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曺, 학계 폐단 방관만으로도 공직자 자격 없어

2019-09-04 16:06:23

- 논문은 '영어실력' 아닌 '개념'…고교문과생이 2주만에 개념수립 '어불성설'

[프라임경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가 전례 없는 청문회 전 국회기자간담회를 열고 본인의 해명에 나서고 야당이 맞대응 간담회를 열며 전인미답의 정국이 열리고 있다. 

거론된 이야기들 중 세간에서 특히, 청년층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딸 문제'다.

어찌 보면 후보 본인의 일이 아닌 일이 더 회자되는 것이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 본인이 학자이고 문제가 된 '딸 이야기'가 '학계'와 관련된 것이기에 중히 다루지 않을 수 없다. 후보 본인이 걸어온 행적의 대부분이 '학계'라고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논문(論文)이란 어떤 것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적은 글로, 의견과 주장을 뒷받침하고 연결하는 '개념(槪念, concept)'들로 이뤄진다.

논문에서 개념이라는 것은 해당 주제가 다루고 있는 핵심 줄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단어가 가지는 '외연'을 최대한 깎아내고 논문을 쓴 논자와 이를 읽는 수신자들이 약속한 범위 내에서 한정적으로 쓰인다. 

때문에 '개(槪)'라는 글자는 나무 목(木)에 없애고 깎는다는 의미의 '개(旣)'를 붙여서 완성된다.

조국 후보의 자녀가 단순히 "영어를 잘해서 번역과 실험에 공로가 있어 1저자가 됐다"는 말이 성립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 '개념'에 있다.

주제와 관련한 논문을 읽고 이해해, 새로운 개념이나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논문주제와 관련한 개념들을 이해하고 그 개념들 간의 연결고리와 구조를 이해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적 논문에서 이러한 개념파악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의학 논문이 대표적이면서 가장 전문화된 영역의 과학적 논문임에는 다른 부연설명이 불요하다.

흔히 과학적 논문 특히 의학논문에서 사용되는 '사이비(似而非) 과학'이라는 뜻을 가진 '수도 사이언스(pseudo science)'라는 단어가 있다. 아주 정제된 개념을 사용하면서 변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 의학이나 과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당연히 평상시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언사이언티픽(unscientific)'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에서 과정을 '예과'와 '본과'로 나누고, 또다시 전공과정이라고 불리는 인턴과정·레지던트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 이때 비로소 '의사(medical Dortor)'라고 불리게 된다. 이후에도 더욱 추가적인 전문지식을 쌓는 '펠로우'를 거치고 수련해야만 '의대교수'가 된다.

고교문과생이던 조 후보의 딸이 1저자로 참여해 썼다는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논문은 제목에서부터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나열되는 '전문 학술논문'이다. 그리고 1저자는 논문 작성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자리다. 

고교생이 대학교인턴과정 2주 만에 해당 개념들을 다 이해하고 지도교수가 지시하는 연구수행을 주도하고 논문을 집필하는 '천재성'을 우리나라에서 파묻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면,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공부하는 의사와 의사지망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또, 세간에서는 해당 논문이 '확장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 급'이냐 아니냐 하며 또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실험수행과 실험내용을 논문으로 작성하는 연구를 진행할 때, 제1저자 뿐 아니라 공동저자로 올라가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자격도 통상 '박사급 연구원'으로 보이지 않는 벽이 쳐져있다. 

고교생은커녕 석사급 연구원·석사과정생·학부생 조차 '연구보조원'의 지위에 만족한다.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게 될 때, 이러한 '연구보조원'에게 주어지는 급료란 차비라고 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SCI나 SCIE급이 아니라 KCI 등재지나 등재후보지 논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조국 후보의 자녀와 같이 소위 '선택받은 사람'만이 공공연하게 이러한 혜택을 누려왔다. 대체로 논문심사위원이나 편집위원들과 아는 사이인 '부모 교수'와의 인연이 작용해 왔다. 금전수수로 문제가 된 경우도 왕왕 발견된다.

교수인 조 후보가 이러한 학계의 관행을 몰랐을 리 만무하다. 평소 조 후보의 신념이라면 단언컨대 그러한 혜택을 고사할 뿐 아니라 사실을 밝히고 '적폐'를 청산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일각에서는 "때 묻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그가 수행할 일을 위해서 믿고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평생 깨끗이 바르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청춘'과 '정의'는 어디에 자리할 수 있을지 학자인 조 후보 스스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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