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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린 조국…'워밍업 기간' 줄일 방법 골몰할 듯

강렬한 충돌 불가피하지만 연말까지는 정중동? '검찰 개혁 완수' 가능성 촉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9.08 14:11:28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 개혁 단추를 끼우면서, 집권 후반부 주요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 추진 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간 청와대는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법무부 장관감으로 점찍으면서 긴 진통을 겪었다. 여러 의혹으로 언론 및 야권의 공세를 치렀지만, 청와대는 사상 초유의 간담회에 이어 하루짜리 청문회도 치러내면서 의혹은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조국 법무부호 출항 강행은 이미 결론나 있었다는 평가도 일찍이 나온 바 있다.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6일)도 지났고, 적격 여부 의견을 담는 국회의 청문경과보고서는 다른 여러 고위직 공무원들도 이것이 없는 상태로 임명을 강행한 전례가 있어서다.

강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법무부 장관 발탁을 밀어붙여온 것은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청와대의 인식을 방증한다. 사법 개혁은 검찰 개혁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로 요약된다.

임명 직후의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우한 모습. ⓒ 연합뉴스

강한 검찰 반발에 '잠정적 피의자' 부담 겹쳐

그러나 일단 임명 강행 이후라도 청와대와 신임 장관이 바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기에는 변수가 적지 않다.

우선 검찰의 반발이 변수다. 검찰이 정치권 전부와 각을 세우는 경우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에도 기존의 권한과 위상 축소에 매번 승부수를 띄워 왔고 실제로 그것이 어느 정도 승리해 왔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 '불구속 수사 지휘'를 지시하는 일이 일어났다. 검찰청법 제8조를 기반으로 한 조치였다.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이므로 검찰 조직이나 검사 개개인에게까지 구체적 사건 간섭을 매번 해서는 조직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 따라서 적정한 선에서 검찰총장만을 지휘하도록 완충지대를 놓은 조항이다. 권한은 있어도 사실상 자제하라는 것이다.

지휘권 발동이라는 카드를 쓰는 게 이례적이긴 해도 정치적으로 검찰에 브레이크를 거는 자체는 용납돼 있다는 풀이가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를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 총장직에서 사퇴함으로써 불만을 전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같은 반발에 이후 법무부 장관을 누구로 하느냐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노무현 정부는 개혁 완수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이 나온다.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현 대통령을 집권 후반부 법무부 장관으로 뽑기를 바랬지만, 당시 여권에서 부담스러워 하면서 결국 노무현 정부는 뜻을 꺾었다.

앞서 2004년에 청와대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밀어붙였으나 검찰 반대로 뜻을 펴지 못한 예도 있다. 실제로 대검 중수부는 훨씬 뒤에야 이뤄졌다. 이것도 당시 집권층의 의지가 작용해서가 아니라,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국면 돌파용으로 설계하고 추진한 것이라는 평가다. 당시 검찰 고위층들의 대다수는 이 카드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지금의 법무부(및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는 이런 여러 전례를 고려해도 평균 이하라고 할 수 있다. 최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청문회 국면에서 친여 정서의 시민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피의사실 공표의 수괴쯤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처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는 행정관급 인사들까지도 검찰을 고삐풀린 조직쯤으로 보는 시각을 공공연히 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에서는 '조국 압박'을 계속할 태세다. 아직 피의자로 단정하긴 어려워도 언제든 성격이 바뀔 수 있는 일명 '피의자성 참고인' 정도로는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은 다양한 압수수색을 강행해 다양한 의혹들에 대한 상당한 자료를 축적해 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PC 유출 시도로 악화…칼자루는 법무부 아닌 검찰이 쥔 동거?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조사 없이 막바로 전격 기소(불구속 상태)해 버린 것도 공소 시효 임박에 쫓긴 조치가 아니라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라는 평이 더 많다. 특히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PC를 알고 지내던 외부인(증권사 직원)까지 동원해 유출했다는 점은 검찰의 인내심과 마지막 예우의 당위성을 차단한 최후의 한 걸음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파렴치하거나 비겁하다는 평가가 높아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구속 강행론이 득세했다. 장관급 인사나 재벌 및 그 가족들에게 수사시 제공되던 일정한 배려 전반이 제거되고 결국 나오는 대로 모든 인사를 곧이곧대로 조사할 수도 있는 국면이 된 셈이다. 

