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약처의 일방적인 'GMO 표시제 개선 협의체'

2019-09-06 15:02:12

[프라임경제] 지난해 출범된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 협의체(이하 GMO표시 협의체)'는 이해관계자들의 대거 참여로 암울한 상황이다. 지난 6월16일 열린 8차 GMO표시 협의체 회의에서 GMO반대전국행동은 협의체의 해체를 요구하며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2018년 12월에 출범된 'GMO 표시제 사회적 협의체'는 2번째의 시도이다. 첫 번째의 시도는 2013년에 있었는데 협의체 위원들의 대표성과 이해상충 논란으로 문을 닫고 협의체가 다시 구성된 것이다. 

▲ⓒ 오로지돌세네 작가


2013년 GMO 표시제도 검토협의체 위원은 모두 20명으로 구성됐는데 8명은 소비자단체, 8명은 식품산업계, 4명의 학계 전문가들이었다. 식품산업계 측 8명 위원 중 4명은 GMO 작물을 직접 수입하는 식품기업 소속이었고, 소비자단체 8명 중에도 이해관계의 문제가 있었다.  

협의체의 근본적인 문제는 식약처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식약처가 임의로 선정하는 협의체 위원들의 구성을 보면 국민을 위한 정부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지난 2018년 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2만 명을 넘어 청와대가 새로운 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사회적 협의를 보다 중립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한국 사회갈등해소센터(사단법인)에게 협의체 구성·운영 책임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중재자에게 갈등 해결을 맡길 때는 양측의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식약처는 일방적으로 사회갈등해소 센터를 고용하여 그 회사가 협의체 위원들을 선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갈등해소 센터의 대표가 'GMO표시 협의체'의 위원장이 되었다. 이는 식약처가 단독으로 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2013년 협의체는 식약처가 직접적으로 컨트롤하고 2018년 협의체는 한국갈등해결센터를 통해 식약처가 간접적으로 컨트롤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럴듯하게 보이는 2018년 협의체는 근본적으로 2013년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2013년과 2018년 협의체의 모습은 불공정한 식약처의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GMO에 대한 다른 정책에서도 식약처의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행정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생산되는 쌀의 글리포세이트의 허용 기준치는 0.05 ppm이지만 수입되는 GMO 옥수수의 허용기준치는 5 ppm이고 GMO 콩은 20 ppm이다. 수입 GMO 작물의 글리포세이트 허용치는 국산 쌀의 각각 100배와 400배에 달한다. 

이러한 글리포세이트 허용기준치는 모든 수입되는 GMO 작물이 통관되도록 만들어진 도구일 뿐 규제란 유명무실한 것이다.  

다른 예로서, 한국은 2017년 2월부터 민간자율의 non-GMO표시를 제한하는 세계의 유일한 국가가 돼버린 실정을 들 수 있다. non-GMO 표시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는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비타민이나 식품을 구입할 때 non-GMO 표시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 Non-GMO Project라는 비영리 인증단체는 2011년에는 5000가지 12억 달러 규모의 non-GMO 제품을 인증했고,  2016년에는 3만가지 넘어 120억 달러 규모로 증가했다. 유럽에서도 non-GMO 표시가 아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막으려는 듯이 한국의 식약처는 국내에서 non-GMO 표시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식약처는 GMO와 non-GMO를 구분할 수 없도록 정책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GMO 재료가 쓰인 식품에 GMO의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항을 만들어 GMO로 만들어지는 간장이나 식용유 등의 가공식품에서 GMO 표시가 된 제품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GMO를 재료로 만든 가공식품에 GMO 표시가 없으므로 GMO 재료가 들어간 것인지 여부를 소비자는 확인이 불가능 한 것이다. 국회와 시민단체는 GMO로 만든 모든 제품에 GMO 표시를 붙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식약처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편 식약처는 GMO를 쉽게 확인 할 수 있도록 활자크기를 10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바꿔서 표시제를 개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시가 된 상품이 없는데 활자가 크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소비자를 우롱하는 어처구니없는 행위이다. 

식약처가 밀어붙이는 모든 GMO 정책의 공통점은 국민을 위하는 시늉만 낼 뿐, 실질적으로는 다국적기업의 이윤을 위주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가 GMO와 non-GMO를 구별할 수 없도록 해 GMO가 불가피하도록 하는 몬산토의 전략을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잘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GMO 표시제 개선 협의체가 해체되고 새로운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어떠한 형태가 적절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노르웨이의 요한 갈퉁(Johan Galtung) 교수의 말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그는 "개인적 폭행은 아마추어가 압도하는데 사용하지만, 구조적 폭행은 프로가 사용하는 도구다"라고 표현했다. 

식약처가 단독적으로 결정하는 협의체는 구조적으로 압도하는 과정으로 설립된 것이다. 식약처가 독단적으로 주도하는 한 공정한 협의체가 가능하지 않다. 다국적 기업의 이윤을 우선하는 식약처의 '구조적 폭행'을 방지하려면 협의체의 구조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있어야한다. 중재자를 내세워 협의체 위원을 선정하는 것은 차후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한국의 2018년 출산율은 0.98이고 2019년은 0.89로 예측하고 있다. 저출산이 악화되는 원인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회적 배경이고 다른 하나는 불임문제이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사회적 문제에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불임부부들의 문제가 있다. 2017년 1-7월까지 불임환자는 24만9582명으로 보고되었다. 8-12월의 불임환자 수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상반기와 같은 비율로 추정해 본다면 2017년 전체의 불임환자 수는 35만 명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것은 2000년에 비해 거의 7배가 증가된 것이고 2017년 35만명의 신생아 수와 같다. 

그렇다면 왜 불임환자가 급증할까? GMO에 잔뜩 흡수된 '글리포세이트'라는 제초제가 생식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여러 논문에서 밝혀졌다. 글리포세이트는 불임 외에도 인구감소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유산, 조산아, 선천기형을 일으킨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극미의 소량으로도 몸의 호르몬을 교란시킨다. 독성물질에 피해를 크게 볼 수 있는 특정한 기간인 '취약성의 창(windows of vulnerability)'의 의미는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는 임신부, 영유아, 청소년들이 글리포세이트로 특히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호르몬의 교란은 불임뿐 아니라 유산, 선천기형 등을 일으켜 한국의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유명무실한 GMO 표시제로 독성물질에 예민한 임신부와 영유아들이 글리포세이트를 거부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non-GMO 조차도 제한시키는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은 몬산토의 이윤을 위해 국민의 건강은 완전히 팽개친 국가이다.

협의체에 대한 가장 아쉬운 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략으로 내세웠던 GMO 표시제 강화한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식약처에 떠맡겼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식약처에 떠맡기고 식약처는 사회갈등해소센터에 떠맡기면서 GMO 표시제를 해결하는 시늉을 내는 것이다. 

결국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는 GMO 표시제에 대해 정부가 아무것도 안하는 기가 막힌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결단력이 절실하다.

오로지돌세네 작가 / 저서 <한국의 GMO재앙에 통곡하다> <백신 주의보>

※ 외부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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