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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증권사 해외부동산 열풍 사그라지나

KB증권 해외부동산 펀드 계약위반 사태…'부실투자' 도마 위로

한예주 기자 | hyj@newsprime.co.kr | 2019.09.05 17:30:54

[프라임경제] 대체투자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각종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투자 경쟁이 투자 손실로 이어지며 해외부동산 투자 전반에 대한 불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각각 판매와 운용을 맡은 3200억원 규모 호주 부동산 펀드가 현지 투자사의 계약 위반으로 고객에 손실을 안길 위험에 처했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최대한 원금을 회수할 계획이지만 일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JB 호주NDIS 펀드는 호주 현지사업자가 호주 정부의 장애인주택임대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J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다. KB증권은 올해 3∼6월 이 펀드를 기관투자가에게 2360억원, 법인과 개인에게 904억원어치를 각각 판매했다.

그런데 대출 차주 LBA캐피탈이 호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당초 매입하고자 했던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매입 후에도 장애인 아파트로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과다할 것으로 보여 사업수지 악화가 예상되자 매입 대상 아파트가 아닌 다른 토지를 매입해 문제가 됐다.

이는 대출계약서 위반에 해당돼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회수 절차를 밟게 됐다. 두 회사는 긴급 자금 회수 및 법적 대응으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KB증권 측은 "보유 현금과 소송을 통해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투자금의 최대 89%까지 자금 회수가 예상된다"며 "향후 LBA캐피탈 측에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자금 100% 회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가 파생결합증권(DLS) 형태로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도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이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DLS를 발행했는데 이 펀드가 투자한 독일 현지 부동산 개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사업 지연으로 부동산 펀드와 DLS 만기를 계속 연장하면서 손실을 확정하지 않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정밀한 실사를 거치지 않은 부실투자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리스크 점검 등에 대한 투자 결정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4년 8월 말 6조3462억원에 불과하던 해외 부동산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말 현재 49조4868억원으로 8배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지난 2015년 말 10조원 돌파 이래 매해 10조원씩 커진 해외 부동산 펀드는 최근 1년 13조원 넘게 급증했다. 증시 불확실성과 저금리 속 판매량이 급증하며 금융투자업계도 관련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린 결과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가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제대로 실사도 하지 않고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며 "이번 사태가 시장 자체의 신뢰문제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부동산 펀드 시장의 수익률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지난해 설정된 해외 부동산 펀드 50개 중 14개(28%)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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