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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치 수입 시간표 앞당긴 '시계공의 노래'…이재명의 연말 전쟁

'비노'가 활짝 연 '도덕성 전쟁'의 문짝…'친노' 등 與 전반에까지 여파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9.07 19:40:58

[프라임경제] '도덕성 전쟁'의 창문이 열리나? 문고리를 고장낸 것은 조국 서울대 교수였지만 결국 하필 가장 날궂을 때 문짝 전체를 망가뜨릴 인물은 그가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 교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갖은 논란, 청문회 일정을 둘러싼 진통 등으로 여름 막바지를 뜨겁게 장식했다. 이런 가운데 6일 청문회로 일단 임명 강행 궤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14시간짜리 공방전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다소 맥빠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같은 날 다른 거물급 정치인의 소식이 전해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항소심 판결도 이날 나온 것. 이 지사의 소식은 조 교수 주변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가려졌지만,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큰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늦여름 태풍은 아니지만 연말 한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죄나 허물보다 그걸 토론회에서 숨긴 잘못이 더 크다?

이 지사는 당초 1심에서는 받고 있던 모든 혐의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나 이번에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됐다.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이 특히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무겁게 느껴지는 건 이 법률들의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선고, 확정되어도 직을 잃기 때문(다른 형은 금고 이상이 확정돼야 자리를 잃는다는 차이가 있다).

이번에 이 지사는 3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의 중형 의지가 읽혀진다.

그런데 당혹감을 키우는 이유가 또 있다. 애매모호하다기 보다는 오묘한 논리 구조를 채택, 한 광역지방단체장의 목을 친다는 선택을 항소심 재판부가 택했다는 부분이다.

이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공직선거법 3가지 위반 등 총 4개 혐의다.

직권남용 혐의는 '친형 강제진단' 즉 시장(그는 성남시장을 지냈다)으로서의 힘을 사이가 좋지 않은 친형을 병원에 가두는 데 오용(악용)했다는 논란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3가지다.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과 '검사사칭' 그리고 다시 앞의 '친형 강제진단'과 관련이 있는 '답변의 문제'다.

보통 선출직 공무원(정치인)을 괴롭혀 온 단골 아이템이 바로 공모물의 허위 과장 문제다. 과도한 표현, 애매모호한 침소봉대식 표현 등으로 각종 정치적 이슈 혹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 등을 자기 공으로 돌려 당장은 득표에 도움을 얻는 것. 하지만 나중에 검찰은 이를 잘 물고 늘어지며 실제로 성과도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당선증을 날리는 비싼 이자를 톡톡히 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법원은 강제진단 및 입원 문제 본연이 아닌, 이와 관련된 허위 답변을 문제로 삼았다.

친형 강제진단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서는 1심과 동일하게 죄가 성립되지 않음을 인정했지만, 친형 강제진단 사건에 대해 선거와 관련된 토론회에서 질문을 받고서는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아 거짓 답변으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지사는 지난해 제7회 동시지방선거 KBS 토론회 당시, 김영환 전 후보가 '재선씨를 강제 입원시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소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고 지적했다. 

특검 불러들인 클린턴의 거짓과 유사? 미국식 정치 뿌리내릴까?

미국식 정치와 관련 제도에서는, 어떤 행위를 했는데 혹은 하지 않았는데 (이를 전제로 불붙은) 이에 대한 평가나 논쟁에 적극적으로 임하거나 회피를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직하게 답해야 하는 정치적 의무를 지는 인물이 거짓으로 답을 하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았다. 3심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 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특검에 시달린 것도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르윈스키라는 여자와의 성추문을 빚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답을 내놨기 때문이었다.

