 자존심 저버리는 일"이라고 반성을 촉구한 것도 이런 외교와 외부 이슈, 그리고 그것을 한국 내부에 전달하는 언론의 기본 업무 문제로 볼 수 있다. 이 강한 비판성 발언은 앞으로도 청와대가 자신감 있게 원론적인 잣대를 계속 가져다 댈 의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외적으로 복잡한 이슈에 강경하고 교과서적인 경직 발언을 내놓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을 듣는 기자들의 모습. = 임혜현 기자

이런 인식과 반응이 겹치다 보니, 급기야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며 이로써 미국과 협력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미래 방향으로의 인식과 전망으로까지 이어진다. 앞서 28일 한 청와대 관계자가 일본과 군사 정보를 교류하지 않게 되면서 일본은 물론 미국 등 다른 우방과도 협력 관계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을 일축하며 나온 '무기 발언'을 주목해 보자.

그는 "국방력 강화 등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미 측이 희망하는 '동맹국 안보 역할 확대'에 부응할수 있지 않을까"라고 해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즉 한국이 인공위성·경항모·잠수함 등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안보 구상에 기여하는 것이 그간 미국이 바라온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 안보 체계 재구축' 요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제안으로 읽힌다.

◆美 무기 구매 없이도 국방 강화 엄포? 아세안에 어떤 나라로 보일까 

문제는 이 관계자가 '미국이 희망하는 역할 확대'라는 표현이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추가 구매해줄 수 있다거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에 추가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 선을 그은 대목이다. 그는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다. 전혀 무관하다"고 못박았다.

미국 무기를 사주는 방향과는 전혀 무관하게,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니 이로써 안보 가치가 높아진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망 역학관계를 새로 더욱 돈독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는 무기 구매 등에서 지나치게 선을 긋고 현재의 교류 단절에 대한 우려에 마이동풍을 유지함으로써, '돈독하게 새로 쓰고 강화한다'는 가능성보다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통첩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이번에 추진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방문 일정 와중의 각종 외교적 노력 향배에도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쏟아진다. 문 대통령은 9월1일부터 6일까지 5박 6일의 일정으로 태국을 공식방문하고, 미얀마와 라오스를 국빈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아세안 3국과의 실질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박철민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의 설명 즉, "이번 3개국 방문은 모두 상대국 정상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양자 간 다양한 분야의 실질협력 강화는 물론, 임기 내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조기에 완수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강한 것이라고 보는 게 온당한 풀이다.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격으로 하필 일본과 극히 불편하며, 미국과도 냉랭함을 더해가는 와중에 한국이 굳이 동남아로 진출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추진할 것인지, 또 앞으로 그 행보의 함의가 어떤 것인지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의 관계 경색도 두렵지 않다는 식으로까지 읽히는 각종 발언이 쏟아지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다. 동남아 외교망 구축에 현재의 기조가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 청와대

특히 이번 순방 일정국 중 태국은 아세안 국가 중 맹주격이다. 일본과의 관계도 깊다. 그렇지만 태국은 근래 중진국 함정 탈출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한 신산업 육성·인프라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번 순방을 통해 관련 분야의 양국간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업간 협력의 모멘텀을 얻을 계획이라고 전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교 무대에서 우리 외교적 욕망 더 잘 포장할 부담감 커져

동남아 즉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모두 남중국해 패권 다툼을 하는 와중에 첨예한 국익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안보적 처지에 서 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 중심 연계망에 포섭하고자 노력하는 대상들이기도 하다. 일본 역시 역내 경제연대망 구축에서의 이익 확대를 위해 이 지역 국가들에 공을 들인다.

이런 상황에 원칙적이고 반듯한 외교적 시각으로 무장한 한국이 손을 내밀고 다디는 것은 자칫 세련되고 정제된 접근법이 빠진 상황에서는 실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불편한 접근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입바른 소리를 최강대국 미국에도 쏟아내는 도덕주의와 경제적 이기주의가 비벼진 형태로 여겨진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최악이 될 수 있다.

대일 전선 구축의 연대 대상이나 혹은 그 수단을 마련할 돌파구, 혹은 대체 시장 확보 등을 구하려는 자국 이기주의가 이번 순방과 전혀 무관하다는 식으로 대처할 필요, 우리가 지금 추구하는 교류협력은 당장의 이익과 싸움의 우군을 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높다. 교과서적으로, 우리가 옳다는 당위적 관점으로 외교 접근을 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오히려 더 위선 논란에 시달릴 반대급부도 크다.

부당하게 더 많이 짊어지거나 혹은 오해받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감춰야 하는 부담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는 지금 같은 행보를 계속할 것인가 혹은 그럴 능력이 있을까? 단순히 미국에 고개를 빳빳하게 쳐드는 이상의 것, 청와대의 외교 역량 입증에 대한 관심과 국민적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