부인이 공식적으로 범죄 수사를 넘어서서 재판 회부 대상으로 지목된 상황은 딸 개인이나 친척들이 의혹을 받는 경우와 비교하기 어렵다. 조국 법무부호에 대단한 악재라는 것이다. 전화 통화 개입부터 펀드 투자 결정 등 다양한 상황에서 본인 개입이나 허락, 상황 인지 등이 전혀 없었겠냐는 지루한 사실관계와 법리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변 인물(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철저히 털리는 상황에 본인까지 공범 여부를 강하게 검증당하는 수사 진행 국면이 길어지면 장관으로서의 영이 서기 어렵다.

개혁에 떠밀린 조직이 아니라 정상적이지 않은 도구(조국)를 사용해 검증되지 않은 방향으로 검찰을 몰아세우는 청와대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논리와 명분이 성립하기 때문에, 임명 강행 이후에도 상당 기간 법무부와 검찰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는 풀이가 그래서 나온다.

오히려 칼자루를 윤석열 검찰호에서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설픈 정면 충돌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추가된다. 

◆패스트트랙 국면도 아직 논란, 국회 충돌 구경만 할 수도

많은 논란에도 법무부 장관 발탁을 강행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는 검찰 수술을 강하게 바란다. 조국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과 믿음은 물론 레임덕에 대한 걱정도 깔려 있다. ⓒ 연합뉴스

아직 국회에서의 법안 관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도 조국 법무부호가 바로 속도를 내고 종횡무진 항해를 시도하기 어려운 난제로 꼽힌다.

이른바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검찰 권한 축소와 경찰 수사권 독립 공수처 설치 등을 빠르게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당초 관측됐었다.

패스트트랙에 선거구획 개편 문제와 사법 개혁 모두를 올리고, 각각 특별위원회에 이 문제를 회부해서다. 하지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논란 끝에 일단 안건 처리 강행을 완수해낸 것과 달리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공회전만 하다 기한 만료를 당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에 회부됐던 많은 법안은 일단 그 직할 구역을 다시 따져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로 다시 배당, 이들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추진 동력이 이 자체만으로도 약화됐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더욱이 법사위의 성격 논란이 붙으면서 공회전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법사위는 그간 자구 해석과 수정이라는 권한 때문에 '사실상의 상원'으로 꼽혀 왔는데, 이 '상원의 패스트트랙 무력화 내지 발목잡기' 가능성이 현재 높다는 것.

패스트랙 안건은 180일 심사에 법사위 자구 해석 및 수정에 90일,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60일의 시간만 지키면 된다. 확실히 빠른 추진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런데 사개특위에서 망친 안건을 상임위인 법사위에 배당하고, 이것의 자구 해석 기구로서의 법사위에 별도로 회부하는 게 맞는지, 법사위는 어차피 하나의 조직이므로 자구 수정 등 90일을 단축할 수 있는지가 논쟁 소재로 새롭게 떠올랐다.

개별 상임위로서의 성격과 사실상의 상원의 몫을 조율하는 문제가 치열하게 더불어민주당 대 자유한국당 사이의 대결 소재가 될 전망이다. 어찌 보면 대단히 지엽말단적인 이슈이거나 정무적 조율 거리에 불과해 보이나, 조국 이슈로 달아오른 대결 구도에서 한국당이 한 치의 양보없이 문제를 키울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청문회에서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논란을 오히려 이런 문제로 만회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검찰의 자기 주변부 수사를 존중해야 할 수밖에 없는 데다, 모든 시한을 거의 대부분 소모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국회를 바라보면서 조국 법무부호가 당분간 항구에 묶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벌금제 개편 등 검찰 개혁과 무관한 각종 이슈에 불을 붙이는 식으로 워밍업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딸의 부정 입시 의혹에도 오히려 담대하게 로스쿨 운영 방식 개선 등 아이디어를 막바로 띄운 점도 이런 케이스 바이 케이스 개혁 추진 간보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수사는 존중하되 검찰 개혁의 틀에서 조직 운영 등 행정적 측면을 먼저 건드리는 각개전투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특수수사 인력과 조직은 법 개정이나 개헌 이슈가 아니라 시행령 등의 손질만으로도 얼마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검찰을 문민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이슈들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는 소리다. 전체적인 검찰 수사권 조정의 밑밥을 깐다는 효과도 있다. 다만 인사로 검사들을 직접 압박하거나 괴롭히는 것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긴장감을 최대한 유지하는 정도로 연말을 보낸 뒤 법무부가 검찰과의 돌파구를 어디로 삼을지라고 할 수 있다. 반환점을 만들어 내려는 법무부 및 청와대 측과 이 국면을 이어가려는 검찰간의 기싸움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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