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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임대주택 다자녀가구, 카니발 구입시 '방 빼'

저출산 위기에도 '다자녀 외면' 정책 고수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9.09.04 13:45:08
[프라임경제] 상반기 출생아(15만8524명) 전년대비 7.7% 감소. 6월 출생아(2만4051명) 8.7% 감소. 

우리나라는 현재 그야말로 '저출산' 늪에 빠진 상태다. 3년 7개월째 출생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무려 39개월 연속 전년대비 최저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30만명을 넘기지 못할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 숫자)이 0.98명에 그치며, 통계 작성한 1970년 이래 최저치에 기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68명)은 물론, 중국 행정자치 지역인 마카오(0.92명)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합계출산율 1.0명 미만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탁상공론'에 불과한 주먹구구식 행정에 그치고 있어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LH)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지우는 얼마 전 쌍둥이 동생을 새식구로 맞이하면서 요즘은 보기 드문 다자녀 가족이 됐다. 비록 좁긴 하지만, 지우와 동생들은 어리기에 생활하기가 불편하진 않다.

다만 재계약에 있어 생각지도 못한 거절 사유로 퇴거해야 할 처지다. 임대주택 지침 상 차량가액 기준을 넘어섰다는 이유 때문이다. 

LH '고가차량 등록 제한을 위한 차량등록 지침'에 따르면, LH 임대아파트 거주자는 보험개발원 차량기준가액 기준 2545만원 이하 차량만 거주자 주차 등록이 가능하며, 기준 초과시 임대차 재계약 거절 사유에 속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역시 이와 유사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기준 내에는 다자녀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규제인 동시에 과연 정부가 '저출산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일반 승용 차량 승차 인원은 보통 5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카시트 설치 의무가 있는 6세 이하 어린이가 있으면 5인 승차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물며 다자녀 가족인 경우 카시트를 최소 2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LH 측은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리스나 렌트 등 차량은 자산 신고 기준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입주자가 고급차를 모는 경우가 있었다"며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기준가액에 제한을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차량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 만큼 생활 여건이 갖췄다는 것"이라며 "안타깝긴 하지만, 국토부 지침상 별도 예외 규정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임대주택은 보다 절실한 분들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를 위해 제공된다"라며 "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은 입주나 거주기간 차원에서 한 차례 제공되고 있으며, 다자녀라는 이유로 형평성 차원에서도 차량가액 예외 규정을 두긴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LH 및 국토부 측에서는 형평성을 강조한 제도 취지라는 입장이지만,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차량가액 제한 규제는 결국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양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A씨는 "생활 여건이 있어서 차량을 구매할 순 있지만, 차량을 구매한다고 여건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LH나 국토부 모두 형평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그리 쉽게 답변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정부가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목 아래 수백조에 달하는 예산을 쓰고 있지만, 정작 다자녀 가구가 원하는 건 경제적인 지원보다는 실질적인 배려"라고 첨언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5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며 지속적인 저출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현재 도움이 절실한 다자녀 가구들을 외면한 채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 좋은 환경'과는 점점 동떨어진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 저출산 정책의 현 주소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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