이 지사에 대한 이번 항소심 판결은 법적 논쟁이 불가피한 행동 그 자체에 대해 인정을 일단 하고 그에 대해 정직하게 TV 토론회에 임했어야 했는데 이 책임을 회피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식 정치 시간표가 시작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드디어 그간 마련은 돼 있었으나 멈춰있던 상황에서 한국에 공식적으로 시계 작동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보통의 상식으로는 중요한 앞부분이 문제가 없는 결론이 나도 사소한(?) 후반부 문제로 직이 날아갈 수 있는 지지층으로서는 경악할 판결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 지사와 지지층을 더욱 당혹스럽게 할 지점은 바로 이 같은 논리가 확고히 잘못됐다든지, 판결의 기술적 문제가 새삼 발견되지 않는다면 판결을 깰 방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고심이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이라 부각되는 추가 문제인 셈이다.

연말 판결, 경기도 놓치고 도덕성 부담감만 높일까 친노 당혹? 

오히려 대법원이 (검찰도 함께 상고하는 경우) 현재 무죄가 된 요소들을 유죄로 결론지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이 지사 주변만 고심할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조 교수의 법무부 장관직 진출 여부나 그 이후의 각종 주변부 수사 이상으로 골치아픈 부담감을 올해 하반기 내내 여권에 던질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전망도 제기된다.

친노와 비노의 계파 온도차 혹은 대결은 더불어민주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실제로 이 지사는 친노와는 편치 않은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비노인 그가 연말까지 상고심을 치른다는 시간표에 왜 친노도 같이 편치 않을 가능성이 회자될까? 선거와 관련된 사건은 시간을 빠르게 진행하는 특례 제도가 있다. 따라서 연말이면 상고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 판결을 일단 받아보고 최악의 경우에 그 다음을 스케치하면 되는 건 아닐까?

우선 당연하지만 대법원이 이 지사를 괴롭히는 항소심 판결을 깨버리고 자판 혹은 환송할 여지가 얼마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 기대치가 무너지더라도('포스트 이재명 문제'를 고심하게 되더라도), 그 다음을 구상할 수도 있다.예를 들어, 국회의원 등 단단한 경험을 쌓았고 감각도 있는 전해철씨를 이 지사 이후의 경기도백감으로 설정, 선거 등 이후에 대처하는 장기플랜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간단치 않다는 부담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단순히 도지사 한 자리의 빈 자리를 누구로 채울 그림을 그리느냐의 선거기술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 예를 들어, 경기도라는 중요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잃는다면 다음 선거판에서 반드시 이를 찾을(방어할) 수 있는가?

아울러, 반대편(특히 자유한국당)에서 이 호재를 거시적 측면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문제가 되는데 정권 심판론, 그리고 여당 비판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하필 각종 논란으로 법무부 장관직을 둘러싼 파란(이른바 조국 파장)이 같이 터진 터이다.

그게 간신히 마무리될 시기가 혹은 결국 조 교수 문제가 부정적으로 끝나는 것으로 정리될 시기, 바꾸어 말하면 검찰 등 개혁 시간표를 본격적으로 돌려볼 때가 연말인데, 새삼 다시 부담스럽게 연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도덕성 논란, 즉 거짓말 논란을 이 지사 사건이 소환하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 한톨에 대통령까지도 흔드는 것을 당연시하는' 까다로운 도덕성 문턱이라는 미국식 정치의 시계가 급히 수입, 작동하게 됐고, 그로 인해 오매불망 바랐던 사법 개혁의 시곗바늘이 멈추게 할 위기를 바랬을 민주당 인사가 과연 친노와 비노를 막론하고 얼마나 있었을까?

'가난한 소년 시계공' 출신으로 정치권의 각종 신산한 맛을 견뎌온 이 지사, 이제 그 주변의 여러 시계가 민주당, 더 나아가 '한국 정치 전반의 시간 흐름'을 좌우하게 됐다. 대법원 무죄 판결 확정이 나오기 전까지 그의 지지층보다 어쩌면 더 그를 비토해 온 당내 반대 세력, 반대 정파가 더 초조하게 기다릴 것이라는 아니러니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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